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에너지 인프라 주목해야..."해외수주 내년 회복" 건산연
해외건설, 국가경제 성장 동력으로
"탄소중립 지금부터 준비해야"
친환경적 건설 방식 전환 필요
건설업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경영연구실 연구위원은 업계 내 보기 드문, 현장과 이론을 모두 겸비한 전문가이다. 해외건설협회, 대형 건설사 경제연구소와 전략기획팀을 거쳐 현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몸 담고 있지만, 한 때 그는 국내 중견 건설사에서 건축·안전기사로 일한 현장의 일꾼이었다.
"무료한 삶에 자극제가 필요했고, 유학을 준비해 미국으로 떠나 건설관리 석·박사를 따 돌아왔습니다. 한국에 귀국해 들어간 첫 직장이 해외건설협회였습니다." 건축공학으로 학부를 마치고 석·박사로 건설관리를 전공한 그는 현재 건설산업연구원 기술경영연구실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해외건설 전문가로도 통하는 건 이같은 이력 때문이다.
해외수주 내년 회복세
국내 건설업계는 2010년 716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의 해외 수주액으로 영광스러운 족적을 남겼지만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암초에 적신호가 켜졌다. 손 위원은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에 수주 영업이 쉽지 않았고, 발주처도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웠다. 그 영향이 올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상황을 우리 건설업계만의 어려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손 위원은 "미국 건설전문지인 ENR에 따르면 250대 건설기업의 해외 매출이 5년 연속 5000억 달러를 밑돌고 있다.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을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환경이 개선되는 시점이 오면 해외 매출이 지금보다는 증가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손 위원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내년에는 회복세에 들어갈 것으로 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과 같은 변수가 있지만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수치에 대한 집착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치보다는 자동차, 반도체 산업처럼 해외건설을 국가경제 성장을 위한 하나의 동력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탄소중립 지금부터 준비해야"
그는 최근 건설업계가 적지 않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 점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건설업은 이제는 안전과 환경, 첨단산업의 결합 등 주변 영역까지 들여다보며 성장해야 하는 무거운 변화를 맞이했다. 그가 스마트 건설이나 산업혁신 분야에 대한 분야로 연구의 폭과 눈을 넓히는 이유다.
손 위원은 탄소중립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일각에선 탄소중립이 건설산업에 큰 영향이 없거나 10년 뒤에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잘못된 시각입니다. 작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과 비교해 26억 톤 줄었습니다. 감소 폭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죠. 그런데 이와 같은 대규모 감소는 재앙에 가까운 경제 위기가 가져온 결과입니다. 대가가 크다는 얘기이지요. 2050년 완전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그는 "건설산업은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생산 과정을 현장 중심에서 오프사이트(Off-Site)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통제된 환경에서 부재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의 친환경적 건설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스마트 건설에 대한 낙관론도 내놨다. 최근 전세계 건설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 혁신의 바람이 거세지만 우리나라는 뒤늦게 출발선에 서면서 아직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핵심은 의지"라며 "정부가 2018년 '2030년 자동화기반의 현장 구축'이라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만큼 스마트 건설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우리 건설업계가 가진 기술 역량도 선진국과 비견할 만한 수준이어서 현실적이고 지속적으로 계획을 추진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 위원이 꼽는 건설산업 핵심은 '안전'이다. 여기에 편안하고 건강한 물리적 환경까지 책임지는 것이 건설업의 몫이라고 믿고 있다. 그가 건설산업을 인류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대한 산업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설산업은 다른 업종보다 기술 활용도가 낮아 혁신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많지만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19라는 게임체인저의 등장으로 변화를 피할 수가 없게 됐어요. 이제는 서둘러야 합니다. 산업의 3대 참여 주체인 사용자, 기업, 발주자가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그 지혜를 통해 결정된 방향이 우리 건설업이 나가야 할 방향입니다."
김동효 기자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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