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자들은 로또복권을 안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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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복권인 로또에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000분의 1 정도라고 한다. 이 복권은 판매금액의 50%를 당첨금으로 돌려주므로, 1만원어치를 살 때 수학적 기대치는 5000원이 된다.

 

이처럼 뻔히 손해를 보는 것이 분명한 복권에 참여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1등 당첨금이 커서 당첨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심리적으로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첨금이 크면 무조건 그 심리적 이익을 과대평가하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좀 복잡하지만 다음과 같은 게임의 예를 생각해보자. 앞면이 나올 때까지 동전을 계속 던지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에서 첫 번째에 앞면이 나오면 상금으로 2원을 주고, 만일 첫 번째는 뒷면이 나오고 2번째 앞면이 나오면 2의 제곱인 4원을 주고, 첫째 둘째는 뒷면이 나오고 세 번째에야 앞면이 나오면 2의 세제곱인 8원을 주는 식으로, 앞면이 나중에 나올수록 상금이 커진다.

 

로또복권을 구입하는 행동은 ‘위험선호적’으로 분류

만일 이 게임에 참가하는데 참가금이 100만원이라면 당신은 참여하겠는가? 십중팔구는 참여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물론 상금이 무한히 불어날 수도 있지만 그 확률이 너무 낮아서 100만원씩이나 되는 확실한 돈을 참가비로 내고 손해를 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게임의 수학적 기대치를 계산해보면,

 

그 값이 무한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을 간단히 해보자. 첫 번째 앞면이 나와 바로 게임이 끝날 확률은 2분의 1인데 상금은 2원이므로 평균적으로 1원을 탈 수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첫 번째는 뒷면, 두 번째는 앞면이 나와 게임이 끝나는 경우는 확률상 4분의 1인데 상금은 4원이므로 기대치는 역시 1원이다. 뒷면·뒷면·앞면의 경우는 확률은 8분의 1인데 상금은 8원이므로 기대치도 1원이다.

 

이런 식으로 모든 경우를 합하면 기대치의 합은 (1+1+1+1+…)이 되고, 1을 무한개 합치면 그 값은 무한대가 된다. 말하자면 몇 억 원을 주고서라도 참여하면 평균적으로 돈을 무한정 딸 수 있는 게임에 100만원만 내고 참여하라고 해도 참여할 사람이 많지 않은 역설적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 게임은 스위스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 1700~1782)가 소개한 것으로, 불확실성하의 모순적 행동들을 연구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베르누이는 수학자 집안 출신으로, 수학자 오일러(Euler)와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

 

이 게임은 원래 베르누이의 사촌인 니콜라스 베르누이가 제안한 것인데, 1738년 다니엘 베르누이가 이 게임을 설명한 논문을 페테르스부르크대학의 잡지에 게재함으로써 ‘페테르스부르크의 역설’(St. Petersburg’s paradox)로 불렸다. 베르누이는 사람들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사물을 평가하여 단순한 산술평균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과 손해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가중평균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로 베르누이는 사람들의 주관적 평가함수는 로그함수 형태로, 상금액이 커지더라도 주관적 평가금액은 아주 미미하게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이 추정에 따라 계산할 경우 페테르스부르크 역설 게임의 주관적 평가금액은 약 2.5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상금의 기대치가 크더라도 주관적 평가금액이 2.5원밖에 되지 않는 게임에 100만원을 내고 참여하라고 하니, 참여할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다.

 

언뜻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오히려 훨씬 더 큰 의문이 생긴다. 로또 게임에서는 사람들이 상금액을 과대평가하여 손해인 줄 알면서 참여했는데, 베르누이의 게임에서는 반대로 상금액을 과소평가하여 평균적으로 이익인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니 완전히 반대가 아닌가? 경제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사람들의 주관적 평가 때문에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로또복권을 구입하는 행동은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하여 ‘위험선호적’(risk-loving)이라고 말하고, 베르누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행동은 ‘위험기피적’(risk-averse)이라고 분류한다.


원금 회복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는것도 지극히 정상적

‘위험선호적’ 유형과 ‘위험기피적’ 유형의 사람들은 각기 따로 존재할까? 불확실한 상태에서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은 일관되게 공격적인 선택을 하고, 조심스런 사람은 계속 위험을 피하는 선택을 하는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비교적 최근에야 내려졌다.

 

심리학자 카네만(Kahneman)과 트버스키(Tversky)는 1979년에 발표한 공동연구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성향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전망(prospect)이론’이라고 명명된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어떤 기준 상태를 중심으로 현재 상태가 기준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위험기피적’이 되고 반대라고 생각하면 ‘위험선호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정상적이라는 것이다.

 

전망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면 궁금증이 풀린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자몸조심’을 하는 반면, 원금을 회복해야 한다고 절박하게 생각하면 공격적이 되는 것이다.

 

왜 스스로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손해인 복권을 많이 사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여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복권 대신 보험에 가입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멀쩡하게 객관적으로 잘 판단하던 사람이 주식시장이나 노름판에서 돈을 잃고 나면 원금회복을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홍기현 교수의 경제사상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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