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금속 구조물 수천 개 동시 제작 3D 나노 프린팅 기술 ㅣ포스텍, 음파탐지기 추적 불가 메타 물질 개발

 

 

3D 프린팅으로 나노미터 구조물 수천개 동시에 짓는다

 

서울대-포스텍 공동 연구

센서·전자소자 등 신소재 메타물질 응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100나노미터(nm,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3차원 금속 구조물 수천 개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3차원(3D) 나노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상용화된 기존 3D 프린팅이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의 크기 한계인 수십~수백 마이크로미터(㎛, 1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미터)보다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만큼 작은 3D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산업 현장에 활용되는 센서나 전자소자, 미래 신소재 메타물질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최만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노준석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 정우익 서울대 기계공학부 박사후연구원, 정윤호 서울대 기계공학부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 서울대 제공.

최만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노준석 포스텍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100나노미터 크기의 3D 구조물을 제작할 수 있는 3D 나노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31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마이크로미터 수준 크기의 3D 구조물을 제작하는 데 그쳤던 기존 3D 프린팅 기술을 한 차원 진화시킨 기술이다. 

 

 

연구진은 기존 3D 프린팅에 사용되는 폴리머나 잉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금속 나노 에어로졸을 활용해 불순물을 최소화한 초고순도 3D 구조물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불순물은 금속의 전도도나 물성에 차이를 만드는 요인으로 금속 고유의 물성을 유지하려면 불순물을 최소화해야 한다. 

 

연구진은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구멍이 정렬된 비전도성 마스크와 실리콘 기판이 위아래로 분리된 상태로 놓여 있는 증착 챔버 안으로 나노입자와 하전을 주입했다. 이온이 먼저 마스크 위에 축적되면서 마이크로미터 크기 구멍마다 정전기 렌즈가 형성된다. 이 정전기 렌즈를 통해 뒤이어 도달하는 나노입자들을 구멍 중심으로 집중시켜 100나노미터 크기의 에어로졸로 집속시키는 원리를 3D 프린팅 기술에 활용했다. 특히 3D 나노 구조물을 한 번에 수천개 이상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3D 나노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3D 나노 센서, 집적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3차원 반도체 등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만수 교수는 “현재 2차원 필름 형태로 만들어지는 가스 센서의 경우 3차원으로 만들 경우 가스가 닿는 면적이 넓어져 민감도를 2배 이상 높일 수 있다”며 “반도체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시도되고 있는 3차원 반도체의 집적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인 ‘메타물질’ 제작도 용이해진다. 최만수 교수는 “현재 메타물질을 만드는 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하면 수천 개 이상의 3D 구조물을 통해 손쉽게 메타물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계·화공 노준석 교수팀, 

“쉿! 땅속 진동도, 물속 소리도 사라져요!”

 

[지진파 인공 제어…수중 스텔스 기술로도 활용 가능]

 

  빛의 굴절 방향을 조절하거나 흡수해 모습을 감출 수 있는 투명망토를 실현케하는 메타물질이 알려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POSTECH에서 음향파나 지진파까지 조절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설계했다. 이는 음파탐지기로도 추적할 수 없는 잠수함을 만들거나, 지진을 회피하는데 활용될 수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이동우씨 연구팀은 빛뿐만 아니라 소리 영역까지 제어할 수 있는 메타물질을 설계하고, 물속에서 음향 굴절률을 조절해 파동을 흡수하거나 통과시킴으로써 음파탐지기에도 잡히지 않는 ‘수중 스텔스 메타표면’을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진동과 같은 판에서의 파동 흐름을 극단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실현 불가능케 여겨져왔던 무한한 굴절률인 특이점이 존재하는 클로킹 현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응용물리 분야 권위지 ‘저널 오브 어플라이드 피직스(Journal of Applied Physics)’와 ‘피지컬 리뷰 어플라이드(Physical Review Applied)’ 에 각각 게재됐다.

 

자연에서 빛이 어떤 물질을 만났을 때, 일반적으로 양(+)의 방향으로 굴절되는 성질이 있다. 메타물질은 이런 빛의 굴절 특성을 음(-)의 방향, 완전 투과를 일으키는 제로 굴절률(0) 또는 완전 흡수체를 설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메타물질을 만나면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굴절률은 빛뿐만 아니라 소리도 제어할 수 있는데, 연구팀은 음향의 굴절률을 제어해 음파(音波)가 반사하지 않고 획기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메타표면을 이론적으로 확인했다. 분리형 오리피스 도관(Split-Orifice-Conduit) 하이브리드 공진기의 배열을 통해 광대역(14kHz~17kHz)에서 음파를 흡수할 수 있도록 두께가 얇은 메타표면을 설계했다. 이렇게 설계된 메타표면은 음파의 공진을 이용해 물체를 탐지하는 음파탐지시스템으로 탐지되지 않는 ‘수중 스텔스 기능’을 얻을 수 있다.

 

한편, 연구팀은 메타표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지진파와 같은 탄성 파동을 통과시키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인 질량으로 인한 중력장의 변화에 따른 시공간의 휨 속에서 빛의 경로가 바뀐다는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곡면 판에서 극단적인 탄성 파동을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안하였다. 그 예시로 굴절률 특이점 렌즈, 즉 두께가 거의 0에 수렴하는 메타표면 렌즈를 만들어 넓은 주파수 대역(15kHz~18kHz)에서 90도, 180도로 휘어질 수 있는 탄성파 이튼(Eaton) 렌즈를 얇은 곡면 판에서 구현했다.

 

 

또한 이론상 존재해왔던 특이점이 존재하는 클로킹 현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안하여 추후 극단적인 천체인 블랙홀과 같은 현상들을 탄성파에서 테스트 베드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굴절률 특이점의 이해를 바탕으로 대륙의 판과 판이 부딪히거나 쪼개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을 극단적으로 제어하는 데 활용하여 지진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나 건축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물질 연구로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는 노준석 교수는 “지금까지 메타물질 연구는 빛이나 전자기파에 집중됐지만, 음파나 지진파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심해 환경 속에서 수중 음파 탐지기를 피할 수 있는 잠수함, 지진이 와도 멀쩡한 원자력발전소를 만드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수력원자력 K-CLOUD 사업, 한국연구재단 글로벌프론티어사업, 중견연구사업, RLRC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 글로벌박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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