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대재앙으로 다가오는가?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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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대재앙으로 다가오는가?

2019.03.15

아침에 창문 밖으로 맑게 잘 보이던 남산의 서울타워가 희뿌연 대기로 가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는 날이 늘고 있습니다. 외출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면 맑고 시원한 공기가 아닌 뿌연 먼지가 맞이하는 날이 많습니다. 매일 스마트폰 앱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준을 자주 알아보고 있는데,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순까지 초미세먼지 수준이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나쁨에서 최악의 수준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8일 저녁부터 보통과 양호 수준이 뜨기 시작하며 미세먼지로 불안한 마음이 조금 나아지다가 다시 나쁨 수준으로 자주 바뀌는 것을 보며, 갑자기 미세먼지가 ‘대재앙’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M(Particulate Matter의 약어)으로 나타내는 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지름이 10μm(1μm=100만분의 1미터) 이하인 PM10(미세먼지)과 2.5μm 이하인 PM2.5(초미세먼지)로 구분됩니다. 초미세먼지의 지름은 머리카락 지름의 1/20보다도 작은 크기입니다.  

대기오염정보에서 미세먼지 농도는 1m3의 대기 중에 포함되어 있는 양을 μg/m3(1μg=100만분의 1그램) 단위로 나타내며, 농도의 등급에 따라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으로 구분하여 예보되고 있습니다(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참조; www.airkorea.or.kr). 

우리나라의 현행 미세먼지 기준치는 WHO의 기준치와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표 참조>. 한 실례로 PM10 농도가 70μg/m3․일이거나 PM2.5 농도가 30μg/m3․일 경우 우리나라의 기준으로는 ‘보통’ 수준이지만 WHO 기준으로는 ‘나쁨’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WHO 기준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WHO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사용할 경우 ‘나쁨’으로 표기되는 날이 너무 많아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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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등급 기준 비교

WHO의 기준에서 미세먼지 농도는 각 단계가 다시 두 단계로 나누어 8단계로 구분이 됩니다. PM10의 경우 ‘좋음’은 0~15 최고 좋음, 16~30 좋음, ‘보통’은 31~40 양호, 41~50 보통, ‘나쁨’은 51~75 나쁨, 76~100 상당히 나쁨, 그리고 ‘매우 나쁨’은 101~150 매우 나쁨, 151 이상은 최악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PM2.5는 ‘좋음’은 0~8 최고 좋음, 9~15 좋음, ‘보통’은 16~20 양호, 21~25 보통, ‘나쁨’은 26~37 나쁨, 38~50 상당히 나쁨, 그리고 ‘매우 나쁨’은 51~75 매우 나쁨, 76 이상은 최악으로 구분됩니다.

WHO 기준으로 최악 수준이 이어지는 미세먼지가 국민의 건강과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재앙’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8명이 미세먼지로 크게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한 '2018년 올해의 과학기술 10대 뉴스'에 '미세먼지와의 전쟁'이 1위, '플라스틱의 역습'이 2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심화되고 있는 미세먼지의 영향에 따른 대기오염을 지칭하는 말로 지구의 대재앙을 의미하는 ‘에어포칼립스’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기 대재앙’이라고도 불리는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는 공기를 뜻하는 ‘air’와 재앙 또는 종말을 의미하는 ‘apocalypse’의 합성어로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013년 1월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중국의 대기오염 상황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신조어입니다. 당시 베이징의 PM2.5 농도가 993μg/m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WHO의 기준치 ‘보통’인 25μg/m3의 약 40배에 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자동차에서 뿜어 나오는 매연,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가스 등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발생원은 국내 요인이 50~70%, 중국이나 몽골로부터 날아오는 황사나 스모그와 같은 국외요인이 30~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디젤 차량은 가솔린 차량에 비해 수십 배 많은 유해 물질을 배출하며, 전체 미세먼지 중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PM2.5는 담배 연기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가스레인지에서 고등어와 같은 생선구이를 할 때도 많이 발생합니다.

봄철 황사와 함께 찾아오던 불청객이 아니라 사철 방문객이 되고 있는 미세먼지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시 대응 방안으로 ▲외출은 가급적 자제하기,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 착용하기, ▲외출 시 대기오염 심한 곳 피하고, 활동량 줄이기, ▲외출 후 귀가해 깨끗이 씻기, ▲물과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야채 섭취하기, ▲환기, 실내 물청소 등 실내 공기질 관리하기, ▲대기오염 유발행위 자제하기 등 7가지 요령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요령이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 습관화해야 할 상식입니다.

우리는 미세먼지의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이기도 합니다.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에어포칼립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범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의 배출원을 정확하게 밝히고, 대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장기적 환경정책을 제대로 마련해 시행해야 합니다. 어린이와 노약자 등 취약계층의 건강관리는 물론 시민건강에 대한 미세먼지 영향 조사와 환경보건 분야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대폭적인 확대도 필요합니다.

개개인은 물론 시민 단체, 관련 학회, 산업계, 정책 유관기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참여하여 ‘공기 대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미세먼지에 효율적 대응책과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장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대학의 미세먼지 관련 학과나 연구기관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에 대한 대중교육에 적극 나서야 하며, 언론매체도 미세먼지의 실체와 영향에 대한 올바른 사회인식 확산에 앞장서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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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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