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왜곡해 洑 해체 결정했나


데이터 왜곡해 洑 해체 결정했나


광우병·천안함·사드 사태 때 '공포 마케팅'에 '괴담' 횡행

"洑 해체 지하수 영향 10배 이상" 사실 왜곡하면 언젠간 들통나


박은호 논설위원


   과도한 신념은 종종 이성의 눈을 멀게 한다. 기후변화 운동으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9년 미국 LA 테드(TED) 강연장 한쪽 구석. 고어는 '움직이는 물방울 도표'를 만들어 유명해진 스웨덴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을 몇 차례나 '압박'했다. "(대중에게) 두려움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미래에 닥칠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당신의 물방울 도표로 만들어주세요."(고어) "그럴 수는 없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없으니까요."(로슬링)




로슬링은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린 고어는 나의 영웅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나 사실을 과장해서라도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겠다는 고어의 요구를 끝까지 거절했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사람들을 겁주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로슬링의 신간 '팩트풀니스(factfulness)'에 나오는 일화다.


사실 비틀기, 과장, 왜곡으로 사람들 겁주기에 능한 이들이 국내 일부 좌파 성향 환경·시민단체, 정치인들이다. 한·미 FTA와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 사태 등에서 '뇌 송송 구멍 탁'처럼 '공포 마케팅'을 하거나 수없는 괴담(怪談)을 만들어냈다. 현 정부 들어선 사드(THAAD) 배치, 탈원전을 놓고 겁주기가 횡행했다. 인체 허용 기준의 1%도 안 되는 전자파, 방사선을 놓고 "사드 전자파에 몸이 튀겨진다"고 하고, "북태평양산 명태·고등어·대구는 앞으로 300년간 먹지 말라"고 턱도 없는 선동을 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축구장 한 개 숲이 사라지는데도 태양광발전소는 계속 늘려야 한다는 환경단체들이 있다. 그런데 사드 전자파는 그렇게 문제 삼더니 '태양광 전자파'는 전혀 문제없다는 식이다. 태양광 패널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사드 전자파처럼 무시해도 될 만큼 낮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버터 근처에서는 기준치의 20%에서 많게는 두 배 가까운 전자파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환경단체가 태양광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동안 그 흔한 시위 한번 하는 걸 보지 못했다. '환경 겁주기'도 내로남불인가 싶다.


사실보다 이념, 과학보다 신념이 앞선 건 4대강 보(洑) 해체 결정도 마찬가지다. 26일 공주보 지역 주민 토론회에서 "필요할 때 보 수문(水門)을 열고 닫으면 되지 왜 보를 해체하느냐"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홍수 때는 수문을 열면 되고 가뭄 땐 물을 채워 농업용수로 쓰는 보 본연의 기능을 살리면 된다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런 주장이 통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금강·영산강에 있는 3개 보 해체 판단을 내린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15명 위원 가운데 환경부 공무원이 7명이다. '4대강 재자연화에 속도를 내라'는 문재인 대통령 주문을 거역하기 불가능한 구조다. 8명 민간위원도 5명이 환경단체 출신이거나 4대강 사업 반대론자로 구성됐다. 처음부터 결론은 뻔한 거였다고 봐야 한다.


왜곡과 과장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 있다. 특히 3개 보 해체 결론을 내린 경제성 평가에서 평가 기준과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사용한 것은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조사평가위가 '보 해체→지하수 수위 하강'으로 농사에 차질이 예상되는 범위를 강 양쪽 500m씩으로 한정한 게 대표적이다. 하천 전문가들 생각은 전혀 다르다. "금강 전역과 영산강 일부 지역은 모래흙으로 된 충적층이 많아 강에서 5~10㎞ 넘는 지역까지 지하수 수위가 내려갈 수 있다"고 한다. 사실이 이렇다면 지하수 대책 비용이 늘어나면서 보 해체 결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박은호 논설위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6/20190326035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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