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혈관 숫자'는

 

 

 

 

"당신은 우리 몸의 수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키나 몸무게 얘기가 아니다.

 

건강과 직결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다. 하지만 외모와 관련된 숫자에 밝은 사람도 건강 수치에는 소홀하다.

질병관리본부는 9월 첫째 주를 '심뇌혈관예방관리 주간'으로 지정하고 캠페인을 진행한다.

'건강가족의 시작은 자기혈관 숫자 알기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혈관 건강을 보여주는 숫자를 아는 만큼 건강해진다는 취지다.


서울 응암동에 거주하는 성윤환(78)씨. 산수(80·傘壽)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40∼50대처럼 정정하다. 군대 시절 맹장수술을 받은 것 외에는 병원 신세를 져본 적이 없다.

 

그의 건강 비결은 생활패턴을 보면 답이 보인다. 오전 5시에 일어나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의 교회에서 예배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 돌아오면 오전 6시40분.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지 않는 이상 40분 이상 집 주변을 걷는다. 날씨가 궂으면 집안에서 실내자전거를 탄다. 400칼로리 정도 소모되는 운동량이다.

 

운동 후에는 아침식사를 한다. 식사는 소식을 하되 채소를 고루 섭취하고, 짜지 않게 먹는다. 밥을 먹을 때는 50번 이상 씹는다. 자가용이 있지만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담배나 술은 전혀 하지 않는다.

 

일과가 끝나고 오후에는 다시 실내자전거를 40분간 탄다. 그리고 무겁지 않은 아령과 역기로 30분간 운동한다. 하루 두 시간 반을 운동에 투자하는 셈이다. 성씨는 이 같은 하루 일과를 30여 년 지속하고 있다.

 

그는 6개월에 한 번 꼭 종합검진을 받는다.

 

혈압은 수축기혈압 125㎜Hg에 이완기혈압 75㎜Hg다.

거의 정상 수치(120~80㎜Hg)다.

 

혈당도 공복 시 89㎎/dL로 정상 수준(100㎎/dL)이다.

콜레스테롤은 담당 의사가 "걱정하지 말고 계란·치즈·버터를 막 잡수셔도 된다"고 했을 정도다.

 

성씨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지속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쁜 습관 하나에 심뇌혈관질환 위험 급상승

성씨의 일과는 '심뇌혈관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에 비춰보면 완벽하다.

 

9대 수칙은

▶금연

▶하루 한두 잔 이하 음주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채소·생선 충분히 섭취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

▶스트레스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측정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꾸준히 치료

▶뇌졸중·심근경색증 응급 증상 숙지 및 발생 즉시 병원 방문

 

등이다.

 

당연한 내용이지만 수칙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확연히 줄이는 것이다.

 

흡연자는 심근경색증·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2배 높지만, 금연 1년 후에는 절반으로 준다. 당뇨병 환자가 흡연을 하면 합병증이 더 일찍 발생한다.

 

과도한 음주는 부정맥과 심근병증을 유발하고,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 짜게 먹는 습관은 혈압을 높여 심뇌혈관질환 발생·악화를 초래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 기준(5g)의 2배가 넘는 11.2g이다. 체질량지수가 비만 진단기준인 25㎏/㎡을 넘으면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위험이 2배 증가하고, 30㎏/㎡ 이상이면 이로 인한 사망률이 1.5배 증가한다.

 

혈관 숫자만 알아도 심혈관질환 예방 시작

심뇌혈관질환 예방수칙은 누구나 알 만한 쉬운 내용이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긴 어렵다. 더 이상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비로소 힘이 된다.

 

그럼에도 생활습관을 바꾸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럴 땐 자신의 혈관건강 숫자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심뇌혈관질환 예방 모범 사례자인 성씨도 혈관 숫자 숙지가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에 도움이 됐다.

 

성씨는 "정기적으로 자주 검진을 받다 보니 내 혈압이나 혈당 수치는 잊어버리지 않고 항상 숙지한다"며 "그러다 보니 수치가 좀 안 좋아지면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다시 맞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혈관 숫자에 대한 사소한 관심이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아산병원 송재관(대한심장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키나 체중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혈압과 같은 수치가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치는 건강습관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자극이 된다"며 "수치를 알면 자연히 정상 범위에 관심이 가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류장훈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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