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노벨상' 조급증

채민기 문화부 기자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8)는 건축계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1995년에 받은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다. 그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가 최근 관객 3만명을 넘기며 흥행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넥스트 프리츠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청년 건축가가 해외에서 선진 설계 기법을 배우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프리츠커상을 아시아에서 중국 1명, 인도 1명, 일본 8명이 받았고 우리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는 설명과 함께 "우리나라도 프리츠커상을 받을 수 있는 세계적 건축가를 배출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작 건축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차라리 대치동에 '프리츠커상 학원'을 만들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상에만 급급한 정부가 건축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프리츠커상이 무엇이기에 정부가 나서고 건축가들은 냉소할까. '안도 타다오'는 프리츠커상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영화는 안도 말고도 여러 인물에게 카메라를 비춘다. 불가능해 보이는 도면을 실현해내는 시공 책임자, 건축가조차 상상 못한 비전을 제시하는 건축주가 등장한다. 이들은 엑스트라가 아니라 좋은 건축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역이다. 청년 시절 안도가 몇 번이나 오사카 시청을 찾아갔지만 상대도 안 해주더라는 대목에선 공무원의 안목과 열린 자세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프리츠커상도 설계도가 아니라 실제 지어진 건물을 본다. 사실상 건축 과정 전체가 평가 대상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해 적절한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게 건축가의 역할이다. 설계 기법은 그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안도가 자신이 만든 공간을 가리키며 "옛날로 치면 엔가와(緣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 전통 건축의 엔가와는 한옥의 툇마루쯤 된다. 전문대도 못 가고 건축을 독학한 안도가 거장으로 꼽히는 건 일본 전통의 공간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해 보편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프리츠커상에서도 지역성이라는 주제가 발크리슈나 도시(2018·인도), 왕슈(2012·중국) 같은 근래 수상자들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 상이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설계 기법보다는 지역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좋은 건축가의 자질로 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젊은 건축가를 돕는다는 취지가 좋다고 해도 그 목표가 상을 받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건축가를 돕겠다는데 건축가들이 반발하는 상황을 국토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설계 공모전, 시대착오적 법규, 설계자의 아이디어를 갈가리 뜯어고치는 건축 심의…. 해외에서 배워서 상을 타오라고 하기 전에 우리 건축의 척박한 토양을 개선하는 일이 먼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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