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가장 괴롭히는 '질병 둘'

5년간 800억건 '질병부담' 조사


    10년 넘게 당뇨병을 앓고 있는 63세 남자 최모씨는 택시 기사였다. 


3년 전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피부 궤양이 생겼다. 동맥경화가 심해져 엄지발가락 동맥이 막힌 결과로, 대표적인 당뇨 합병증, 이른바 '당뇨 발'이다. 좁아진 동맥을 넓히는 혈관 시술을 수차례 받으며 버텼지만, 최근 엄지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이제 택시 기사 생활도 접었다. 척추관 협착증을 앓고 있는 이모(69)씨는 바깥 출입이 힘들다. 100m만 걸어도 다리에 쥐가 나는 듯한 느낌과 요통 때문에 주저앉아 한참을 쉬어야 한다. 2년 전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는 수술을 받았지만, 허리 통증은 여전하다. 사람들과 교류가 뜸해지면서 우울증도 오고 있다.



요통과 당뇨병, 한국인 가장 괴롭혀

한국인이 평생 살면서 어떤 질병 때문에 시달리고, 장애로 고생하고, 일찍 죽게 되는지에 대한 분석인 '질병 부담' 연구에서 척추질환 등으로 인한 요통과 당뇨병이 압도적인 점수로 1·2위를 차지했다. 고려대·울산대·이화여대·경희대 예방의학 공동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800여억건의 국민건강보험 전 국민 의료이용 통계를 분석해 질병 부담 연구를 마치고 논문과 보고서를 관련 학회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한국인이 흔히 걸리는 288개 질병을 대상으로 기대 여명보다 일찍 사망해 입은 손실과 질병으로 장애가 생기거나 활동성 감소로 입게 되는 손해 등을 합한 점수로 순위를 매겼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통계, 통계청 사망자 자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자동차 사고나 상해에 대한 병원 퇴원 데이터 등도 분석했다.


그 결과, 요통(1위)과 당뇨병(2위) 다음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다. 허파꽈리에 이어진 미세 기관지가 만성 염증으로 두꺼워져 호흡 공기가 허파꽈리로 전달이 잘 되지 않는 병이다. 말년에는 집에서도 산소통을 끼고 살아야 할 처지가 된다.


4위는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질환이다. 기대 여명보다 조기 사망하는 경우도 많고, 위기를 넘겼더라도 심장 박동 힘이 떨어지는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5위는 관절이 닳아 없어지는 퇴행성 골관절염이다. 인공관절수술을 받게 되거나, 통증으로 생활 활동 폭이 확연히 줄어든다. 6~10위는 뇌경색, 간경화, 낙상, 치매, 교통사고 등이었다.


최근 잇따르는 강력 범죄로 관심이 커진 조현병은 16위다. 대개 20대 초반에 발병하고, 완화와 악화를 반복하며 투병 기간이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이 크다. 교통사고 질병 부담은 10위로 치매(9위) 다음으로 높다. 뒷좌석에서도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건강 장수에 매우 중요하다. 암(癌)은 완치되면 장애 없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질병 부담 값은 대체로 낮다.




70·80대 땐 치매와 뇌경색이 큰 부담

열 살 이전에는 근시 등 시력장애가 골칫거리다. 거기에 남자아이는 천식, 여자아이는 충치로 힘들어한다. 10대는 척추 디스크로 인한 요통과 낙상이나 부상이 주요 변수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데다, 한편으로는 신체 활동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20대의 경우 남성은 교통사고와 조현병, 여성은 낙태와 불임이 변수다. 30대부터 남성에게 당뇨병이 부담 1위로 오른다. 40대는 요통이 떠오르고, 여성에게 골관절염이 등장한다.


50대는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건강 유해 요인이 누적됐다가 폭발하는 시기로, 심장·간·뇌 질환이 많아진다. 여자는 심장병 보호 역할을 했던 여성 호르몬이 폐경 후 줄면서 심장 질환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60대는 남녀 공히 당뇨병이 최대 위협 요인이 된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이 나이대 한국인은 혈당을 관리하는 췌장 용량이 작은데, 과체중·과식·운동 부족 상태가 이어지다 췌장 부담이 높아져 당뇨병이 급증한다. 70대와 80대는 뇌질환의 시기다. 치매와 뇌경색이 부담 1·2위를 차지한다. 70대 남성에게 폐암 발생이 많아지고, 근골격계가 약해진 80대 여성에게는 낙상이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 된다.


연구 책임자인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 윤석준 교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치매 질병 부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이어 치주질환, 전립선 비대증이 늘어났는데, 이는 고령화를 반영한다"면서 "질병 부담 순위에 따라 국민 보건의료 예방 정책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04/201905040015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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