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주요 단지 사업 지연 강남권 재건축 침체 언제까지?

잇단 주요 단지 사업 지연 강남권 재건축 침체 언제까지?


    한동안 서울 집값 상승세를 주도해온 강남 재건축 시장이 뒤숭숭하다.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각종 규제를 쏟아낸 데다 서울시 재건축 심의도 늦어져 주요 단지 재건축 사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참다못한 입주민들은 단체행동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에 대한 ‘재건축 도시계획위원회 상정’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은 “지난해 서울시가 요구한 정비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재건축 인허가 의무를 무시하는 무책임한 행정으로 더 이상 피해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우려해 고의로 재건축사업을 장기간 지연시키자 해당단지 주민들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하우징헤럴드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가 거주하는 강남 대표 재건축 단지다.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지 16년가량 지났지만 아직까지 재건축 사업은 답보 상태다. 서울시 첫 심의단계인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퇴짜를 맞은 탓이다. “지은 지 40년이나 돼 누수, 단전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데도 재건축을 막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주민들 불만이다. 송파구 랜드마크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서울시민 다 죽인다, 약속 어긴 박원순 시장’ 등의 항의성 문구를 적은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이 뿔난 것은 새 단지 설계인 국제현상설계공모안 확정 절차가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2017년 서울시 제안에 따라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재건축 설계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현상공모 당선작을 선정한 뒤 그해 4월 조합에 결과를 통보했다. 조합은 이를 단지 설계안으로 의결했다. 


당초 서울시는 공모 후속 과정을 수권소위원회에서 빠르게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심의안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공모안에는 총 36억 원가량이 소요됐다. 조합은 서울시 심의가 계속 미뤄질 경우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안을 폐기할 예정이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쏟아내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 영향이 크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준공 시점 새 아파트 가격에서 추진위 승인 당시 공시가격과 개발 비용,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 등을 뺀 금액(초과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50%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재건축 조합원 1인당 많게는 수억 원씩을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도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에 단지 디자인과 높이, 배치 등을 포함한 사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해 논란이 뜨겁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를 줄이고 도시 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지만 재건축조합의 사업 자율성이 침해되고 결국 사업비가 급증할 우려도 크다. 재건축 초기 단계인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1~14단지, 압구정 재건축 단지 등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때문에 사업 초기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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