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디자인’ 다 잡은 대나무 건물 Bamboo Sports Hall for Panyaden International School
산업과학 Construction,Science/디 자 인 Design2019. 10. 23. 14:31
'환경’과 ‘디자인’ 다 잡은 대나무 건물
인류를 지키는 적정기술
신개념 생활공간 제공
자신의 몸을 누일 거처만 있어도 다행이라 생각하는 저개발 국가 주민들에게, 집을 지을 때 ‘환경’과 ‘디자인’을 고려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건물이 갖춰야 하는 건강함과 아름다움은 빈곤한 그들에게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많은 적정기술 단체와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그들에게도 환경친화적이면서 아름다움까지 고려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대나무로 지은 ‘체육관’과 ‘교실’이다.
저개발 국가 주민들도 환경친화적이면서 아름다움까지 고려한 공간이 마련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Chiangmai Life Architects
Bamboo Sports Hall for Panyaden International School / Chiangmai Life Construction
Lead Architects
Markus Roselieb, Tosapon Sittiwong
Engineers
Phuong Nguyen, Esteban Morales Montoya
Client
Panyaden International School
Budget
USD 300,000
Carbon Footprint
Zero
https://www.archdaily.com/877165/bamboo-sports-hall-for-panyaden-international-school-chiangmai-life-constr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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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90%까지 탄소 배출량 줄일 수 있는 대나무 체육관
태국에 있는 판야덴(Panyaden)이라는 학교를 방문하면 마치 연꽃처럼 생긴 모양의 지어진 체육관 건물을 볼 수 있다. 세련된 외형의 현대 건축물 같은 이 체육관은 수백 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뽐낸다.
학생은 물론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이 체육관에서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고, 무대 설비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소화할 수 있는 등 지역의 자랑거리로 통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체육관의 넓고 쾌적한 이유가 사실 특별한 건축 소재에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같은 열대 지역에서 많이 자라는 대나무가 바로 판야덴 학교의 체육관 건설에 사용되었다.
대나무는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자라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하고,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다른 목재들과는 달리 나무를 죽이지 않고도 채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을 파괴한다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대나무는 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통 가옥같은 소형 건물에만 건축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체육관 같은 대형 건물을 대나무로 짓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대나무로 만든 체육관은 환경과 디자인을 모두 만족시킨 건축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 Chiangmai Life Architects
그런데 이 같은 고정관념을 치앙마이라이프이키텍트(Chiangmai Life Architects)라는 태국의 건설회사가 깨뜨렸다. 이들이 시공한 체육관은 대나무만으로 지어졌다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웬만한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지어졌다는 것이 건설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체육관은 폐쇄된 형태가 아니라 자연적으로 환기와 채광이 될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지어졌다. 따라서 조명을 사용하지 않아도 캄캄한 밤이 되기 전까지는 내부를 밝게 유지할 수 있고, 에어컨 없이도 주변보다 낮은 온도의 실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설계 방법에 대해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이나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은 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내부가 더울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하며 “반면에 대나무로 지어진 체육관은 열을 흡수하는 양이 적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대나무를 건축 소재로 삼았을 때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재가 100% 천연의 대나무이기 때문에 철근이나 콘크리트 소재로 지은 건물에 비해서 탄소 배출량을 대략 90%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건축 전문가들은 “대나무 소재의 경우 아파트나 고층 빌딩 같은 수직형 건물보다는 체육관이나 전시장 같은 수평형 건물에 더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하면서 “특히 소재 비용이 저렴하고 유지비도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주로 열대 지방의 저개발 국가들이 짓는 건물에 활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대나무를 뼈대로 흙과 가축의 똥을 섞어 교실 건축
대나무로 건물을 짓는 나라 중에는 방글라데시도 있다. 저개발 국가 중에서도 최빈국으로 알려져 있는 방글라데시는 재정 상황이 열악하여 변변한 교육 시설을 찾기가 어렵다. 그런 이유로 많은 아이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루드라푸르(Rudrapur)라는 지역 역시 방글라데시에서는 상당히 낙후되어 있는 곳이어서, 학교 건물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하나 없는 지역이다. 그런데 이런 곳에 최근 학교가 지어졌다.
글로벌 비정부 기구인 METI(Moredern Education and Training Institute)의 원조로 지어져 메티스쿨(Meti School)로 불리는 이 학교는 독일의 건축가인 ‘에이크 로스워그(Eike Roswag)’와 ‘안나 에이링거(Anna Aeringer)’가 디자인을 맡았다.
대나무와 소똥, 그리고 흙으로만 지어진 방글라데시의 교실 ⓒ METI
대나무와 소똥, 그리고 흙으로만 지어진 방글라데시의 교실 ⓒ METI
처음 설계를 할 당시 이들 건축가는 해당 지역의 넉넉하지 못한 재정을 고려하여 오로지 마을의 자원만을 활용하여 교실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숲에서 대나무를 확보하여 뼈대를 세웠다. 그리고 흙과 가축의 똥을 섞어서 건물의 살을 채웠다.
이에 대해 로스워그는 “단 한 개의 건축 자재도 별도로 생산하지 않고 오로지 있는 자원만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라고 밝히며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나 교실 건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언제든지 주민들이 주변에 있는 소재들로 해결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소문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메티스쿨은 교육관련 적정기술 전문가들의 견학 코스가 되었다. 자연친화적이면서도 동시에 건설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혁신적 사례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메티스쿨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에이링거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도 우리는 주민들과 함께 충분히 교실 건물을 세울 수 있었다”라고 회고하며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가지고 있는 재능만으로 자연이 주는 혜택을 이용하여 아름답고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작업은 매우 보람 있는 경험이었다”라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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