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 플랫폼 역할이 중요하다"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


사진제공=해외건설협회


    이란 건설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6월, 하산 루하니 대통령의 당선으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은 이란을 국제사회로 재편입시키며 기회의 땅으로 만들었다.

해외건설시장이 저유가와 저성장의 한파 속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란으로부터 들려온 반가운 소식은 가뭄 속의 단비가 되고 있다. 


2015년 3분기 Global Insight가 밝힌 이란 건설시장의 규모는 496억 달러로 중동에서 사우디와 UAE에 이어 3위다. 올해 1월에 해제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감안한다면 건설시장 규모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인 자원부국이자 한반도 면적의 7.5배의 국토를 가진 대국으로서 향후 기대되는 에너지 및 교통인프라부문 발주 규모 또한 메가톤급이다. 2015년에 한국을 방문한 석유부 관계자가 밝힌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 규모가 2020년까지 1,730억 달러로 업스트림 부문이 600억 달러, 다운스트림 부문에서 석유화학이 700억 달러, 정유부문이 200억 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교통인프라부문 또한 250억 유로에 이른다.


이에 우리 기업이 지난 50년간 7,000억 달러의 해외수주를 통해 쌓아온 우수한 기술력과 명성을 앞세워 다시 열리는 이란 건설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면 분명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올해 1월 16일, JCPOA(유엔 5개 상임이사국 + 독일이 이란과 함께 발표한 협상안)의 발효는 이란을 명실상부한 중동의 중심국가로 변모시켰다. 달러 사용 제한 등 이란 진출에 걸림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을 비롯한 중국, 러시아, 인도, 일본 등 그동안 이란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렸던 국가들의 진출이 러시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리 기업은 지난 5년 동안 국제사회의 룰에 의해 이란 건설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부 국가에게 선점권을 빼앗길까봐 노심초사해 온 게 사실이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우리 기업의 걱정을 해소해주는 계기가 됐다. 


국제사회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길었던 만큼 정상적인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영업 전략은 프로젝트를 미리 그리고 많이 선점해 놓는 것이다. 우리 기업이 대통령 순방 기간 체결한 371억 달러의 MOU가 대단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MOU가 실제적인 계약을 의미하지 않고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해도 양국 정상회담 기간 체결된 MOU로서 심리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만으로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글로벌 해외건설 수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EPC(설계 자재 시공 원스톱 제공)가 아닌 발주처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EPC+F(Finance)가 통용되는 시대다. 시공사가 메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기술, 상업 입찰서 작성과 함께 금융조달 방법과 생산품구매자(Off-take) 섭외까지 해결하는 전천후 기업이 돼야 한다. 이란 건설시장도 마찬가지다. 


개별기업의 역량으로 수주 확대를 기대하는 시기가 끝나고 있다. 이제는 정부 및 공기업, 민간기업, 금융기관 등의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2015년 말 해외건설업계 최고경영자가 모인 자리에서 ‘해외건설 수주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협회 주도로 지난 4월 1일 발족식을 가졌다. 


첫 번째 타깃으로 대통령 순방을 앞두고 제1차 이란 해외건설 수주 플랫폼 T/F 회의를 개최했고, 순방 이후 2차 회의 개최를 계획 중으로 실질적 수주를 위한 아이디어 창출의 토대를 마련코자 한다. 


우리 기업이 어쨌든 이란 건설시장에서 371억 달러 상당의 프로젝트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모든 조직의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이다. 침체된 해외건설 수주에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한 시기에 해외건설 수주 플랫폼이 그 선봉장으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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