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버스파란버스 파라독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어떤 마을에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은 승용차와 버스 2개만 있고, 주민들이 느끼는 승용차와 버스의 효용(utility)이 동일해서 선택 확률은 각각 50%다. 어느 날 이 마을에 새로운 버스 서비스가 도입됐는데 버스 색깔만 다르고 기존 버스 서비스와 정확히 같다. 즉, 기존 버스는 빨간색인데 새로운 버스는 페인트칠만 파란색으로 했다. 이렇게 마을 주민들의 교통수단이 승용차, 빨간버스, 파란버스 3개로 늘어났을 때 선택확률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유정훈 아주대 교수 


정답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승용차:빨간버스:파란버스=0.5:0.25:0.25’이다. 그러나 교통공학 시험에서 이렇게 단순하게 답하면 기본 점수 이하를 받게 된다. 출제자가 원하는 정답은 빨간버스와 파란버스의 상관관계(correlation)를 지적한 후 ‘IIA(Independence from Irrelevant Alternatives)’를 논하고 교통수단 선택에서 자주 등장하는 로지트(logit) 모형이 선택확률을 모두 3분의 1씩으로 잘못 추정하게 되는 결과까지 제시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바로 ‘빨간버스ㆍ파란버스 파라독스’(Red BusㆍBlue Bus Paradox)다.




이처럼 교과서 내에 존재하는 ‘빨간버스ㆍ파란버스 파라독스’를 현실 세계로 끌어내서 논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현재 발생하고 있다. ‘선교통 후개발’ 원칙을 천명한 3기 신도시 계획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2기 신도시 주민들의 첨예한 반발을 일으켰다. 2기 신도시가 서울의 주거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서울로의 장거리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해주지 못해 과도한 승용차 이용이 보편화됐다. 신도시 대표 주거형태인 아파트는 신도시 착공부터 입주까지 6년이면 가능한 반면에 광역도로와 철도시설의 완공까지는 대부분 10년 이상 걸리므로 입주 초기 4년은 광역버스가 주 대중교통수단 역할을 담당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2기 신도시는 광역철도가 건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광역버스 노선의 신설ㆍ증차 협의마저도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해 교통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거치면 8, 9년 정도 소요되는 3기 신도시 개발일정을 고려할 때 2028년 이후로 예정된 주민 입주 시기와 대중교통 공급 시점을 가급적 일치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실에 기초한 매우 올바른 진단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GTX와 광역철도가 없는 지역에는 입주 초기부터 ‘Super BRT’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S-BRT는 기존 간선급행버스를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경기도 부천 대장지구의 핵심 광역교통대책이다. 


그러나 기존 광역버스서비스를 조금 개선한 것만으로는 승용차 이용객을 뺏어오지 못하고 기존 대중교통 간의 나눠먹기에서 끝난다. 2·3기 신도시 광역교통을 해결하려면 승용차를 포기할 정도의 경쟁력이 있는 신규 대중교통이어야만 한다. 교차로를 무정차로 통과하고 안락한 전용 라운지에 대기하면서 요금은 선 결제하고 곧바로 승하차하는 대용량 전기ㆍ수소차량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GTX처럼 이용객들이 차별성을 뚜렷이 인지할 수 있는 이름도 만들자. ‘총알트랜짓(BTS, Bullet Transit Service)’이면 어떠리. 




지금 우리의 광역교통 이용행태는 영화를 좀 더 잘 보려고 일어선 앞좌석 관객들 때문에 뒷좌석 관객들까지 차례로 일어나다 보니 모든 관객이 서서 영화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서 있는 관객들을 말로만 설득해서 앉힐 수는 없듯이 ‘빨간버스, 파란버스’로는 승용차를 버리지 않는다. 오는 8월에 발표될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의 2·3기 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이 기대된다.

유정훈 webmaster@kyeonggi.com 경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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