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반대' 서명 50만 돌파/ 탈원전 포기 없이 전기료 해결 못 한다/ “탈원전으로 가면, 해외의 한국 원전 관심도 사라져”

“원전산업 붕괴, 전기료 인상 움직임에 참여 늘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며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50만명을 돌파했다. 탈원전 반대 서명운동은 지난해 12월 13일 시작할 당시에는 참여가 저조했으나 올해 들어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으로 국내 원전 업계가 고사하고 핵심 인력이 이탈해 원전 산업이 붕괴 조짐을 나타내자 최근 서명이 급증했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본부’는 5일 10시50분쯤 탈원전 반대 서명자 수가 5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서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받고 있다. 일별 서명 인원은 지난 2일 1300명, 3일 2300명, 4일 4800명으로 최근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며 서명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명운동본부 공동추진위원장인 주한규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과)는 "국민들이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한전적자와 최근 여름철 누진제 완화 정책으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정책의 문제점을 새삼 크게 인지해 최근 서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성민 카이스트 교수(원자력·양자공학과 학과장)은 "서명인원 50만명 돌파는 국민들이 원자력의 가치과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인식한 결과이자 탈원전 정책 폐기를 더 이상 늦추면 안된다는 국민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서명 인원이 50만명을 돌파하는 데에는 전국 15개 대학 원자력학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역할이 컸다. 이들은 지난 2월 2일부터 매주 토요일 전국 주요 KTX역에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유튜브 '핵인싸'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동을 통해 원자력을 제대로 알리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조재완 공동대표(카이스트 연구원)는 "정부가 50만명의 서명에도 ‘원자력 죽이기’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100만명의 서명을 받을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한울 3·4호기는 각각 2022년, 2023년 준공 예정이었던 한국형 신형 원전이다. 2015년 건설 계획이 확정돼 공사비 7000억원이 투입됐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안상희 기자 조선비즈 


 




탈원전 포기 없이 전기료 해결 못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결국 한전 이사회가 하계 누진단계 조정안을 수용해 버렸다. 멋도 모르면서 정부의 탈원전에 덩달아 춤추던 한전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7∼8월 두 달 동안 1629만 가구에 평균 2만 원의 요금을 깎아줘서 에어컨을 펑펑 쓰도록 해주는 일이 공짜일 수가 없다. 결국, 전기를 적게 쓰는 958만 가구가 4만8000원(월 4000원)의 괜한 덤터기를 쓰게 될 모양이다.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 던져준 떡값을 저소득층에 받아내겠다는 제안은 한전 이사들이 세상을 너무 우습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선택적 요금제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전의 목표는 더 많은 전기요금을 받아내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소비자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경부하(심야 전기) 요금 인상도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둔 정부가 한전 이사들의 어설픈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이래저래 한전 이사들은 배임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흑자 경영을 해왔던 한전이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된 것은 고스란히, 정부가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탈원전 탓이다. 온갖 핑계로 원전의 가동률을 65%로 떨어뜨린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모자라는 전력 생산을 충당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가동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LNG 도입량은 2년 전보다 29%나 늘었다. 엎친 데 덮친다고 국제 LNG 가격까지 껑충 뛰면서 에너지 수입액도 87%나 늘어나 버렸다.





항우장사도 견뎌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우기면서 여름철 전기료 누진제 완화까지 밀어붙인 것이다. 사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훨씬 더 부담스러운 것은 겨울철 난방용 전기요금이다. 특히, 음지에서 목소리를 높일 여유조차 없는 저소득층과 농촌의 고령층에 겨울철 난방용 전기는 생명을 좌우하는 에너지다.


탈원전은 60년 이후에나 시작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을 상황이 아니다. 탈원전은 명백하게 2017년 6월 19일 대통령의 ‘탈핵국가 선언’으로 시작됐고, 지금도 맹렬하게 진행 중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를 중단시켰었고,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6기의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7000억 원을 쏟아부어 정비해 놓은 월성 1호기도 영구정지시켰다.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놓은 원전 기술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바라카 원전의 장기 유지·보수 계약을, 물러난 비서실장이 어렵게 살려냈다는 공치사도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이제 ‘APR1400’의 기술을 지켜내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유지·보수를 함께한다는 것은 경쟁 업체에 기술을 공개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계 최초로 실시 설계에 성공한 스마트 원전의 실용화 사업을 함께 추진해왔던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비현실적인 탈원전은 포기해야 한다. 위험하고 더러운 기술은 포기하는 대신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태양광·풍력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한다. 태양광·풍력의 간헐성 극복은 지난한 과제다. 아직은 온실가스와 초미세먼지를 쏟아내는 LNG와 시도 때도 없이 폭발하는 리튬 이온 ESS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멀쩡한 원전을 포기하고,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미래 기술에 매달리는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정책이 국민 안전과 환경, 그리고 경제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매일경제


“탈원전으로 가면, 해외의 한국 원전 관심도 사라져”

케리 이매뉴얼(Kerry Emanuel) MIT 지구과학 학사·기상학 박사, 로렌즈센터 설립


      “뛰어난 원자력 자산을 가진 한국은 이산화탄소 저감 시장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유감이다. 탈원전은 잘못된 길이며 한국 경제를 망칠 수도 있다.”


기후 변화 연구 권위자인 케리 이매뉴얼(Kerry Emanuel)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에게 “한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매뉴얼 교수를 포함한 미 환경단체 ‘환경 진보’ 소속 27명의 전문가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탈원전 정책의 재고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7~8% 수준에서 2040년 30~35%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그 과정에서 원자력 비중은 축소할 계획이다.




이매뉴얼 교수는 장기적인 기후 변화가 허리케인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최초로 밝힌 세계적인 기상학자다. 2006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에 꼽혔다. 그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를 해결할 궁극적인 목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탈탄소화’를 강조했다.


이매뉴얼 교수는 “한국의 태풍 발생 빈도를 살펴봤는데,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안하면 21세기 후반에는 기후 변화로 더 강력한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원자력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두려움이 커졌지만, 원자력보다 기후 변화 위험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6월 20일 조선비즈 주최 ‘2019 미래 에너지 포럼’의 기조강연을 위해 방한한 이매뉴얼 교수를 만났다.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2년 전 문 대통령에게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낸 이유는.

“한국형 원자로 기술을 보유한 한국이 탈원전을 선언하는 것은 세계가 ‘탈탄소화’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걱정으로 서한을 보냈다.”


한국 정부는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다. 세계적 추세는 탈원전이 아닌 탈탄소화다. 기후 변화가 80년간 가속화한다면 인류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막대한 비용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탈탄소화 방법으로 왜 원전을 꼽는가.

“저탄소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탄소 포집, 원자력 이용 방법이 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이라는 문제가 있다. 탄소 포집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1t당 200달러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를 100달러까지 낮출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50달러까지는 비용이 낮아져야 경제성이 있다. 결국 역사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 탄소 저감 목표를 가장 빠르게 달성케 하는 에너지원은 원자력뿐이다. 원전은 경제적이면서도 안전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원자력을 가장 청정한 발전원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한국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로 늘리면서 탄소 저감을 추진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원자력 없이 재생에너지와 LNG(액화천연가스)만으로 2015년 체결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재생에너지로 원자력을 대체하는 방식으로는 탄소 저감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재생에너지 비중 35%도 삼림 파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지구와의 전쟁에 재생에너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있지만, 사람들의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에너지 자원이 없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이 에너지 독립을 이룰 유일한 길은 원전이다.”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을 줄이고 원전 대신 LNG 발전을 늘린다는데.

“탈석탄과 탈원전을 동시에 추진해 성공한 나라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LNG가 석탄보다는 도움이 되겠지만, 석탄 대신 LNG를 늘리는 것이 최선책은 아니다. LNG가 석탄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긴 하지만,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와 비교하면 최선의 탈탄소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가능할까.

“경제성이 높은 원전을 버리고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려면 대신 세금을 올려야 한다. 독일은 현재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35%인데,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많이 거뒀고, 전기요금도 큰 폭으로 올랐다. 독일처럼 지나치게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독일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도 석탄 발전은 그대로 유지했다.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늘렸지만, 탄소 배출은 낮추지 못해 기후 변화 대응에 실패했다.”


세계 탈탄소 시장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경제성이 큰 한국형 원자로는 한국 사회의 큰 자산이다. 한국은 연 6조달러(약 6936조원) 이상인 탄소 저감 시장에서 자신들의 잠재력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탈탄소, 기후 환경 시장의 세계적 리더가 될 수 있다. 탈탄소화의 모범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탈탄소화에 성공한 국가들은 원자력을 이용했다. 세계 탈탄소화를 위해 경제성을 갖춘 원자력 기술을 가진 국가가 원전을 수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 저감 기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주는 이미 시작됐다. 러시아가 주도해 온 글로벌 원전(탄소 저감) 시장은 곧 중국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은 정치적으로 폐쇄적인 나라들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원전을 수출해주길 바란다.”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원전 수출은 적극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

“스위스 국민이 초콜릿을 더 이상 먹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외에는 수출한다면 과연 한국에선 스위스 초콜릿을 수입하겠는가?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사용하지 않는 상품(원전)을 외국에서 사지는 않을 것이다. 좀더 기술적으로 설명해보겠다. 탈원전을 하면 원전 기자재 공급 등의 한국 내 산업이 무너지고 전문가 수도 줄어들 것이다. 한국 내에서 기술이 계속 발전되고 검증되어야만 수출하는 원전의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탈원전으로 간다면, 원전 발주국 입장에서는 한국 원전에 매력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LNG발전소/이뉴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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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여전히 원전이 위험하다고 한다.

“위험이 전혀 없는 에너지는 없다. 다만 원전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안전성이 강화되고 기술이 진보했다. 예를 들어 1950년대 비행기에서 날개가 떨어지는 사고가 났을 때 각국은 비행을 중단하지 않고 안전을 강화해 오늘날 더 안전한 비행이 이뤄지고 있다. 원전도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오히려 안전 규제가 강화되었다. 지금은 원전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보다 더 안전하다고도 할 수 있다. 장기간 원전 산업을 이끌어오며 기술은 발전하고 과학자·엔지니어는 한발 진보했는데, 이를 정치인들이 막고 있어 안타깝다. 때로는 정치인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해 실수를 한다. 원자력이 화석연료를 대신한다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 환경오염으로 조기에 사망하는 수십,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보다 원전이 더 안전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많았던 만큼 각국은 규제를 강화해 안전도를 높여왔다. 반면 수력은 댐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 태양광은 패널을 버릴 때 카드뮴, 금속 등 위험물질이 나온다. 그런데도 별다른 규제가 없다. 지금까지 방사능 폐기물로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 원전을 둘러싼 논란은 기술적,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의사결정의 문제다.”

안상희 조선비즈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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