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에 과잉 충성하는 한수원..."적자 '양수발전'에 3조원 투자"


“정부 정책에 과잉 충성하는 한수원..."적자 '양수발전'에 3조원 투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에 따라 현재 연 1600억원의 손실을 내는 양수발전소를 3개 지역에 7기를 추가로 더 짓겠다고 14일 발표했다. 한수원이 지역당 평균 사업비 1조원, 총 3조원의 사업비 전액을 부담한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을 낮추며 지난해 10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한수원의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기업인 한수원의 적자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나 세금으로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양수발전소 후보지를 선정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 백지화를 발표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한수원이 주력 사업인 원전은 뒷전인 채 손실만 보고 있는 양수발전에 열중하고 있다"며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지나치게 충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한수원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신규 양수발전소 부지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권택규 양수건설 추진실장, 강태호 부지선정위원장, 오순록 한수원 그린에너지본부장. /한수원 제공


손해 볼 사업에 추가 투자…한수원 "요금체계 개선 협의 중"

한수원은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권택규 한국수력원자력 양수건설추진실장, 오순록 한수원 그린에너지본부 본부장, 강태호 부지선정위원장이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양수발전소 최종 후보부지로 영동, 홍천, 포천을 선정했다. 양수발전은 야간 등 전력이 남을 때 펌프를 가동해 아래쪽 저수지의 물을 위쪽 저수지로 퍼 올린 후 전력이 필요할 때 발전하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양수발전소는 7개 지역의 16기다. 현재 연평균 1기당 100억원, 16기 총 1600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결국 이번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은 손해를 볼 것이 뻔한 데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한수원이 투자하는 것이다. 신규 양수발전소에서는 용량에 따라 지역당 8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동시에 3기를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수발전 건설 비용은 모두 한수원이 부담된다. 한수원은 부족한 자금에 대해서는 별도 조달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발전원의 가격경쟁력도 크지 않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kWh당 전력 구입 단가는 양수발전이 125.81원이다. 원자력(kWh당 62.18원)의 두 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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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발전소 건설로 한수원의 수익률에 타격이 오는 것에 대해 오순록 본부장은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하는데, 요금체계에 문제가 있어 한전, 전력거래소, 전기위원회와 관련 문제점과 요금개선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건설단계에서 가격조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1년까지 2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소를 확보할 계획이다. 향후 추가 건설 여부에 대해 권택규 실장은 "양수발전소 추가 건설 계획은 한수원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정부 판단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양수발전은 한수원 본연의 사업 중 하나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수발전은 발전 원가가 낮은 원자력과 석탄이 기저발전 역할을 하고 여기에서 남는 전력을 활용하는 게 기본 개념인데, 원전 가동률이 낮은 상황에서 양수발전을 늘리는 것이 의미 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 본부장은 "과거에는 남는 기저전력으로 양수발전을 했는데 요새는 부하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하루에도 2~3회씩 양수발전과 펌프를 가동하고 있다"며 "향후 출력변동성이 높은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난다면, 오히려 출력변동을 보완해줄 수 있는 부하전력원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청 양수발전소 하부댐. /한수원 제공


월성 1호기 조기폐쇄 1주년…한수원은 정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충성

한수원이 양수발전 후보지를 발표한 이날은 한수원 이사회가 긴급 이사회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신규 원전 4기 건설 백지화’를 결정한 지 1년 되는 날이다. 지난해 6월 15일 열린 한수원의 긴급이사회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계기가 됐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이후 언론을 처음 부른 자리가 양수발전 후보지 발표회라는 것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부정책에 충성하는 것을 대변해준다. 정 사장은 취임 때부터 한수원을 단순한 원전사업자가 아닌 에너지 종합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회사이름에서 ‘원자력’을 빼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원전업계는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한 원자력학계 교수는 "정 사장 취임 후 한수원이 적자를 기록하고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원전에 대한 오해가 커진 한빛 1호기 사고도 한수원 직원의 기강해이로 비롯된 것인데, 주력사업인 원전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간담회는 마련하지 않고 손실을 보고 있는 양수발전 홍보에 열중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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