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도 잠 못 들 날 있을 듯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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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도 잠 못 들 날 있을 듯

2016.02.23


‘수면 장애’라는 의학용어가 일본 국회에서 여야 간의 큰 논쟁꺼리가 되어, 당사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나서 노기 섞인 어조로 의원들 발언에 신중을 기하라는 말까지 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시비의 발단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에 장관직을 물러난 여당 의원이 국회에 고의로 결석하는 게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에 여당이 밝힌 ‘수면 장애’라는 병명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의 측근 각료 중 한 사람인 아마리 아키라(甘利 明) 의원은 지난달 28일 재정·경제정책 담당 특명대신 자리를 물러난 뒤 국회를 장기 결석하였습니다.

뇌물을 받았다는 한 주간지 폭로기사를 추궁하려던 야당 의원들이 국회를 고의로 결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주장에, 여당 간사는 아마리 의원이 ‘수면 장애’라는 의사 진단으로 한 달의 병가를 받았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보고를 받아 열린 야당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正春) 의원이 “이번에는 아베 총리를 ‘수면 장애’에 빠지게 하자”고 발언 한 뒤, 이 발언이 좀 과격하다는 지적에 곧 취소하였습니다.

이 모임 사흘 뒤에 역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발언에 나선 아베 총리는 “나를 그러한 상태에 빠뜨리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것은 인권문제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다.“라고 강한 어조로 반발했습니다. 나카가와 의원은 그 발언을 취소했다고 한 민주당 의원이 말하자, 아베 총리는 “나에 대한 직접 사과는 일절 없었다"고 성난 어조로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여야 의원을 상대로 이어 훈계조로 의원들은 국회 발언에 책임을 지고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며칠 전 참의원에서 여당 의원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흑인 노예’ 후손이라고 인종차별적 실언을 한 소동을 상기시킨 것입니다. 물론 자민당 의원의 이 발언은 곧 철회되었으나 언론에는 그대로 보도되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안전보장 특별법안을 여당이 강행 통과시킨 후, 한때 잠잠했던 일본 국회가 이렇게 시끄러워진 이유는  정수 242명의 상원 참의원의 절반을 개선하는 선거(7월)가 가까워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간간이 흘러나오는 중의원 동시 선거설까지가 야당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임기 4년인 하원 중의원은 총리가 해산권을 쥐고 있어, 정세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해산하여 새로운 선거가 실시됩니다. 지금까지 임기를 채운 예는 전 후 단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7월 동시선거설이 나도는 것은, 지금까지 예로 봐 동시선거는 항상 여당 승리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안보 특별법 소동으로 아베 총리의 국민 지지도가 약간 떨어지고, 아베노믹스로 알려진 경제불황 타개 정책도 지지부진한 이때 국민에 약속한 소비세율 인상이 있을 명년을 피해, 동시선거 실시를 암시하는 조짐이 야당측에 감지된 것입니다.

이러한 정계 분위기가 야당들을 긴장시켜 결속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보기 드물게 지난주 일본공산당을 포함한 5개 야당이 공동으로 안보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결의안을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제일 야당인 민주당은 하원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세력에 대항하기 위하여 야당세력의 단결을 호소하여, 그 첫 단계로 일본유신당(維新の)과 국회내에 공동 교섭단체를 결성하였습니다.

하시모토 토루(橋下 徹) 오사카 시장이 창당한 유신회는 2014년 12월 선거에서 국회에 진출한 뒤 정치노선 문제로 두 갈래로 나뉘어, 하시모토를 지지하는 소수파는 ‘오사카 유신회’로 분리하여, 아베와 친한 하시모토의 노선을 따르고 있습니다. 유신당은 하원에서 21석을 가진 제2 야당이고, 하시모토를 따르는 당의 의원은 13명입니다.

공동 결의안을 제출한 5개 야당은 아베 내각 퇴진을 위한 공동 보조도 결의하고, 선거에서도 협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모든 선거에 후보자를 꼭 내던 공산당이 선거 협조에 동의함으로써, 소선거구제인 중의원 선거는 물론이고, 대선거구제인 참의원 선거에서도 여당이 고전하는 선거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 첫 사례가 4월 24일 교토(京都)京都市京都 3구에 있을 중의원 보궐선거가 될것입니다. 이곳 출신 자민당 의원이 불륜 문제로 당을 떠난 뒤 의원직도 사직하여 실시되는 이 선거에서, 공산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의사를 시사했습니다. 여당에서는 자숙하는 뜻에서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있을 또하나의 보궐선거를 포함하여 아베 정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에 일본 정계는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집권하던 2012년에 인구변동에 따른 선거구 개정에 여야가 합의하여 국회를 해산했습니다. 그런데, 총선에서 승리한 아베 총리가 이를 실행하지 않아 비난이 있었는데, 갑자기 지난주 국회에서 이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재확인 한 것도 동시선거 소문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현재 475석인 중의원 정수를 선거구에서 6 비례대표에서 4, 도합 10석을 줄이는 데 합의했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이 선거구 개정을 작년도 국세조사 결과에 의거하겠다고 명시한 것이, 선거구 개정협상이 가깝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라고, 보도되었습니다.

뇌물 혐의로 각료직에서 낙마한 아마리 의원이 ‘수면 장애’로 고생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계의 행운아라고 불리는 아베 총리도 최근의 일본 정치 기상도를 보면 그를 편하게 잠들 수 있게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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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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