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재앙] 하재주 전 원자력硏 원장 “사퇴 거부하자 과기硏 이사장 찾아와 ‘윗선 뜻’ 압박”


[인사 재앙] 하재주 전 원자력硏 원장 “사퇴 거부하자 과기硏 이사장 찾아와 ‘윗선 뜻’ 압박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출연 연구기관장들에 대한 정부의 사퇴 압박이 있었다는 당사자 증언이 13일에 나왔다.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이다.


하 전 원장은 이날 채널A에 출연해 지난해 11월 20일 돌연 사임한 이유에 대해 “이미 7월부터 여러 차례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였다.


 

하재주 전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에서 지난해 사임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윤신영 기자


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원자력 기술과 안전, 방사선 관련 연구를 한다. 하 전 원장은 1992년부터 연구원 생활을 한 정통 원자력 전문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의 원자력정책개발국장을 맡을 정도로 국내외 학계에서 인정받던 인물이다. 그는 NEA 국장 임기를 남긴 상태에서 귀국해 2017년 3월 원자력연 원장에 취임했다.


하 전 원장에 따르면 사퇴 압박은 2018년 7월 시작됐다. 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 국장으로부터 ‘잘못이 없는 것도 알고 있고 주변에서 열심히 잘했다는 평을 듣는 것도 알지만 정무적 판단이므로 그만둬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하 전 원장은 “담당 국장은 ‘안타깝지만 위에서 그만두라 한다. 나는 전달자일 뿐’이라며 이해를 구했고 이날 둘이서 늦은 밤까지 통음하며 위로했다”고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당시 논란이 되고 있던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책임이었다. 원자력연구원은 1997~2008년 서울 공릉동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3’를 해체한 뒤 연구원에 보관하던 방사성 차폐용 납과 2004~2011년 원자로 연구시설을 해체한 뒤 나온 폐기물 등을 무단으로 처분한 사실이 드러나 질타를 받고 있었다. 하 원장이 재직하기 전의 일이었다. 하 원장은 오히려 이런 문제를 적극 발견해 시정하자는 의미로 추가로 문제점을 발굴하기도 했다.


며칠 뒤 하 전 원장은 진상을 알고자 이진규 전 제1차관을 찾아가 재차 이유를 물었다고 했다. 하지만 “’미안하게 됐다. 돌이킬 수 없다. (표면적 이유인) 폐기물 외에 다른 이유는 모르겠다’는 답을 들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사퇴 시기를 묻자 "가능한 빨리. 일주일 내"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하 전 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6일 정부 출연연을 총괄 관리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원광연 이사장이 찾아왔다. 하 전 원장에 따르면 원 이사장은 “3개월 동안 사퇴 요구를 막아줬지만 이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 사퇴 안 하면 해임한다. 절차가 뻔하지 않으냐”고 했다. 이후 사퇴 종용을 계속 받았다는 하 전 원장은 “거의 매일 연락을 받았다. 어디서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BH(청와대)’라고 답했다. 청와대 과기보좌관이냐라고 묻자 ‘더 위’라는 답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 전 원장은 11월 30일자로 사임시키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자 이보다 빠른 20일에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당시 사회적으로 시끄럽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건과 같은 날 사임시킨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문제를 일으켜 나가는 모양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고 더 이상 기다리는 것도 싫어 바로 앞당겨 사임하겠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용당하는 기간에 해임 운운하는 말을 듣는 게 못내 수치스러웠다”며 “잘못이 있다고 하면 따지기라도 해볼 텐데 잘못이 없다고 하니 따질 것도 없었다. ‘기관장은 정치적 자리니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맞다’라는 말도 하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2017년 3월에 원장이 됐고 그전엔 국제기구에 나가 있었기에 전 정권과 아무 연관이 없다. 기관장으로서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반대한 적도 없다”며 “예산을 아예 끊으려 하던 원전 재처리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과 차세대 원전인 고속로 연구 예산을 국회를 찾아다니며 3년간 한시적으로 살린 일과, 국회에서 에너지 정책에 대해 질의 받았을 때 ‘한국이 찬밥 더운 밥을 가릴 때는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원자력발전의 필요성을 긍정했던 일이 혹시 미운 털이 박힌 게 아닌가 싶다. 단지 추측이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동안 (내가 갑자기 그만두게 된) 내막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그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며 "과기계가 정치에 휘둘리는 모습에 경종을 울리는 데 일조하겠다는 마음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고 증언에 나선 배경을 말했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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