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야심작이라더니…] 시행사 부실에 임대료도 못 올려…'사회주택' 곳곳 난맥상

카테고리 없음|2019. 3. 9. 12:28


[서울시 야심작이라더니…] 시행사 부실에 임대료도 못 올려…'사회주택' 곳곳 난맥상


공사 떠맡은 기업 재정 부실

'좀비 사회적 기업'도 나타나


   지난 7일 서울 장위동의 한 주택 건설현장. 지난해 3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이곳에는 짓다만 콘크리트 구조물이 흉물처럼 방치돼 있었다. 주변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이 주택의 시행을 맡은 곳은 사회주택 협동조합인 ‘두꺼비하우징’이다. 당초 10월까지 준공 후 세입자를 유치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설계 착오로 공기가 연장되면서 비용이 불어나자 공사를 중단했다. 두꺼비하우징은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으로부터 빌린 7억원도 제때 갚지 못해 상환을 1년째 유예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 등 정부 정책자금을 추가로 지원받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장위동의 한 주택 공사현장. 지난해 3월 준공 예정이었던 이 주택은 주택협동조합의 설계상 착오로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돼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역량 부족에 지속성 떨어져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회주택 공급 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공사가 중단되고 시행사가 재정난에 빠지는 등 표류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취약계층을 위해 민간기업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고 방을 빌려주는 일종의 임대주택이다. 시행은 대부분 두꺼비하우징과 같은 사회적 기업이 맡는다. 서울시는 이들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임대료 상한선을 민간주택 월세의 80%로 정하고 있다. 대신 서울시가 조성한 사회투자기금에서 연 2% 저리로 사업 자금을 융자해 준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회투자기금 융자 혜택을 받은 사회주택 시행업체 16곳 중 13곳이 정해진 만기를 지키지 못하고 상환 유예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곳도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을 뿐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수익을 내기 어려워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지면적 231㎡ 공공 부지에 총 12가구, 4층짜리 원룸형 주택을 신축한다고 가정하자. 건축비는 약 14억원(3.3㎡당 500만~600만원)이 투입된다.


토지는 서울시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매입해 매입가의 1% 범위에서 30~40년간 장기 임대해 준다. 건축비도 전액 사회투자기금에서 융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 이자(2800만원)에다 토지 임대료(연 1500만원)를 합쳐 연 43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즉 가구별로 연간 약 360만원, 월 30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받아야만 인건비 등 회사 운영비가 0원이라고 하더라도 적자를 가까스로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 조례에 따라 시세의 80%까지만 월세를 받을 수 있어 이 같은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한 사회주택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가 규정하는 시세도 감정평가액 기준이어서 실제 부동산 가격에 비해 10~20% 낮다”며 “강북의 비슷한 원룸 주택도 월세 50만원 수준인데 서울시 기준을 적용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30만원이 채 안 돼 회사 운영비까지 감안할 때 사실상 적자”라고 토로했다.




이런 탓에 서울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시세대로 받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다. 성북구에서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총 6가구짜리 원룸 주택 2개 동 가운데 1개 동은 서울시 기준을 준수하고 있지만 나머지 건물은 그냥 시세대로 받고 있다”며 “이렇게 운영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은평구의 또 다른 사회주택 업체 관계자도 “월세는 서울시 규정에 맞게 책정했지만 보증금을 규정보다 3~4배 많은 5000만~6000만원으로 올려받고 있다”고 했다.


업체 부실로 사회투자기금 손실 불가피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회주택이 주로 ‘달동네’에 건설되고 있다는 점도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성북구의 한 사회주택은 달동네에서도 가장 위쪽에 있어 길가에 가로등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근의 또 다른 주택은 지도 앱(응용프로그램)에서 검색해도 위치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았다. 서울시가 매입 가능한 토지 가격이 3.3㎡당 1600만원으로 한정돼 있어 큰길이나 지하철역 주변 등 입지가 뛰어난 곳은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회주택 사업자들이 이처럼 한계 상황에 내몰리면서 이들에게 지원된 사회투자기금의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 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일부 사회주택 사업자들이 상환유예 심사를 신청하면서 세입자의 보증금이나 주택도시기금 융자를 받아 상환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하기도 했다”며 “업체들의 경영 여건상 일단 상환을 유예해준 뒤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상환유예심사에 참여한 한 민간 심사위원은 “이런 ‘좀비 사회적 기업’까지 나올 만큼 사회주택의 사업 구조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사실상 해당 부지를 매각해야 융자금 상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서울시가 애초에 사업 구조를 무리하게 설계한 탓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택협동조합에서 일했던 내부 관계자는 “사회주택 업체들의 역량이 아직 사회주택의 설계부터 시공, 운영까지 맡을 능력이 안 되는데도 서울시가 너무 급하게 (실적 위주로만) 지원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투기 등급인 업체들에 대해서도 정성평가 비중(70%)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금 대출 승인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두꺼비하우징은 2014년 대출 심사를 받을 당시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낮았고 실적도 2억6114만원의 영업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대표이사 면접으로 진행된 정성평가를 근거로 대출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전문 주택업체들에 경영을 위탁하는 등 사회주택 업체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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