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오피스텔에 묻지마 투자를


     서울 구로구에 사는 고영주(57) 씨는 퇴직금을 굴릴 곳을 찾던 중 오피스텔 투자 권유를 받고 고민에 빠졌다. 아파트보다 적은 돈을 들여 분양받아 임대하면 은행 금리보다 수익률이 높다는 지인의 설명에 솔깃했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까 걱정도 드는 탓이다. 세입자도 그렇지만 투자 수익률도 최근에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올해 1분기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3월 말 기준으로 오피스텔 매매가격 대비 보증금과 월세를 고려한 투자수익률은 연 5.46%다.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은 수익률이 연 5.22%, 지방은 연 6.48%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5개월째 동결한 만큼, 단순 계산으로도 연 2%대인 은행 예금 금리를 훌쩍 웃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작은 규모 주택 수요도 늘어난다는 점도 오피스텔 투자를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게 만든다. 감정원이 집계한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하락해 올해 3월 말 95.2까지 하락한 반면, 오피스텔 전세가격지수는 100.1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 상태다.

아파트 등 주택은 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된 반면 오피스텔을 사거나 분양받는 데는 대출 제한이 까다롭지 않다는 점도 오피스텔 투자의 인기를 부채질했다.

그렇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오피스텔 임대를 고려할 경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초역세권이거나 대학교 근처처럼 직장인과 학생 임차 수요가 많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임차인을 찾는데 애를 먹을 수 있고, 가격을 비교하기 쉬운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적정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분양 물량이 2015년을 기점으로 두 배로 늘어난 것도 부담이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2010~2014년 연 평균 3만9800여실이던 전국 오피스텔 분양 물량은 2015~2018년 연 평균 8만700실로 증가했다.



한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월세 수익을 기대한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오피스텔의 공급도 부쩍 늘었다"며 "그동안 누적된 물량 때문에 오피스텔은 공급 과잉에 가까운 상태"라고 전했다.

올해 들어 부동산신탁회사가 시행사로 참여한 오피스텔 분양 26건 중 완판된 사업장은 ‘천안아산 코아루 테크노시티’ ‘동대구역 아펠리체’ ‘송도국제도시 M2블록 호반 써밋’ ‘신제주 연동 트리플시티’ ‘신중동역 랜드마크 푸르지오시티’ ‘광주 첨단 트레비엔 H-CITY’ 등 6곳에 불과하다.

공사에 문제가 생겨도 수분양자의 토지소유권은 확보되는 부동산신탁회사의 대형 오피스텔 분양사업과 달리 중소형 건설사나 시행사의 오피스텔 분양건은 더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오피스텔 가격을 부풀려 분양한 다음 임대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임차인을 찾지 못해도 시행사가 2년 동안 매달 80만원씩 임대료를 대신 지급해 확정수익을 보장한다’는 광고도 그렇다. 적정 분양가가 1억8000만원인 오피스텔을 2억원에 분양한 다음, 더 걷은 2000만원을 쪼개서 지급하면서 수익률을 조작하는 경우가 있다.

오피스텔을 사고팔 때는 세금 문제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으로 ‘주된 용도는 업무용이지만 숙식도 가능한 준(準)주택’으로 분류돼,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실제 용도를 따져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업무용 오피스텔은 과세 기간마다 임대료에 대한 부가세 신고를 해야 하지만, 주거용 오피스텔은 부가세 환급대상이 아니고 부가세 신고도 하지 않는다"며 "대신 주거용 오피스텔을 팔 때는 주택으로 분류해 그에 준하는 양도소득을 산정하기 때문에 다주택자인 경우에는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유한빛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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