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보다도, 로스쿨보다도 낫다는 ‘警大고시’가 뜬다


서울대보다도, 로스쿨보다도 낫다는 ‘警大고시’가 뜬다

2018학년도 경찰대 경쟁률 68.5대 1
경찰대 합격선 ‘SKY’수준으로 격상
“길고 어려운 검사보다는 경찰 간부가 낫다”
입시업계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대 위상 높아질 것”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에 재학하는 김경환(20)씨는 최근 자퇴했다. 경찰대 입시(入試)에 ‘올인(다 걸기)’하기 위해서다. 매일 오전 7시, 기상 직후 미적분·삼각함수 공식을 외는 것이 일과의 시작.

경찰대 정문(왼쪽)과 서울대 정문(오른쪽)의 모습 /조선DB

이후 오전 9시부터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한 경찰대 전문학원에서 꼬박 13시간을 공부한다. 나머지 1시간은 체력검사에 대비해 ‘경찰대 입시 전문 헬스장’에서 땀을 흘린다. 수면·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일과표 전부가 경찰대 준비로 채워져 있다. 



“입학하면 저절로 국가공무원, 그것도 6급에 해당하는 직위(경위)를 달아주는 대학교가 따로 있나요.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도 이건 못합니다.” 김씨 얘기다.

경찰대는 수능만 준비하는 여타 대학과 달리, 1차 자체 시험(국어·영어·수학) 2차 체력검사·면접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그렇다고 수능을 등한시 할 수 없다. 최종 당락은 1·2차 시험결과에 내신, 수능점수까지 합산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선발과정에도 경찰대 경쟁률은 해마다 고공행진이다. 수험생 사이에선 ‘경대 고시(高試)’라는 말까지 생겼다. 가장 큰 인기비결은 ‘취업’ 때문이다.

경찰대학 지원자들이 2차 시험 중 하나인 ‘체력측정시험’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경찰대 제공

“로스쿨보다 낫다” 경찰대 합격선 ‘SKY’수준
올해(2018학년도) 경찰대 경쟁률은 68.5 대 1이었다. 100명(남자 88명·여자 12명) 뽑는데 6850명이 지원한 것.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와 1차 필기시험일이 겹쳐서 경쟁률이 과거에 비해 그나마 많이 낮아진 것이다. 사관학교와 필기시험일이 겹치지 않은 2016학년도 경찰대 경쟁률은 97 대 1, 2017학년도는 113.6 대 1이었다. 2018학년도 서울대 정시 경쟁률은 4.46 대 1(기회균등전형 제외)이다. 



지원자들 수준도 만만치 않다. 직접 점수 비교는 어렵지만 “경찰대 합격선은 스카이(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수준”이라는 것이 학원가 상식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체감하기로는 수능 점수가 서울대 중위권 학과 이상으로 (경찰대 합격자 수준이) 격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대를 지망하는 수험생·학부모들은 “로스쿨보다 낫다”고 한다. 검사가 되려면 병역→대학교 졸업→로스쿨→변호사 시험→검사 임용시험이라는 ‘5단 허들’을 차례로 넘어야 한다. 학비도 비싸다. 검사가 된다는 100% 보장도 없다.



반면 경찰대는 입학~졸업을 성실히 마치면 경찰 간부직이 대체로 보장된다. 군 대체복무 기간까지 포함해도 6년이다. 학비도 전액 면제다.

입시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대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찰에 1차 수사권·수사종결권이 부여되는 만큼, 경찰 간부를 양성하는 경찰대 입지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안 발표로 경찰대에 솔깃해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서울대에 붙고도 경찰대를 선택해 가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를 지원하고 1차 시험을 준비하는 입시생 학부모 박명규(47)씨는 “자녀의 고등학교에서 경찰대에 입학한 선배들이 찾아와 설명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난 뒤 경찰대로 진로를 정했다”며 “졸업하면 취업이 보장되고 학비 지원 등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2 자녀를 둔 학부모는 “뉴스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발표를 본 뒤 경찰의 사회적 지위가 검사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며 “아이도 경찰대에 관심을 갖게 돼 입시컨설팅을 받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고무된 분위기가 탐지된다. 수험생 김경환(20)씨는 “경찰 지위가 검사와 비슷해진다는 분석이 많은데, 이렇게 되면 경찰대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고, 수험생 연지민(19)씨도 “품이 많이 드는 검사의 길보다는 ‘엘리트 경찰’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특혜 줄이는 ‘경찰대 개혁방안’이 변수 될 듯
청년 실업난이 심화되면서 불공정할 정도로 경찰대에 특혜가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정부는 수사권 조정을 발표하면서 경찰 견제 방안의 하나로 ‘경찰대의 전면적인 개혁’을 경찰청에 주문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 도출되지 않았지만 경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청사진은 나온 상태다. 경찰 개혁위는 지난 15일 ①선발인원 100명→50명 축소 ②일반 대학교 학생과 현직 경찰관 편입학 제도 도입 ③경찰대 학생 군 대체복무 제도 폐지 ④졸업요건 강화 ⑤학비 개인 부담 도입 등을 담은 경찰대 개혁방안을 내놨다.

경찰대 입시전문 학원인 스카이입시교육의 노환기원장은 “군 복무 대체 제도가 폐지되고 학비지원이 없어진다면 경찰대 입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의 경찰 간부도 “수사권 조정이 일견 경찰에 유리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검찰에 유리한 측면이 더 많다”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곧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박성우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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