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주말] 야! 단풍 너 지금 어딨니?
단풍 시속 830m로 남하...설악산 지나 지리산 왔어요 [영상]
[아무튼, 주말] 첩첩산중 드라이브
가을이 깊어간다. 서서히 온 산을 물들이던 단풍은 어느덧 절정을 향해 가고 있다. 오색찬란한 단풍을 즐길 때다. 서둘러 드라이브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코로나 걱정 없이 차를 타고 마음껏 단풍을 감상하는 ‘드라이브 스루’ 여행. 이왕이면 한적하고 색다른 코스를 찾았다. 첩첩산중 굽이굽이 돌아가는 고갯길. 지그재그 커브와 오르막, 내리막을 오간다. 구불구불 산길에 울긋불긋 내려 앉은 단풍을 따라가는 첩첩산중 드라이브
강원도 홍천과 양양의 경계인 구룡령에 단풍이 절정이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고갯길이 마치 용이 몸을 뒤트는 모습 같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단풍 막바지, 백두대간 드라이브
설악산엔 지난달 27일 ‘첫 단풍’이 시작됐다. 산 정상에서 20%가량 단풍이 드는 첫 단풍 이후 2주 정도가 지나면 산 전체의 80%가 단풍이 드는 절정에 이른다. 지난 주말 설악산 단풍은 절정을 맞았다. 설악산 단풍이 절정을 지났다는 소식에 구룡령으로 향하는 마음이 바빠졌다. 구룡령은 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와 양양군 서면 갈천리 경계의 고개다. 오대산과 설악산을 연결하는 큰 고개이자 백두대간의 능선이다. 해발 1013m 정상까지 굽이굽이 고갯길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구룡령은 용이 구불구불 휘저으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아흔아홉 구비를 넘어간다고 해 이름 붙었다. 또 고개를 넘던 9마리 용이 갈천리 마을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며 쉬어갔다고도 전해진다. 드론으로 구룡령을 내려다보니 용과 관련된 이름처럼 굽이굽이 이어진 길이 용이 몸통을 비트는 모습과 닮아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구룡령 고갯길. 막바지 단풍을 즐기며 한적한 고갯길 드라이브를 즐겨볼 만하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차량 통행량이 줄어든 구룡령은 한적한 도로다. 단풍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더없는 코스다. 구룡령 정상은 이미 단풍이 절정을 지나 낙엽이 지기 시작했지만 해발 800m 아래는 곱디고운 단풍이 한창이다. 구룡령을 둘러싼 백두대간의 산세와 단풍마저 절경이라 고갯길을 달리며 가을의 절정을 만끽해볼 만하다. 도로에 별도의 전망대나 차를 세울 공간이 없어 주행하면서 풍경을 즐겨야만 하는 게 조금은 아쉽다. 정상엔 백두대간 방문자센터가 있다.
구룡령 너머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 경계가 되는 운두령을 함께 돌아볼 만하다. 해발 1089m로 차로 오를 수 있는 고개 중 가장 높은 해발 1330m인 만항재 다음으로 높은 고개다. 구름이 고개를 넘나든다는 이름처럼 구름이 손에 닿을 듯하다. 정상에 서 있는 커다란 풍력발전기가 인상적이다. 차를 세우고 멀리 단풍으로 물든 백두대간의 장관을 한눈에 담아본다.
강원도 양양 서면과 인제 기린면을 잇는 조침령은 S자 커브가 쉬지 않고 이어지는 가파른 고갯길이다. 절정의 단풍을 감상하며 색다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조침령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서림리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의 경계다. 해발 760m 고개는 높고 험하여 새가 하루에 넘지 못하고 잠을 자고 넘었다고 해서 조침령(鳥寢嶺)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정상 부근엔 양양과 인제를 관통하는 조침령터널이 있다.
S자 커브를 돌 때마다 달라지는 단풍의 색과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조침령.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양양에서 조침령터널로 가는 고갯길은 커다란 S자 커브가 반복되는 곡선 도로다. 뱀처럼 굽은 길을 주행하는 기분이 색다르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와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보이는 풍경과 기분도 달라진다. 조침령은 지금 단풍이 절정이다. 크게 커브를 돌 때마다 달라지는 단풍의 색과 주변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속리산 관문인 말티재는 열두 굽이 가파른 고갯길로 유명하다. 말티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말티재.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주 단풍 절정, 중부 고갯길
속리산 단풍은 오는 29일 절정이다. 속리산 단풍을 만나려면 말티재를 넘어야 한다. 속리산 관문인 충북 보은 말티재는 열두 굽이 가파른 고갯길이다. 해발 430m 정상까지 지그재그 커브길이 이어진다. 커브를 돌 때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큼 긴장되면서도 스릴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말티재는 고려 태조 왕건이 이 고개를 넘기 위해 박석을 깔았던 기록이 남아 있어 ‘박석재’라고 불렸고 조선 세조가 고갯길을 오를 때 가마에서 말로 갈아탔다고 해서 ‘말티고개’라고도 불렸다.
올해 2월 말티재 정상에 전망대가 생기면서 말티재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전망대에선 열두 굽이 고갯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숲으로 둘러싸인 말티재는 단풍을 즐기며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이다. 자동차는 물론 모터 바이크, 자전거 동호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올해 2월 말티재에 전망대가 생기면서 찾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말티재 전망대는 높이 20m로 열두 굽이 고갯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외부로 돌출된 전망대 일부는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고갯길을 오가는 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말티재와 가을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포인트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무료.
뱀이 똬리를 튼 듯한 단양 보발재 굽잇길. 단풍철에는 3㎞ 도로변을 따라 물감을 풀어놓은 듯 붉은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단양군
소백산의 단풍은 이번 주말 절정에 이른다. 충북 단양 보발재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절경을 감상할 포인트다. 보발재는 단양 가곡면 보발리와 영춘면 백자리를 잇는 해발 540m 가파른 고갯길이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도로가 마치 뱀이 똬리를 튼 듯하다. 단풍철에는 3㎞의 도로변을 따라 마치 붉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단풍이 장관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 따라 단풍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다.
충북의 알프스라 불리는 영동에는 가파른 고갯길이 이어지는 도마령이 있다. 구불거리는 길이 쉬지 않고 이어지지만 색다른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충북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영동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고갯길이 있다. 도마령은 충북 영동군 황간에서 전북 무주로 넘어가는 해발 800m의 고갯길이다. 도마령(刀馬岺)은 ‘칼을 찬 군인이 말을 타고 넘는 고개’라는 뜻이지만 말을 타고 칼을 찬 채 이 험한 고개를 어떻게 지났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영동 도마령 고갯길. 굽이굽이 가파른 산길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S자, U자 커브를 도는 가파른 고갯길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이나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길이 험하고 차량 통행이 많지 않으므로 다행히 천천히 달릴 수 있다. 몸에 힘을 빼고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달려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혼자 달리는 기분이 묘하다. 고갯마루엔 작은 주차장과 전망대, 상용정이라는 작은 정자가 있어 잠시 쉬어 갈 수 있다. 덕유산과 민주지산의 산세와 단풍도 감상 포인트다.
의령 자굴산으로 가는 고갯길 쇠목재는 굽이친 길이 색소폰을 닮아 '색소폰 도로'라는 별칭을 얻었다. /의령군
단풍 절정 이제 시작, 지리산 드라이브
기상청에 따르면 단풍은 하루 20~25㎞ 속도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확대된다. 시속으로 따지면 830m~1㎞의 속도다. 이번 주말 지리산을 시작으로 남부 지방의 단풍도 절정을 향해 간다. 벌써부터 단풍 절정을 기다리게 만드는 곳이 있다. 경남 의령 쇠목재다. 의령 자굴산과 한우산 사이 쇠목재에는 일명 ‘색소폰 도로’로 불리는 도로가 있다. 도로 굴곡이 마치 색소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야간에 궤적 사진을 찍으면 색소폰 모양이 더 뚜렷해 보인다.
단풍철이 되면 지그재그로 꺾인 도로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단풍이 곱게 물든다. 쇠목재에서 바라본 색소폰 도로와 단풍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색소폰 도로를 지나 억새가 흐드러진 한우산 정상까지 가을 드라이브를 즐기기 좋다.
지리산의 단풍은 23일이 절정이다. 경남 함양은 지리산 북동부 관문이다.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지리산 자락에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할 길이 있다.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에서 함양읍 구룡리로 이어지는 지안재와 오도재다. 지리산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가파른 고갯길이다. 지안재에서 오도재까지 S자 곡선의 구불구불한 길이 길게 이어진다. 180도에 가까운 곡선 커브를 급회전해 오르는 굽잇길은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갈 만큼 긴장되는 코스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기하학적인 풍경에 감탄하고 만다. 광고나 영화 촬영지로 자주 등장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해발 773m 오도재 정상엔 ‘지리산제일문’이 서 있다. 지리산으로 가는 길이다. 지리산의 가을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천왕봉과 노고단의 능선, 계곡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지리산조망공원은 놓치기 아쉬운 포인트다. 지리산의 가을을 보고 느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아무튼주말> 보은_말티재_영동_도마령-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