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파문] [단독]삼성-SK “불화수소 재고 최악의 상황”…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도 중단될 위기/ 다급한 이재용, 日 동분서주···불화수소 공급선부터 찾았다

[단독]삼성-SK “불화수소 재고 최악의 상황”…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도 중단될 위기


공장 증설은 환경규제에 막혀

여당 찾아가 대책마련 호소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일본의 소재 공급 중단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공장이 멈춰서는 것도 문제지만 연구개발(R&D)이 중단돼 세계 1위 반도체 기술력이 경쟁국에 따라잡힐 여지를 주게 된다.”  


7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고위급 인사가 4일 국회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공개 면담하고 이같이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수출 규제의 여파가 단순 생산량 감소에 그치지 않고 국내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의 30년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비공개 회동에는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간부와 불화수소 업체 대표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고량이 한 달 치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불화수소 등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이 고갈됐을 때의 심각성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서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표현이 나왔다”며 “특히 불화수소 부족으로 R&D가 중단되면 메모리 분야뿐 아니라 대만 업체와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작 과정에서 불순물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700여 개의 반도체 공정에서 불화수소를 사용하는 공정만 50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관의 어려움 탓에 재고량이 한 달 치도 없는 상태다. 


특히 불화수소는 반도체뿐 아니라 신소재 관련 연구 과정에도 필수적인 소재다. 각 기업 반도체 연구소뿐 아니라 대학 등 학계 연구기관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일본의 경제 보복 선언 직후 일본에 구매팀을 급파해 스텔라화학, 모리타화학 등 현지 업체를 찾아 공급을 요청했지만 추가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플루오린화 수소, 불화수소 또는 에칭가스

플루오린과 수소의 화합물로, 화학식은 HF이다. 수소 결합을 한다. 물에 녹으면 플루오린화 수소산이 된다. 테플론과 같은 수많은 중합체와 의약품의 전구물질로서 이용된다. 석유화학에서도 매우 널리 쓰이는 물질중 하나이다. 위키백과

edited by kcontents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이 있지만, 일본산을 즉시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특히 고품질 불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이 부족하다. 기술력 차이가 수십 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 규제로 인해 불화수소 등 소재 산업 육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업계에서는 나온다. 2012년 경북 구미 화공업체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등이 강화되면서 공장을 증설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증설하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동아일보




다급한 이재용, 日 동분서주···불화수소 공급선부터 찾았다


     전날 밤 일본에 도착한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가 거래 규제 대상에 올린 반도체 첨단소재 3종(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폴리이미드) 거래선을 뚫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한 직후인 7일 밤에도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낀 채 “장마네요(梅雨ですね)”라고 짧게 답하고,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장마네요” 짧게 답, 거래선 미팅 일정 시작 

7일 니혼게이자이는 이 부회장이 거래처 기업 간부를 만나 일본 이외의 공장에서 한국으로 소재 조달을 요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이외에 대만ㆍ싱가포르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소재 업체 스텔라에서 고순도 불화수소(HF·에칭가스)를 조달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회로의 모양대로 깎아내는 에칭(식각) 공정에 쓰인다. IT업계에 따르면 에칭가스는 독성이 있어 오랜 시간 보관이 어려운 까닭에 ‘JIT(Just in time·적시공급)’이 필수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해 7일 밤 일본 하네다(羽田)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요청과 달리 스텔라는 현재 일본 정부의 최종 승인이 떨어져야 대만 등지에서 한국에 에칭가스를 수출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에칭가스를 비롯한 전략 물자의 수출 허가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에칭가스를 공급받고 있다. 스텔라ㆍ모라타 등 일본 업체에서 바로 고순도 에칭가스를 들여오거나, 국내에 있는 협력 업체가 사들인 일반 불화수소를 고순도로 가공한 제품을 조달받는 방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스 형태의 불화수소 말고도 액체 등 케미칼 형태의 불화수소를 쓸 수 있겠지만, 원활한 공정을 위해선 고순도 에칭가스를 충분히 확보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

edited by kcontents


또 다른 거래 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PR)를 생산하는 일본 현지업체 TOK도 이 부회장의 현지 일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TOK 관계자는 최근 일본 지지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는데, 갑자기 정부의 수출 규제가 생기면서 실망감이 크다”며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는 생산량이 적고 한국에서도 생산 시설이 있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TOK는 인천 송도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부회장의 귀국은 오는 9일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중앙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