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전성시대] 21세기엔, 한지붕 100가족이 산다

21세기엔, 한지붕 100가족이 산다


대기업도 진출한 공유주택


   지난 2일 오후 찾은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지상 15층 규모의 신축 오피스텔 '비엘106'. 1층 40평 규모 '라운지'에는 가운데 소파를 중심으로 컴퓨터 작업도 할 수 있는 대형 테이블, 수제맥주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바(bar), 독립서점 '최인아책방'에서 추천한 500여 권의 책이 꽂힌 책장 등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한 여성 입주민은 지인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고 있었고, 다른 입주민은 컴퓨터를 사이에 두고 동료와 업무 관련 대화에 한창이었다.


이곳은 SK그룹 계열 부동산 개발회사 SK디앤디(SKD&D)가 지난해 11월 문을 연 공유 주택 브랜드 '테이블(t'able)'의 1호점이다. 개인용 독립 주거 공간 외에 라운지·주방·운동공간 등 공용 시설을 제공하는 공유 주택의 상당수는 간단한 조식, 룸 청소, 세탁 등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위에서부터 패스트파이브의 역삼동 ‘라이프 투게더’ 개인 룸, 리베토의 ‘커먼타운 트리하우스’의 여성 전용 개인 룸, 미국 공유 주택 ‘코먼’의 라운지 모습. /패스트파이브·리베토·코먼


'테이블'의 라운지에서도 '프랑스식·아이리시 저녁 식사' 만들어 먹기, 반려식물 입양하기, 설병 만들기 등 클래스와, 각계 전문가의 특별 강연이 열리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입주민 강하라(29)씨는 "강남 역세권에 위치해 판교 직장과도 가까울 뿐만 아니라, 굳이 동호회에 들지 않고도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이웃끼리 네트워킹을 할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 공유 경제 인기에 서울 도심서 '공유 주택' 확산

서울 도심에서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지향하는 공유 주택이 확산되며 판을 키우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공유 경제'가 각광받자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공유 주택 사업에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최근 강남 지역 역세권에서는 오피스텔 형태의 공유 주택이 등장하고 있다.


중간소득 이상의 전문직 직장인, 미혼 여성, 외국인 주재원 등이 이런 공유 주택의 주요 고객이다. 임대료는 보증금 외 월세가 100만원 초반대(강남 지역 기준)로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싸다. 일부 업체는 각종 주거 서비스와 커뮤니티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는 데 별도의 멤버십 비용을 추가로 받는다. 임대 기간은 3개월 등 단기 계약도 가능해 유연한 편이다.


공유 주택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으로는 '커먼타운'을 운영하는 '리베토'가 꼽힌다. 리베토는 코오롱그룹 계열 건설사 코오롱글로벌에서 지난해 1월 분리 독립하며 생겨난 법인이다. 현재 아파트·고급빌라·다가구주택·꼬마빌딩 등을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짓는 방식으로 서울에서 33개 주택에 421개 침실(베드룸)을 보유 중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역삼동에서 문을 연 지상 8층, 72실 규모의 '커먼타운 트리하우스'가 대표적이다. 리베토 관계자는 "프로그래머들처럼 특정 직군이 모여 살면서 함께 일하는 빌딩 등 다양한 형태의 공유 주택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600개 이상 침실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SK디앤디도 테이블 1호점의 인기에 힘입어 사업을 대폭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0월 서울 성수동에서 지상 10층, 94실 규모의 테이블 2호점 문을 여는 데 이어, 2021년 하반기까지 서울 서초동, 수유동, 신촌에서 총 2000실에 해당하는 공유 주택을 추가로 개장할 예정이다.


대기업, 스타트업 진출 잇따라

스타트업들의 공유 주택 사업도 활발하다. 국내 최대 공유 오피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는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구 지하철 선정릉역 인근의 130실 규모 16층 오피스텔을 통째로 임차해 마련한 공유 주택 '라이프 투게더(Life Together)'의 입주민을 맞이하고 있다. 6~8평 규모의 개인 공간은 취향대로 내부 인테리어를 선택할 수 있고, GX룸(그룹 운동 공간), 루프탑, 라운지 공간 등을 갖추고 청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기업들이 운영하는 오피스텔형 공유주택 

부동산정보 플랫폼업체 직방도 지난달 26일 국내 최대 셰어하우스 전문기업 '우주'를 인수하며 공유 주택 사업에 진출했다. 2012년 설립된 우주는 단독·다가구 주택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에 77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우주와 손잡고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1인 주거 서비스를 만들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유 주택 시장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외국에서는 공유주택이 청년들의 도심 주거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기업체의 투자와 지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도 좋은 입지를 선점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공유 주택 기업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유주택

1인 가구가 개인 방 등 독립된 공간을 가지면서 라운지·주방·운동 공간 등의 공용 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임대주택이다. 겉보기엔 일반 오피스텔과 큰 차이가 없지만, 혼자 사는 입주민들에게 커뮤니티 공간과 취미·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해 교류를 독려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꼽힌다.

이송원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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