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덜 올린 지자체…감사 하겠다는 국토부/깜깜이 공시가에도…정부선 "더 올려라" 압박


공시가 덜 올린 지자체…감사 하겠다는 국토부


정부 "오류땐 시정" 초강수

與 소속 지자체까지도 반발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한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대해 중앙정부가 감사와 재검증에 나섰다.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정부가 산정한 표준 단독주택 상승률과 큰 격차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공시가격 급등을 우려해 지자체들이 인위적으로 상승률을 낮춘 것을 의심해 칼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조세 부담 상승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갈등이 본격 점화될 태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주민열람이 시작된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점검을 통해 명백한 오류에 대해 지자체에 시정을 요구하고, 공시가격 산정·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한국감정원을 감사하도록 지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감사는 국토부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을 통해 조사한 올해 서울 주요 자치구의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관할 지자체가 조사한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예정안) 상승률이 5%포인트 이상 낮게 나타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통상적으로 표준 단독주택보다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오름 폭이 낮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올해는 역대 최대급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국토부는 시군구 개별 주택 공시가격(안) 산정 결과에 대한 감정원의 검증 내용이나 절차 등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관련해 검증업무 전반에 걸쳐 감사·조사에 착수하고 문제점이 드러나면 엄정 조치할 태세다. 국토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비교 표준주택 선정에 명백한 오류가 있거나 가격 결정 과정에서 부적절한 점이 발견되면 이달 30일 최종 공시 전까지 시정하도록 지자체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전국의 단독주택 가격 공시는 우선 표준 단독주택 22만가구를 뽑아 전문기관인 감정원이 공시가격을 매기게 하고, 이후 나머지 개별 주택은 지자체가 표준 단독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표준 단독은 국가기관인 감정원이 산정하는 데 비해 개별 단독은 지자체가 정하면서 주민 민원을 의식해 개별 단독 가격을 표준 단독보다 낮게 산정했다는 것이다. 개별 단독 가격을 다시 감정원이 검증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번에는 두 유형 간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가격과 관련해 적정성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시업무 전반에 대한 실태 점검을 거쳐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깜깜이 공시가에도…정부선 "더 올려라" 압박


지자체에 으름장 놓는 국토부


지자체 "중앙정부 월권"

국토부 "감독권한 있다"

양측 충돌 갈수록 커져


   국토교통부가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점검해 오류가 있다면 시정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압박에 나선 이유는 높아지는 가격 적정성 논란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표준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고 "산정 과정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정부는 줄곧 "공정하게 매겼으니 정부를 믿으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 각 구가 계산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과 차이가 심하게 나자 적정성 논란은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났다. 




`감사 착수`까지 동원한 국토부의 강경 대응은 논란이 커지는 것을 완전 봉쇄하겠다는 목적이 깔린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한 지자체와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단독주택 가격을 책정하는 권한이 지자체에 있는지 여부를 `애매하게` 규정한 현행 법 체계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서울시 주요 지역 개별단독주택 공시가 상승률과 정부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최대 7.6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35.4%나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용산구의 개별단독주택 상승률은 27.75%에 불과하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31.24% 급등한 마포구의 개별주택 상승률은 24.67%,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35.01%였던 강남구 개별주택 상승률은 28.9%로 둘의 차이가 6%포인트 넘게 벌어졌다. 


개별단독주택은 1월 말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이 산정·발표한 표준단독주택을 근거로 지자체가 계산해 감정원의 검증을 거친 후 주민 의견을 받아 4월 말 확정 발표한다. 지자체 판단도 작용하지만 기본적으로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거나 떨어지면 그에 비례해 개별주택 가격이 변동되는 구조다. 따라서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표준주택 공시가격보다 상승률이 낮은 사례가 일반적이었지만 보통 1~2%포인트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격차가 `역대급`이라는 게 부동산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용산구의 표준주택과 개별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각각 10.41%, 8.84%로 격차가 1.57%포인트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주택을 검증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국토교통부 장관은 표준주택가격과 개별주택가격의 균형 유지 등 적정한 가격 형성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개별주택가격 결정·공시 등에 관하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을 지도·감독할 수 있다(제17조 7항)"고 명시돼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서울 주요 지자체 관계자들은 개별단독주택 가격 산정은 지자체 고유 권한인 만큼 국토부의 이번 조사가 지나친 월권이란 반응이다.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산정한 공시가격 문제로 지자체를 조사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균형을 맞추는 차원에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도 표준단독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게 국토부 기준표를 따르고, 국토부가 최종 승인을 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도 "구민들이 낸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개별단독주택 가격을 산정한 것"이라며 "개별 사례에 맞게 억울한 일이 없도록 살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초 재건축 부담금 예정금액을 놓고 지자체와 국토부 사이에 `힘겨루기`가 벌어졌던 현상과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 재건축단지 중 가장 먼저 예상 부담금을 산정한 반포현대 조합이 서초구청에 부담금 850만원을 제출했는데, 국토부가 계산 과정이 잘못됐다며 다시 검증해 7000만원까지 올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공시가 인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공시가 적정성 논란이 커지자 중앙정부가 개별단독주택 산정 과정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극약 처방`을 내린 듯하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책정한 표준주택 가격은 개별 소유주가 이미 확인까지 마친 상황"이라며 "만일 가격이 조정된다면 반발이 엄청나게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동우 기자 / 정지성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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