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은 처벌보다 동기부여가 중요"
김태황 교수
지난달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지난해 무산된 동 법안을 36명의 국회의원들이 올 6월에 재발의해 연내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정 법안은 업계의 우려를 일부 반영했으나 중복 규제 여부, 과징금 부과 기준과 규모에 대한 쟁점은 첨예하다.
지난해 건설근로자 1만명당 사고재해(질병재해 제외) 사망자수는 2명으로 제조업의 0.5명, 운수 창고 통신업의 0.72명, 임업의 1.58명보다 현저하게 많았다. 광업의 경우에는 7.5명으로 건설업의 3.7배가 넘지만 근로자수가 1만명에 불과해 변동성이 높다. 사망자율을 포함한 재해율도 지난해 제조업의 0.58%에 비해 건설업은 1.08%로 거의 2배에 이른다. 건설근로자의 생명 보호와 안전 확보의 대책 필요성이 증대됐다.
현재 우리 법령에는 22개의 특별법이 발효되고 있다. ‘특별법’은 특정된 대상, 시기, 항목 등에 대해 일반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업의 안전 강화에 국한시키는 의미를 법명에 표방하고 있다. 1982년부터 발효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제정 목적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 증진함”(제1조)이다. 2022년 1월에 발효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의 제정 목적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제1조)이라고 명시돼 있다.
건설안전특별법안의 목적은 “건설공사 중 발생하는 건설사고의 위험을 낮추고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제1조)이라고 제시돼 있다. 3개 법령(안)의 제정 목적은 종사자의 안전과 사회적 복리 증진으로 집약되며 대동소이하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업에 국한시킨다 하더라도 오히려 목적이 포괄적이다. 3개 법령(안)의 목적 달성 수단도 안전 기준을 확립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 처벌하고 안전관리 투자를 유도한다는 것으로 동일한 맥락이다.
정책과 제도의 기획, 추진, 성과 창출, 보완 발전 과정에는 전략적 판단과 선택이 중요하다. 건설현장의 안전 확보는 발주자, 설계자와 시공자, 감리감독자, 근로자(법안에서는 제외), 연관된 제3자 등 다수의 직간접 참여자들의 권한과 책임의 조합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한 식구라고 하면서 누구에게는 밥만 잘 먹으면 된다고 하고 누구에게는 밥알 흘리면 밥 안준다고 하면 모두가 건강식을 섭취하기가 쉽지 않다. 안전 강화를 위한 투자 유도와 처벌 강화는 동기부여와 책임성이 명확해야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람직한 방향과 충실한 내용의 정책이라도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갈등과 분열의 역효과가 유발되기 마련이다. 이해관계의 조정이 정책 수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건설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 하나는 안전 확보라는 건설 참여자들의 공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동 책임과 참여의 동기부여이다. 처벌은 동기부여라기보다는 사후 대응이다. 예방적 차원을 고려하더라도 자발적 동기부여는 아니므로 편법과 부작용을 파생시킨다. 처벌 중심의 안전 확보는 참여자들 사이 책임 전가와 회피의 풍선효과를 유발시킬 우려가 있다.
더욱이 3개 법령(안)이 처벌 대상의 중복성은 피했다 하더라도 동일 사고에 대해 동일 기업(기관)에 중복적인 처벌 효과를 가중시킬 수 있다. 공동 책임과 공동 대응의 동기부여를 유도하려면 사고재해 발생의 원인별 현장 상황의 공간지리적 문제와 구조적 문제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책에 공감해야 한다. 지난해 전체 산업에서 발생한 사고재해 사망자 882명 가운데 37.2%가 추락(떨어짐)사고로 희생되었다. 끼임(11.1%)이나 부딪힘(8.2%)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이다. 사고 현장별 공간구조와 설치 시설물 구조와 사업수행 방식에 따른 관리자, 감독자, 근로자의 참여적이고 협조적인 대응책이 필수적이다.
다른 전략적 선택은 대안적 구조 전환이다. 고속도로 졸음운전의 처벌을 강화하기 이전에 졸음쉼터 마련이 정책 효과를 높였다. 과속 범칙금이나 과징금 인상보다 과속 감시 카메라 설치가 더 효과적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도 마찬가지이다.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면서 대형 크레인타워의 사고 예방을 위한 CCTV 설치는 적극 반대하는 것은 구조적 전환 효과를 간과하는 주장이다.
발주자의 사업 이행,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수익 창출, 근로자의 안전한 일자리의 이해관계를 뺏고 빼앗기기(제로섬 게임) 구도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쪽도 처벌 대상이 아니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국회와 정부의 책무가 아닐까.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김태황 교수] koscaj@kosca.or.kr
출처 : 대한전문건설신문(http://www.kosca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