'이에는 이'...점점 가열되는 양국 불매 운동...日고교, '40년 전통' 韓수학여행 취소


日고교, '40년 전통' 韓수학여행 취소.. 한일 아동·청소년 교류도 중단


“학생들 안전 걱정” 이유

울산 동구ㆍ창원시 등도 고교생 교류행사 불참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양국 간 아동ㆍ청소년 교류 행사도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한국의 학교나 지방자치단체가 일본에 학생들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한 고등학교가 ‘안전상의 우려’를 이유로 40여년간의 전통을 깨고 한국으로의 수학 여행을 취소하는 일이 빚어졌다. 일본의 경제 보복 여파가 ‘이웃나라 문화 체험 기회’를 빼앗는 형태로 두 나라의 꿈나무들한테까지 직접 미치고 있는 것이다.


松風塾高等学校画像/みんなの学校情報

(아오모리(靑森)현 히라나이마치(平內町)의 사립 쇼후주쿠(松風塾)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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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오모리(靑森)현 히라나이마치(平內町)의 사립 쇼후주쿠(松風塾)고등학교는 지난 23일 직원회의에서 오는 9월 예정돼 있던 한국 수학여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측은 “교류 상대인 한국 고등학교의 사정, 우리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리타 히로아키 교장은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상당히 유감이지만,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 1975년부터 한일 교류 차원에서 거의 매년 학생들의 수학 여행을 한국으로 보냈고, 만돌린 연주 등을 통해 한국 고교생들과도 교류해 왔다.




한국의 경우는 유사 사례가 훨씬 더 많다. NHK방송은 한국 울산시 동구가 이날부터 나흘 일정으로 잡혀 있었던 초등학생들의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비젠(備前)시 방문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울산 동구는 초등학생 13명을 자매결연 관계인 비젠시로 보내 현지의 일반 가정에서 묵는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하려 했었으나, 전날 ‘예상치 못한 국가 간 특별한 사정 때문에 이번 방문을 취소하겠다. 향후 교류가 계속되길 기대한다’ 취지의 이메일을 비젠시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창원시도 자매도시인 히로시마(廣島)현 구레(吳)시에 ‘창원시 고교생 5명의 방문 계획’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내달 2일부터 일주일간 예정됐던 일정이었다. 그러나 창원시는 “한일 관계 악화로 학생 안전을 고려해 올해 교류 사업을 중지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창원시와 구레시는 지난 2006년부터 1년에 한 번씩 고등학생의 상호 방문 교류를 해 왔다.


 

26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경기 의정부시 6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니가타(新潟)시에서 27일 개최되는 한중일 3국 고교생 교류 사업에도 한국 측이 불참 방침을 전해 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청소년 교류사업’이라는 명칭의 이 행사에 고교생 10명을 보내려 했던 충남 청주시가 “현 상황에서 교류는 적절치 않다”며 이같이 통보했다는 것이다. 나카하라 야이치 니가타시장은 “유감이다. (한일 관계 악화가) 지자체와 시민 차원의 교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경기 안산의 청소년극단 ‘고등어’도 이달 말 일본 극단과의 교류 행사에 소속 고교생들을 참여시키지 않기로 했다. 경남 거제시 또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후쿠오카(福岡)현 야메시(市)에 청소년 20명을 보내려던 계획을 접었다. 이밖에 강원 횡성군은 일본 돗토리현 야즈초(八頭町)에서 하려던 어린이 방문 교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고, 전남 나주시도 관내 중학생 10명을 대상으로 일본 돗토리현 구라요시시(市)에서 실시하려던 ‘홈스테이 체험’ 계획을 포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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