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대한민국 경제] 제조·서비스·건설지표 모두 추락…구조적 경기침체 시그널


제조·서비스·건설지표 모두 추락…구조적 경기침체 시그널


설비투자 10.4%나 줄어

63개월만에 최대폭 추락

재고는 늘고 출하는 줄어


경기동행·선행지수 동반하락

역대 최장 9개월째 연속

전문가 "부양책 약발 안먹혀"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이른바 `트리플 감소`가 재현됐다. 우리 경제는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고, 앞서 5월에는 건설기성까지 포함한 산업활동 4대 지표가 모두 감소한 바 있는 만큼 생산과 지출(소비·투자)의 동반 부진 자체만으로 경천동지할 일은 아니다. 


사진설명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하지만 트리플 감소의 세부 항목을 들여다본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 악화가 일시적 경기 부진의 재현 정도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구조적 경기 둔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사실상 확인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경기 선행·동행지수도 역대 최장 기간 동반 하락 기록을 고쳐 쓰고, 실물경제 활력의 최전선인 생산 분야의 하위 지표들이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다.


2월 전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감소한 가운데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등 모든 영역에서 지표가 하락세를 보였다. 2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2%로 전월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재고는 0.5% 늘고, 출하는 2.1% 감소하면서 제조업 재고·출하비율은 114.5%로 전월 대비 3.0%포인트 상승했다. 운동선수로 따지면 일시적인 컨디션 난조에 따른 성적 부진이라기보다 근본적인 체력 소진과 실력 저하에 따른 경기력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모처럼 트리플 증가세를 보인 1월 대비 기저효과와 2월의 설 명절 효과로 2월 생산·소비·투자 지표의 감소세가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생산과 소비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도 각각 1.4%, 2.0% 줄어들었고, 1년간 설비투자 감소 폭은 26.9%에 달했다. 올해와 지난해 설 연휴는 모두 2월이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구조적 장기 침체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확실히 더 지지를 받게 됐다"고 해석했다. 김 실장은 "작년 1월과 2월에도 경기가 나빴던 만큼 웬만하면 올해는 기저효과로 `숫자만이라도`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나야 할 텐데 그렇지 못했다"며 "어제오늘의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장기 침체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미래 전망이 비관적인지 낙관적인지 가늠하는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10.4%나 감소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전월비 감소폭으로는 63개월 만에 최대치다. 2월 기준으로 지표를 비교하면 설비투자는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2009년 1월 -28.9%를 기록한 이후 최악이다. 특수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와 선박 등 운송장비가 각각 전월 대비 11.5%와 7.1% 감소한 것이 설비투자 감소의 원인이었다. 


반도체 생산의 선행지표인 기계류 중 반도체 제조용기계 수입액이 2월 기준 3520만달러로 전년 동월(996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점도 주목된다. 향후 반도체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그동안 성장을 이끈 반도체가 생산이 감소했고, 자동차도 좋지 않은 등 제조업 전반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설비투자 같은 경우 반도체 투자 이후에 새로운 설비투자가 지금 이뤄지는 상황은 아니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의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98.7을 기록했다. 6개월 이후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3포인트 하락해 98.3까지 내려갔다.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연속 동반 하락 중이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최장 기간 동반 하락 기록을 다시 한번 갈아치운 것이다. 


특히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속수무책`이란 진단까지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한다고 해도 좋아지긴 어렵다"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수출인데, 정부가 국제 반도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같은 정책을 유턴시켜야 하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석우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