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주민 갈등으로 수도권 송전선 건설 1년째 멈춰


한전-주민 갈등으로 수도권 송전선 건설 1년째 멈춰


기존 송전선서 15.7mG 전자파

주민 "고압송전선 추가로 피해 커"


한전 "전자파 기준치 미만

공사중단 15억 손해·정전사고 우려"


    수도권 지역의 안정적 전기공급을 위해 추진되던 인천시 부평구와 경기도 광명시를 잇는 고압 지중 송전선 건설공사가 한전과 주민 간 갈등으로 1년째 중단되고 있다.


일요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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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는 정전사고 우려가 있고 공사중단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이 커 조속히 공사를 재개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송전선이 지나는 지역의 주민들은 전자파 피해를 주장하며 선로 위치와 깊이 등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1년째 멈춘 수도권 송전선 공사…"정전사고 우려"

2일 한국전력공사 경인건설본부 등에 따르면 한전은 인천과 수도권 서부지역의 전력 과부하와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갈산에너지센터(변전소)에서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신광명에너지센터까지 17㎞ 구간에 345㎸ 지중 송전선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6월 토목공사를 시작했으나 고압 송전선이 지나는 지점 주민들의 전자파 피해 우려로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인허가를 내주지 않아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됐다.

한전은 지중 송전선 공사를 하려고 경기도 부천시에 도로점용허가 신청을 했으나 부천시는 여러 차례 보완을 요구하면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한전은 지자체가 마땅히 내줘야 할 허가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부천시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지난해 11월 16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전은 올해 2월 1심에서 승소했으나 부천시가 이달 7일 항소하면서 공사중단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3월 시작된 송전선 케이블 공사도 선로가 지나는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지역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같은 해 7월 중단됐다.


지중 송전선이 지나는 터널을 뚫기 위해 굴진장비(Shield TBM) 등을 빌린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되다 보니 손해액이 15억원 수준까지 누적됐다는 것이 한전측의 설명이다.


장비대기료와 공사현장관리 필수인력 인건비 등 공사중단에 따른 손해액은 하루 500만원, 한 달 1억5천만원 정도라고 한전은 밝혔다.


한전은 송전선 건설 지연이 인천시 부평구와 경기도 부천시 등 지역의 정전사고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전 경인건설본부 관계자는 "345㎸ 송전선 건설 사업은 인천과 부천지역 전기사용이 늘어나 선로를 추가로 끌어오려는 목적"이라며 "선로 연결이 안 된 상태로 기존 송전선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전기를 끌어올 방법이 없어 정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대 15.7mG 전자파…피해 우려하는 주민들

인천시 부평구와 경기도 부천시 지역 주민들은 송전선이 지나가는 터널인 '전력구' 위치가 아파트 등 주거지역 바로 앞인 데다 깊이도 지하 8m에 못 미쳐 전자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전력구 위치 등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154kV 송전선이 지나는 해당 전력구에 추가로 345㎸ 송전선을 설치할 경우 주민들이 심각한 수준의 전자파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다른 구간은 전력구를 지하 30∼50m 깊이에 뚫지만, 부평구 삼산동부터 부천 상동까지 2.5㎞ 구간은 지하 8m 깊이에 있는 기존 전력구를 활용키로 해 논란이 됐다.


주민들은 기존 154kV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량도 건강에 위협을 주는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등의 요구로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12월 154kV 송전선과 인접한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아파트단지에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최고 15.7mG(밀리가우스)가 나왔다.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사람이 전자파에 노출되는 양이 평균적으로 1.5mG 미만이라며 이 같은 전자파 수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파 피해를 우려한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은 아파트단지 인근 공원 등에서 집회나 행진을 하면서 전력구 위치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은옥 삼산동특고압주민대책위 위원장은 "겨울철에 전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름철에는 앞서 측정한 전자파의 2배인 32mG 이상 수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154kV만 있어도 백혈병 발병 등이 우려될 정도로 높은 전자파 수치가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로 345㎸ 송전선을 설치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송전선이 지나는 부천 상동지역 주민들도 '특고압결사반대 학부모연대비상대책위'라는 단체를 구성하고 집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전은 주거지역에서 측정된 전자파 수치가 정부가 설정한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인 833mG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인체에 영향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자파 국제 기준은 2천mG로 국내 기준보다 더 높다"며 "이런 점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보고 있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중단 1년 만에 협의체 구성

한전은 공사중단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대표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칭)갈등조정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 의뢰해 전자파를 측정한 뒤 인체 유해성 여부 등을 확인하고 전자파 저감 방안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부천시의 경우 지난달 26일 주민대표단 6명이 선출됐고, 이달부터 한전 등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부평구도 지역 대표성이 있는 인사 등을 중심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한전과 주민 간의 의견 차이가 커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주민들은 송전선 위치를 주거지와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지하 30m 이상 깊이로 매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위하면 반대 급부?

상습적 사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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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인천본부 앞 주민 집회/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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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옥 삼산동특고압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지중선이 들어가는 전력구의 위치가 아파트 바로 앞이라 거리를 두도록 해야 한다"며 "전력구를 최소 지하 30m 이상으로 매설해서 송전선을 넣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주성 특고압결사반대 학부모연대비상대책위 위원장은 "지중선로를 상동 주거지역에서 우회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만약 우회가 어렵다면 지하 40∼50m 깊이로 전력구를 매설하고 기존 154kV 송전선로도 이곳으로 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전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이행하려면 550억원 이상이 더 투입돼야 하고 공사 기간도 2∼3년 정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한전 경인건설본부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이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으나 모든 것을 열어놓고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전자파 저감 방안도 마련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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