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해외 설계ㆍ조경업체 모시기...‘낭비’ 한목소리


업계 “수주경쟁·분양홍보 유리”

너도나도 영입 100억대 지출도

거액 이름값에 ‘낭비’ 목소리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해외 설계ㆍ조경업체 모시기에 나서면서 해외 업체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 조감도. 미국의 설계업체 HKS가 설계를 맡았다. 현대건설 제공


edited by kcontents


앞서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재건축 시공사 입찰경쟁에서 현대건설은 미국의 설계업체인 HKS, 조경업체 CRTKL과 손을 잡고 조합원 표심을 공략했다. GS건설 역시 외관 디자인을 미국 건축회사 SMDP에 맡겼다. 업계에선 각 건설사가 약 100억원은 지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SMDP는 대우건설과 함께 서초구 신반포 15차 재건축 사업도 협력하고 있다. 이 외에 서초구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대림산업은 미국 업체 저디 파트너십과 함께하고 있다.


해외 업체를 내세운 수주전은 지방에서도 관찰된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산 시민공원 촉진3구역 재개발 사업을 SMDP와 함께 따냈다.


일반 분양 단지에서도 해외 업체 혹은 외국 디자이너의 참여가 이뤄지기도 한다. 김포 한강신도시에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라피아노’는 핀란드 출신의 비에른 루네 리가 특화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GS건설이 다음달 분양 예정인 ‘일산자이2차’의 경우 조경설계를 니얼 커크우드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게 맡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 업체의 참여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 우성아파트는 해외 설계사 참여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커튼월이나 스카이브릿지 등 해외 업체와 협력을 통해 도입했다고 자랑하는 특화설계들이 과연 해외 업체가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아파트가 주거의 중심인 한국의 독특한 주거선호를 감안할 때 해외 업체가 섣불리 설계를 맡을 경우 ‘안 맞는 옷’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설계업체 관계자는 “공항이나 대규모 복합시설과 달리 주거시설은 설계 면에서 차별화할 부분이 많지 않다”며 “자칫 겉만 멋진 ‘보여주기식’ 디자인ㆍ설계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사비 상승도 우려된다. 특화설계ㆍ디자인 명목으로 해외 업체의 ‘이름값’에 걸맞는 비용을 지불하면 결국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분양가만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은 해외 업체와 손을 잡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치열한 수주전에서 해외 유명 업체라는 것만으로도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분양 홍보에서도 마찬가지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일일이 설계 의미와 장점을 설명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다 알만한 유명한 건물을 거론하면서 ‘그 회사가 디자인을 맡았다’고 하는 게 훨씬 잘 먹혀든다”고 설명했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헤럴드경제

케이콘텐츠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