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靑특활비…‘심재철 재정정보 유출’ 판도라의 상자


政·靑특활비…‘심재철 재정정보 유출’ 판도라의 상자


‘갑자기 들이닥친 압수수색’

文 정부의 불편한 민낯 공개 되나


남용되는 쌈짓돈 특활비 끝판왕은 ‘정부’ 


    정부를 상대로 비리 증거를 찾기 위해 시스템에 무단 침입해 자료를 확보한 자와 정당한 방법으로 찾은 증거가 아니라며 자료반납을 주장하는 정부부처 측이 격렬하게 맞붙고 있다.


정부 및 청와대의 특활비(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겠다고 나선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기획재정부 위원)과 행정정보 무단 열람이라며 자료반납을 주장하는 기획재정부와의 대립구도 얘기다. 



치열한 다툼이 이어지다보니 언론에서도 ‘누가 더 잘못했을까?’가 주요 관심사가 된 모양새다. 다만, 정작 그 ‘비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지적은 뒷전이 된 상황에 안타까워하는 시각도 있다. 문제의 핵심은 양성화 되지 못한 정부의 특활비다.


당초 ‘쌈짓돈’으로 불리며 한 때 비리의 온상처럼 여겨졌던 국회 특수활동비는 국회의 결단에 의해 폐지됐지만, 국회 특활비의 몇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부부처의 거대 특활비는 구렁이 담 넘듯 여론에서 달아난 듯 보이는 상황이었다. 


심 의원의 폭로로 인해 이 같은 특활비 논란이 추석연휴를 앞두고 다시 꼬리가 밟힌 모양새인 데, 이에 대한 정부 측의 대응은 이례적으로 강경하다. 당장 검찰은 심재철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것이 담겼기에?’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스페셜경제>는 심 의원이 연 판도라의 상자를 한발 들여다봤다. 


검찰은 21일 오전 '예산정보 무단열람 및 유출' 혐의로 심재철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문건 내용은 특수활동비 세부집행내역…노출 극도긴장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등 30개 정부기관…클린카드 불법사용 의혹까지


‘업무추진비’. 국정의 대소사를 논하는 행정·입법·사법기관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집행되는 돈이다. 다만, 일명 특수활동비(특활비)로 불리는 이 돈은 ‘공개되지 않는 돈’이라는 점 때문에 태생적으로 남용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었으며 그 규모 또한 과도하게 편성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장먼저 특활비 폐지 여론의 타깃이 됐던 것은 ‘국회’였지만 결과적으로 필수 업무추진비는 양성화하고 과도하게 편성된 부분을 전면 폐지하는 방안으로 확정지으면서 일정수준 국민의 기대치에 부합했다. 


일각에서는 당초 국회가 이러한 뭇매를 맞은 것은 ‘괘씸죄’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입장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이나, 대북사업을 위한 4·27 판문점선언 국회비준동의에 국회가 찬동해주지 않는 상황이 눈엣가시처럼 느껴졌을 것이란 논리다. 실제로 정부여당이 ‘일하지 않는 국회’를 강조하며 국회를 압박한 측면이 있다. 처음 국회의 특활비를 문제 삼은 단체도 현 정부의 핵심인사들과 관련성이 짙은 참여연대였다.


남용되는 쌈짓돈 특활비 끝판왕은 ‘정부’ 

문제는 끝판왕은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국회의 특활비 논란이 원만히 해결된 상황에서 ‘정부에는 국회 특활비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이게 만드는 거대 특활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


이를 본격 조명한 것이 현재 자료 무단유출 논란의 중심에 선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인 심 의원은 지난달 22일 청와대, 정부부처, 정보·수사기관 등 작년 21개 국가기관이 사용한 특활비는 9029억원, 집행 규모만 따져도 8167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 가운데 국회에 편성된 특활비는 88억 수준이다.




문제는 이같은 지적에도 정부 측에선 이에 대한 축소 또는 폐지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다는 점이며,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평양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의제 자체가 점차 희석되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이러한 가운데 심 의원이 정부 및 청와대의 비인가 행정자료를 열람한 뒤 이를 공개하기로 하면서 뇌관이 다시 점화됐다. 심 의원실은 앞선 3일부터 디브레인(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에 포함된 OLAP(재정분석시스템)을 열람, 5일부터 자료를 다운 받았다. 디브레인은 언제 어디서 어떤 용도로 예산이 집행됐는지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시스템에는 대통령비서실,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30여개 정부기관의 자료가 모두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 의원은 현재 “특수활동비를 비롯해 국가안보 및 국가기밀 등과는 전혀 무관한 업무추진비의 사용 내역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예산지출인 만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해 나가기로 했다”며 무고 등의 혐의로 맞고소한 상태다(지난 20일 설명자료).


심 의원이 주장하는 불법적인 예산지출 내역이 사실이라면 정부 측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범국민적 비판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인원이 한방병원이 없는 호텔에서 한방병원에서 예산을 사용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심 의원은 “한두 군데도 아니고 여러 곳에서 예산을 그렇게 사적으로 오용한 것을 자료에서 발견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울러 심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 임직원 등이 자신들에게 제공된 클린카드를 유흥업소 등에서도 사용가능하도록 코드를 해제해 불법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심 의원의 자료열람 및 다운로드가 ‘불법’이라며 자료반납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와 한국재정정보원은 지난 14일부터 심 의원실에 자료반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17일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심 의원의 보좌진들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심 의원의 보좌진들이 지난 9월 초순경부터 상당 기간에 걸쳐 대통령 비서실, 국무총리실, 기재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 30여개 정부 기관의 47만건에 이르는 행정정보를 무단열람·다운로드 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7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 및 지출내역 공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알 권리냐 국가보안이냐…추석밥상머리 후끈 예고 

결국 부정부패가 의심되는 문제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옳으냐, 내용이 무엇이든 정부가 원하지 않는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가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심 의원실은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기재위 소속 의원실에 발급해주는 아이디를 사용한 정상적인 재정정보 다운로드였다며 법 위반 소지 자체도 부정하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의 움직임은 매우강경해서 검찰(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은 21일 증거확보를 목적으로 심 의원실을 강제수사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입법권 침해’를 강조하며 당 의원들에게 심 의원실로 모여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수사를 막아서진 않았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당은 이날 윤영석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실정을 감추고, 민주당 의원의 범법행위를 물타기하기 위해 강행되고 있는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을 규탄하며, 무분별하게 자행되고 있는 야당 탄압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규탄했다. 


한국당은 특히 “명백한 국가기밀 유출행위인 민주당 신창현 국회의원의 택지개발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야당 의원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이렇게 탄압하는 것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특활비 문제에 대한 유출을 막기 위해 이례적인 탄압까지 나섰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양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추석 연휴가 곧 시작됨에 따라 정기국회 정국이 재개되기 전까지 대치는 잠시 의도치 않은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2라운드는 국민들의 밥상머리다. 어느 쪽이 됐든 특정 목적을 위해 무리한 논리를 펼쳤다면 밥상머리 검증에서 국민들의 호된 질책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경제=김은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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