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없애면 강남 8학군 부활 … 폐지정책 신중해야”


국회 입법조사처 ‘자사고 정책의 쟁점·개선과제’ -전북도 기준 점수 80점은 ‘형평성’ 어긋난 평가

     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우려를 드러냈다.

27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자사고 정책의 쟁점 및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자사고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고를 폐지했을 때 고등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고 자칫하면 강남 8학군 등 과거 교육열기가 뜨거웠던 지역 위주로 학력 격차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니들 자식들은 왜 외고 보내는데?
일반고 의대 많이 보내면
무슨 핑계로 폐지할까
(에스엔에스 미디어 편집자주)

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우려를 드러냈다. /조선일보 DB

국회 입법조사처가 정부의 자사고 폐지
실제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따른 혼란은 커지고 있다. 최근 시·도교육청이 24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운영성과(재지정) 평가를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자사고 3곳에 대한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등이다. 재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자사고는 반발해 교육당국을 재량권 남용 등으로 고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자사고 학부모들도 지정 취소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최종 권한을 교육부가 갖고 있어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소송전도 우려된다. 현행법상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시·도교육청이 우선 실시한 뒤, 지정 취소에 해당하는 점수가 나오면 교육부로 전달한다. 최종적으로는 교육부 장관이 교육청의 지정 취소 결론에 동의해야 지정이 취소된다. 일부 교육감은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혼란은 오는 7월 둘째 주 서울의 자사고 평가 결과가 나오면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시·도교육청이 이번 재지정 평가를 무리하게 진행했다는 지적을 내놨다. 우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가 달랐던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자사고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고등학교의 구분에 따른 학교 유형의 하나”라며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과 지정 취소에 대한 전국적 공통성과 형평성을 유지하려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북도교육청이 재지정 평가 기준 점수를 교육부 권고인 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상향해 전주 상산고를 평가한 것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지정 또는 지정 취소 권한을 교육감이 갖도록 하자는 요구도 무리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유지연 국회 입법조사관은 “자사고는 법률로 정한 고등학교 유형의 하나”라며 “법률에 따라 설치된 고교에 대한 처우를 지방 교육감이 결정하는 것은 법질서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자사고를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보다 운영을 개선해 일반고와 함께 경쟁하는 고교체계 구축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사고의 개선과제는 ▲학생·학부모 수요보다 많은 정원 ▲서울 등 특정지역 편중 ▲자사고 지원 학생의 일반고 중복지원 ▲자사고 학생 선발방법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지원 부족 등이다.

유 조사관은 “문재인정부의 대선 당시 공약은 설립목적 달성이 어려운 특목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해 자사고와 일반고, 특목고를 고교입시 단계부터 경쟁하도록 하는 내용”이라며 “자칫 강남 8학군 부활 등 일반고 경쟁력 강화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일반고와 자사고의 균형 있는 발전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고교평준화제도 아래서 우수 학생들이 몰리는 자사고를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면, 강남 8학군의 입시 성적이 우수한 일반고들이 자사고의 역할을 대신하게 돼 또다시 교육특구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반고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자사고 폐지 정책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자사고는 기존의 일반 사립고등학교와 달리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에 대해 더 많은 자율권을 보장받는 학교다. 교육부는 지난 2010년 자사고를 “건학이념에 따른 교육과정 운영, 능력에 따른 무학년제, 수업일수 증감 등 학사 운영 자율성을 확대한 고교로 학생·학부모 만족도 증가 등 성과는 확대시키고 사교육비 유발 등 문제는 최소화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이명박정부 당시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하나로 도입돼 수가 대폭 늘었고, 2002년부터 운영한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상산고, 해운대고 등 자립형사립고 6곳은 자사고로 전환됐다. 2019년 월 현재 42곳이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올해 평가를 받는 곳은 24곳으로, 서울이 13곳으로 가장 많다.
이재 조선에듀 기자
에스엔에스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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