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전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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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트럼프 랠리’에 취해 있을 때

미 45대 대통령 취임식(1월20일)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당선인의 미 45대 대통령 취임식(1월20일)이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출처 Business Ins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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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 이후 미국 3대 지수는 일제히 랠리를 펼치며 지금까지 6~8% 이상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2만 선을 코앞에 두고 있고, 나스닥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은 이를 두고 ‘트럼프 랠리’(Trump rally) 혹은 ‘트럼프 트레이드’(Trump trade)라 부르며 흥분해 하고 있다.


미대통령 선거 이전 대다수의 경제학자와 증권사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주가가 폭락하고 경제는 대공황에 빠진다는 소위 ‘트럼포칼립스(트럼프+아포칼립스)’를 예언했던 터라 트럼프 랠리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처럼 모두가 트럼프 랠리에 한껏 취해 있을 때 한편에선 주식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취임식을 일주일 앞두고 그 이전에 주식을 처분하라는 경고가 크게 늘고 있다.


트럼프 취임식 이전에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초강세론자의 변신 ▷기술적 분석 적신호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국제 금값과 미국채금리 반전 등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서둘러 주식 비중을 줄이며 트럼프 취임식 이후의 불확실성에 발 빠르게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트럼프 랠리가 더 오래 간다고 믿다가 틀려서 소탐대실 하는 것보다 적당한 선에서 이익실현하는 게 낫다고 여기고 있다. 


1.초강세론자의 변심

먼저 지난 수년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초강세론을 주장해온 저명한 투자전략가가 최근 갑자기 변심하더니 매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26년 간 월가에서 주식 전략가로 활약하고 있는 톰 리(Tom Lee)는 지난해 12월 중반 돌연 2017년 증시가 최대 10% 하락할 것이라는 깜짝 전망을 내놓았다. 그 때는 트럼프 랠리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터라 그의 비관적인 2017년 증시 전망이 매우 의아하게 보였다. 증시가 10% 추락하면 조정(correction) 국면에 빠졌다고 부르며 좋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인다.


그는 과거 많은 이들이 증시를 비관적으로 바라봤을 때도 줄기차게 “랠리는 지속된다”며 초강세론을 유지해온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 모두가 트럼프 랠리에 흥분해 하고 있을 때 그는 정반대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톰 리가 2017년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트럼프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랠리를 촉발시킨 배경에는 트럼프가 제시한 감세, 규제 완화,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등 세 가지 경제공약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도 발표된 게 없다. 전문가들조차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오리무중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마구잡이식 트위터 공격이 그의 경제정책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톰 리는 트럼프가 내건 세 가지 경제정책이 모두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트럼프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재닛 옐런(Janet Yellen)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1월 들어 비관적인 증시전망을 10% 하락에서 5~7% 하락으로 조금 낮췄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성급하게 주식투자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했다.


2.기술적 분석 적신호

트럼프 랠리가 두 달째 지속되자 많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랠리는 끝나지 않았다'는 낙관에 빠져 있다. 그러나 피보나치(Fibonacci) 수열을 이용해 기술적인 분석을 하는 캐롤라인 보로덴(Carolyn Boroden)은 “다우지수는 상승 기력을 다했다”며 트럼프 랠리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피보나치 수열이란 중세 이탈리아 수학자 레오나드 피보나치(Leonard Fibonacci)가 발견한 것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특정한 숫자의 반복을 지칭한다. 피보나치 수열은 달팽이 껍질 구조, 꽃잎의 배열, 솔방울 구조 등에서 발견된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주식시장에도 피보나치 수열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보로덴은 다우지수의 움직임에서 8개의 서로 다른 시간사이클(time cycles)을 주목했다. 보로덴에 따르면 여러 개의 시간사이클이 동시에 만날 경우 증시가 방향을 바꾼다. 


그런데 7개 시간사이클이 다음 주에 만난다. 공교롭게도 다음 주엔 트럼프의 취임식이 있다. 보로덴은 기술적 분석을 바탕으로 트럼프 취임식을 전후해 주식시장에서 랠리가 꺾일 가능성이 65~70%에 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금 주식을 팔고 이익을 실현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3.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대형 증권사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1월 초 투자자들에게 “(대통령)선거에 사고, 취임에 팔아라”고 권고했다. 이 말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Buy the rumor, Sell the fact)는 오랜 증시 격언과 일맥상통한다.


새로운 정책이 제시되면 긍정적인 기대감 때문에 정책이 실현되기도 전에 관련 주식의 주가가 오른다. 그리고 정작 정책이 실현될 때쯤에는 기대감이 주가에 전부 반영돼 주가 상승세는 멈춘다. 트럼프 랠리도 감세, 규제완화,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등 트럼프의 경제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선(先) 반영돼 일어난 것이다.


이제 다음 주 트럼프 취임식이 있을 때쯤에는 트럼프 경제공약에 대한 기대감은 증시에 충분히 반영됐을 것이므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을 따르는 게 현명하다.


게다가 투자자들은 지금껏 트럼프 경제공약의 긍정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부정적인 측면은 무시해온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보호 무역정책은 국가간 무역 갈등을 초래해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또한 1조 달러 인프라 투자는 대규모 재정적자가 수반된다. 감세정책도 재정에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는 트럼프의 취임 이후엔 트럼프 경제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과 위험성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경제공약이 실현되지 못하고 단순히 공약(空約)으로 머물 가능성도 있음을 덧붙였다.




4.국제 금값과 미국채금리 반전

트럼프가 미대통령에 뜻밖에 당선된 후 주식시장에서는 화려한 트럼프 랠리가 펼쳐졌지만 금(gold)시장과 채권시장은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1300달러를 넘던 국제 금 가격은 한 달 새 110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고, 10년 만기 미국채금리는 1.75%에서 2.6%로 치솟았고 3%마저 위협했다(미국채 가격은 하락).


그런데 지난해 12월 중순(정확히 12월 15일) 이후 금시장과 채권시장에서는 반전이 일어났다. 금 가격은 반등했고, 미국채금리는 하락했다(미국채 가격은 상승). 이제 국제 금 가격은 1온스당 1200 달러 가까이 회복됐고 미국채금리는 2.38%까지 주저앉았다.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트럼프 랠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여전히 트럼프 랠리에 취해 있지만 금시장과 채권시장은 이미 한 달 전부터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시장과 채권시장의 반전은 트럼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주식시장보다 먼저 반영되면서 나타난 것으로, 주식시장에서 트럼프 랠리가 오래 가지 못할 것임을 경고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강상규mtsqkang3@mt.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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