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도전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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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시간의 도전

2016.02.10


“오늘은 뭘 입어야 할까?”
보름 전, 두 달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처음 출근하는 날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32)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세계인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똑같은 회색 티셔츠 9장과 짙은 회색 후디 6장이 달랑 걸린 옷장 사진입니다.

사진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나이에 재산이 456억 달러(약 54조 원)나 되는 저커버그가 만날 회색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는 이유입니다.
“페이스북을 잘 섬기는 일 외에는 결정할 시간을 줄이고 싶기 때문”이라나요.
작년 10월 페이스북에 올린 그의 답변입니다.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촌음(寸陰)을 아껴 쓰는 저커버그의 인생철학이 담긴 말입니다. 흔히들 100세 인생을 운위합니다. 하지만 보통사람들 대부분은 70세에 운전을 할 수 있고, 75세에 친구들이 있으며, 80세에도 이빨이 남아 있고, 85세가 되면 똥오줌 가리는 것을 대견하게 생각하고 자랑하는 게 고작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웃음>에서)

우리는 오래다, 멀다, 많다는 등의 의미로 만(萬)이라는 숫자 단위를 많이 씁니다.
오래다- 만년설, 만세불변, 만대불후, 만세불역, 만고천추
멀다- 만리변성, 만리타향, 붕정만리, 만리장성, 인향만리
많다- 만인소, 만단정화, 삼라만상, 만학천봉, 만사휴의
일부 사실과 문학적 과장이 얽혀 굳어진 말들입니다.

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치도 많습니다. 광년(光年: 초속 30만 킬로미터 빛의 속도로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 같은 계량 가능한 단위도 있지만, 겁(劫: 천지가 한 번 개벽한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시간) 불가사의(不可思議: 한자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수의 단위) 무량수(無量數: 불가사의의 억 배. 10의 128승) 등도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걸어 다니던 시절 만들어진 이런 말들은 인간의 꿈과 야망·상상력을 키우고, 품성을 다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과 예측, 소통과 논쟁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생긴 말들이 더 와 닿습니다.
백성, 백약, 화무십밀홍, 권불십년, 백일기도, 백전노장, 백년가약, 백년대계, 백가쟁명, 백해무익 등입니다.

인간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천 만 억 겁 같은 아득한 숫자들은 동경과 선망 아니면 과장의 표현일 뿐 생활 주변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대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쪼개 쓰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가 인생 성패를 좌우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저커버그가 옷 코디에 신경 쓸 시간을 아껴 회사 경영에 매진하듯이.

영국의 기자 출신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역설했습니다. 최소 1만 시간은 노력해야 전문가 또는 달인의 경지에 이른다는 주장입니다. 1만 시간은 416일 16시간입니다. 하루 10시간씩 3년, 6시간씩 5년, 1시간씩 28년을 투자해야 1만 시간에 이릅니다.

우리는 누구나 1만 시간의 몇 십 배에 이르는 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성공에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어떻게 시간을 사용했느냐의 과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데뷔 57년의 ‘국민 가수’ 이미자는 “늘 시험치르는 자세로 연습한다”고 했습니다. 일본 바둑계를 평정한 조치훈은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도 치열하게 시간을 요리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태권도 국가대표 이대훈(24)은 3년째 매일 1만 번씩 ‘설욕의 발차기’ 연습을 합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서 놓친 금메달을 리우올림픽에서 되찾아 오겠다며. 지난해 봄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7년 만에 우승한 파드리그 해링턴(45, 아일랜드)은 이번 겨울 10만 번 스윙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9세 때 어머니 사별-초등학교 중퇴, 가게 점원 취업
22세 때 가게에서 해고당함
23세 때 친구와 빚을 얻어 가게를 냈으나 친구가 죽어 빚만 떠안음
30세 때 약혼녀가 갑자기 사망
35세 때 결혼했으나 아내는 성격이 괴팍한 여성
지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세 번이나 낙선
자녀 셋이 모두 어려서 병사
상원의원에 두 번 출마했다 모두 실패
49세 때 부통령 출마했으나 낙선
누구일까요? 52세에 미국 16대 대통령이 된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조상 탓·수저 탓에 웃음을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이런 말이 귓전에나 닿을까요?
그러나 땀과 눈물은 희망의 약속입니다. 선험자들의 말입니다.
-천재를 만드는 것 그 1%는 영감이요, 99%는 땀이다.(에디슨)
-눈물과 함께 빵을 먹어 본 자가 아니면 생의 맛을 알지 못한다.(괴테)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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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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