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세상의 모빌리티 기술 VIDEO: 3D printed microboat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모빌리티 기술
잔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배에서 금방이라도 선원들이 나와 분주하게 움직일 것 같다. 선실부터 지붕 위 굴뚝까지 정교하게 구현된 이 배의 크기는 단 3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머리카락 위에 올려놓으면 마치 4차선 도로 위를 달리는 승용차처럼 보일 정도다.
3D printed microboat
From prow to stern, this little boat measures 30 micrometers, about a third of the thickness of a hair. It has been 3D-printed by Leiden physicists Rachel Doherty, Daniela Kraft and colleagues.
The image was made using an electron microscope and can be found in their article about 3D printing synthetic microswimmers in the scientific journal Soft Matter.
Microswimmers
Kraft's research group researches microswimmers, small particles moving in fluids like water, that can be followed using a microscope. One of their goals is understanding biological microswimmers, such as bacteria.
Most research of this type is carried out on sphere shaped particles, but 3D printing offers new possibilities, as the researchers show in this article. They also printed spiral shaped particles, which rotate along while they are propelled through water.
3DBenchy
The microboat doesn't have a propellor. 3DBenchy is a standard 3D design for testing 3D-printers. The group's new Nanoscribe Photonic Professional printer has passed this test with flying colors, while establishing a new record building the smallest ship on Earth (which is even able to set sail in water).
https://www.universiteitleiden.nl/en/news/2020/10/3d-printed-microboat
상단 사진설명:
자체 추진력을 가지고 액체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마이크로보트(micro-boat)가 과산화수소 수용액 위에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소프트 메터 (다니엘 라 크래프트 네덜란드 라이덴대 물리학과 교수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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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보트는 과산화수소 수용액 위를 분주하게 항해한다(사진). 다니엘라 크래프트 네덜란드 라이덴대 물리학과 교수팀이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소프트 매터’에 공개한 마이크로스위머(microswimmer) 6종 중 하나다. 마이크로스위머는 자체 추진력을 가지고 액체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입자를 뜻한다. doi: 10.1039/D0SM01320J
연구팀은 마이크로보트를 포함해 나선형 모양, 로티니 파스타처럼 생긴 소용돌이 모양, 작은 구 모양, 구 위에 뾰족한 돌기가 여러 개 돋아있는 모양, 심지어 우주선 모양까지 다양한 형태의 마이크로스위머를 제작했다. 연구팀이 제작한 마이크로스위머 중 가장 작은 것은 4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의 구 모양이다.
기존에 개발됐던 마이크로스위머는 이보다 더 크거나, 형태가 단순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광자 중합반응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특수한 재료에 빛을 쬐면 분자가 서로 엉켜 중합체를 형성하는 성질을 이용한다. 이 재료에 레이저 광선을 짧은 시간 간격으로 비추는데, 분자가 두 개의 광자를 동시에 흡수한 부분에서만 중합반응이 일어난다. 그러면 중합반응이 일어난 곳은 단단하게 굳고, 일어나지 않은 곳은 액체 상태로 남기 때문에 원하는 형태의 구조물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3D프린팅으로 빚어낸 마이크로스위머의 항해
‘소프트 매터' 제공
이제 마이크로스위머가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연구팀은 백금 촉매 코팅을 활용했다. 백금은 과산화수소가 물과 수소로 분해되는 과정을 촉진한다. 마이크로스위머에 백금 촉매를 바른 후 10% 과산화수소 수용액에 넣으면 마이크로스위머 표면에서 과산화수소가 분해돼 분출되는 과정에서 추진력이 생긴다.
실험 결과, 작은 구 모양 마이크로스위머는 평균 초속 0.5μm, 소용돌이 모양 마이크로스위머는 평균 초속 1.5μm의 속도로 이동했다. 특히 소용돌이 모양 마이크로스위머의 경우 백금 촉매를 코팅한 부분에 따라 이동 경로가 달라졌다. 크래프트 교수는 “마이크로스위머의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계산하면 인체의 특정 부위에 약물을 전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구여, 이 자동차들은 문장 끝에 오는 마침표보다도 훨씬, 훨씬, 훨씬 작답니다.”
제임스 투어 미국 라이스대 화학과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든 나노자동차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나노자동차는 바퀴에 차체까지 어엿한 자동차 골격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크기는 분자 하나 정도인 3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하다.
투어 교수와 안톤 두브로브스키 미국 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10월 ‘유기화학 저널’에 2022년 개최될 제2회 국제 나노자동차 경주대회에 참가할 나노자동차를 발표했다. 국제 나노자동차 경주대회는 나노 크기 분자를 이동시켜 속도를 겨루는 대회다. 이 팀은 2017년 처음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 연구팀은 당시와 같은 영구적인 쌍극자 모멘트를 활용해 금으로 된 표면 위에서 빠른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나노자동차를 만들었다. doi: 10.1021/acs.joc.0c01811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동차의 레이스
유기화학 저널 제공
쌍극자는 분자 안에 양전하와 음전하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아 분자가 부분적으로 양전하와 음전하를 모두 갖는 상태다. 쌍극자 모멘트는 쌍극자의 크기를 나타낸다. 쌍극자 모멘트가 큰 분자들은 분자 전체를 두고 봤을 때는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분자 안에 양전하가 몰려있는 부분과 음전하가 몰려있는 부분이 다르다. 마치 자석에 S극과 N극이 있어 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기장에 끌려갈 수 있는 것처럼, 분자가 외부의 전기장에 영향을 받기 쉽다.
연구팀은 이 부분에 착안해 나노자동차의 양쪽 끝에 쌍극자 모멘트를 유도해서 주사터널현미경(STM)이 만든 전기장 속에서 나노자동차가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제2회 대회의 관건은 무게다. 나노자동차는 무게가 가벼울수록 속도가 빠르다. 이 때문에 대회 주최 측은 이번 대회부터 참가조건에 ‘나노자동차를 구성하는 원자는 100개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연구팀은 이 조건에 맞추면서도 속도가 빠른 나노자동차를 구현하기 위해 나노자동차의 바퀴로 3차 부틸 작용기를 사용했다. 3차 부틸은 작용기의 크기가 커서 차체를 높이 들어 올릴 수 있는 데다가, 표면과의 상호작용이 적어 마찰이 감소한다. 덕분에 나노자동차는 경기장 표면의 방해를 적게 받으면서 전기장을 따라 미끄러질 수 있다.
투어 교수는 “이 경주는 나노자동차 설계와 이를 제어하는 기술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좋은 계기가 된다”라며 “경쟁을 통해 전 세계 나노 분야의 지식이 확장되고 나노조작 분야가 더욱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에는 곤충의 비행을 모방한 초소형 비행체들이 종횡무진 날아다니고 있다. 곤충의 높은 양력 발생 능력을 모사한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과 연구팀이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로봇벌 ‘로보비(RoboBee)’가 대표적인 예다. 날개를 전부 펼쳤을 때 가로 길이가 3.5cm, 전체 무게는 0.26g인 이 장치는 벌의 비행방식을 모방해 만들었다. 노아 제퍼리스 미국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과 연구원은 “로보비는 외부 전원장치 없이 자체적으로 탑재된 배터리를 이용해 비행한 물체 중에서 가장 가볍다”고 설명했다. doi: 10.1038/s41586-019-1322-0
곤충 모방 초소형비행체의 비행
박훈철 제공
초소형 비행체는 마이크로보트나 나노자동차에 비하면 크기가 거대하다. 박훈철 건국대 스마트운행체공학과 교수는 “공중을 비행하는 건 땅이나 물 위를 달리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소형항공기의 경우 앞뒤로 움직이는 추력에 더해 중력을 이겨낼 수 있는 양력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배터리를 이용해서 독립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고 의미 있는 수준의 비행시간을 유지하려면 비행체의 크기가 매우 작아지기는 어렵다”며 “동력원과 구동 기구를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초소형 비행체의 비행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장수풍뎅이의 날개 구조를 모방한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장수풍뎅이의 뒷날개가 장애물과 충돌할 때 접히면서 충격을 완화하는 특징을 초소형 비행체에 적용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지난해 12월 4일자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ence.abd3285
장수풍뎅이는 곤충 중에서 유일하게 비행할 때 뒷날개를 펼치고 육상 또는 수중에 있을 때는 뒷날개를 접는 습성을 보인다. 접을 수 있는 장수풍뎅이의 뒷날개 구조는 장수풍뎅이가 비행 중 장애물과 충돌할 때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실제 장수풍뎅이가 비행 중에 장애물과 부딪히는 모습을 초고속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장애물이 날개 바깥쪽에 부딪히는 경우 자세를 재조정해서 다시 비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어 장수풍뎅이 뒷날개가 접히는 모습을 구현한 인공날개를 만들어 초소형 비행체에 적용했을 때도 뒷날개가 충돌상황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장수풍뎅이 모방 날개를 비행체에 장착하면 장애물에 부딪힐 때도 비행을 지속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곤충을 본떠 개발되고 있는 초소형 비행체들은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파이 로봇이나, 야생동물들이 놀라지 않게 하면서 자연을 탐사하는 로봇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 마이크로스위머 3종이 움직이는 모습 보기 https://youtu.be/p47jwGQvPUw
※관련기사
과학동아 1월호, 작은 탈것을 위한 시 https://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2101N039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3164
Microswimmer Gallery: Tug Boat, Spiral, Sta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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