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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도의 수수께끼
2019.09.06
며칠 전 유튜브로 종편 뉴스를 보니 대한민국 땅으로 명시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 97번지 함박도라는 섬 꼭대기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는 영상이 나왔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국토 정보시스템에서 토지 이용계획을 봤습니다. 섬은 1만9,971평방미터(약 6,000평) 넓이의 무인도로, 지목은 임야, 공시지가는 1평방미터가 1994년 270원에서 2019년 1,070원으로 올라 있었습니다. 공부(公簿)로 분명히 대한민국 땅이었습니다. 요즘 분위기와 꽤나 닮은 뉴스라고 생각했습니다.문재인 정권의 등장 이래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일이 터졌습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 사드 배치 반대, 9·19 남북군사 기본합의서, 대전차 방어벽 철거, 휴전선 GP 철거. 한미, 미일 동맹으로 뭉친 동북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삼각 협력 체제를 붕괴시킬 위험이 도사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반국가단체인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에서 활동해 유죄 판결을 받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지명 따위가 그렇죠.북은 핵무기에 온갖 미사일을 자랑하는데 뭘 근거로 안보의 자신감이 있는지, 평화가 눈앞에 다가온 양 ‘평화 경제’ 같은 꿈같은 미래를 노래하며 평화 마케팅에 도취해 있습니다. 지소미아 파기에 미 정부는 이례적으로 강력하게 문 정부를 비판했고 미 언론들은 가장 큰 실패자는 한국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전직 외교관 67명은 최근 지소미아 복원과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의 회복을 주장하며 문 정권을 강도 높게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함박도를 촬영한 영상에서 북한군 출신 탈북인은 시설물이 포문처럼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방부는 경계 시설일 것이라며 함박도에서의 수도권 공격 가능성을 일축했죠. “북한이 수도권을 공격할 방법은 많다”라며 논점도 흐렸습니다. 인접 주민을 비롯하여 수도권 주민들이 불안한 것은 과거 무인도였다는 함박도의 방사포나 해안포 등 중무장화 가능성 때문입니다.왜 대한민국 행정구역으로 명시된 산림청 소유의 섬을 북한군이 지키고 있나요. 이 섬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상의 통제보호구역입니다. 이 섬의 넓이는 누가, 언제 측량했으며 공시지가는 누가, 어떻게 조사하여 매긴 것일까요. 혹시 일제 강점 때부터 내려온 것으로 주장할 셈인가요?국방부 장관은 함박도가 NLL 북방 한계선 북쪽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의 지도를 검색해보면 함박도는 NLL 아래 남쪽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의 서쪽으로 김포, 강화도, 석모도, 볼음도, 주문도, 말도, 함박도가 이어집니다. 함박도 동남쪽 40킬로미터의 영종도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있습니다.만약 수도권 지근거리에 북한이 최근 잇달아 발사한 신형 방사포나 미사일로 요새를 만들면 더 북쪽에 있는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는 뭐가 되는 겁니까. 국방부의 평가와 달리 함박도는 북한의 마음 먹기에 따라서는 수도권의 목줄을 조일 수 있는 군사 요충 중의 요충으로 등장하는 거죠. 안보 불안 심리는 무엇으로 다스릴 건가요? 야당은 북한에 군사시설 즉각 폐쇄를 요구하라고 주장했습니다.정부는 도대체 뭐 하느라고 이런 이상한 일에 직면한 겁니까. 북한 땅이 맞는다면 왜 대한민국 인천광역시 강화군 소속으로 주소가 등록되어 있는지 의문이죠.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의무의 하나는 국가 영토의 보전입니다.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 무인도에 군사 시설을 한 게 문제가 아니고 북한 땅이 남한 땅이라고 되어 있는 게 문제라고 보나요? 국방부와 국토부,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는 뭘 했습니까. 숲이 우거졌던 무인도가 어떻게 몇 년 새 군사시설로 개발되었나요. 함정과 정찰기와 인공위성은 무엇을 정찰했나요? 혹시 일선 부대가 보고한 것을 상부에서 덮어버렸나요?정전협정의 결정에 따른 요소가 있었나요, 국토가 너무 넓어서 관리가 어려웠나요? 하기야 요즘 대한민국 안보에 관심이 없기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갈 수가 없죠. 트럼프는 한국을 군사동맹인 우방국으로 보고는 있는 건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완전한 돈 낭비(total waste of money)’라고 비웃었고,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실험에 어느 나라나 하는 것이라고 능청을 떨었죠. 북한도 트럼프가 인정한 발사라고 편승합니다. 그럼 우린 북한의 미사일 불꽃놀이의 구경꾼인가요? 어느 나라나 다 하는 미사일 실험이라면 한국은 왜 안 하는 겁니까. 전쟁 억지력을 위해 미국에 그렇게 사정사정하여 늘려온 미사일의 사정거리입니다.트럼프 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지도자를 긍정적으로 선전해 한국의 종북 세력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에게도 헛된 평화의 환상을 심어 대한민국 국방력과 안보 의식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주한 미군과 주한 미국 시민, 그리고 미국까지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대선에 몸이 달았다고 하나 정치 무경험자인지, 아니면 심모원려(深謀遠慮)인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달한 북한의 1년 내 비핵화는 실현이 요원하죠. 날로 고도화하는 핵과 미사일을 외면하는 이런 평화 분위기에 편승한 문 정권은 무슨 생각으로 한일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걸까요?최근 독도 방어훈련이 있었습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 일본의 진보적인 아사히신문은 한국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데 일본이 무력으로 어떻게 하겠냐며 조용한 대응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긁으면 긁을수록 확대되어 가는 것이죠. 그래서 독도는 분쟁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지키고 있는 거죠. 물론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독도는 자유민주 국가인 일본이 도발할 현존하는 위협은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그러나 함박도에는 현재 3대 독재체제를 지키기 위해 북한의 어떤 무기가 존재하는지, 혹은 앞으로 존재할 것인지 알지 못합니다. 조현근 서해 5도 평화수역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함박도 앞바다는 수심이 3미터에 불과하고, 썰물 때는 갯벌로 인근 유인도와 연결되는 중요한 섬”이라며 “여기가 북방한계선(NLL) 이북의 북한 땅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강화도에는 거의 모두를 숙종대왕이 불과 몇 달 새에 승군 8,000명과 석공, 화약공 등 모두 1만 6,000여 명을 동원하여 불과 80여일 만에 해안을 따라 대대적으로 만든 돈대(墩臺)가 53개 있습니다. 외적을 막으려고 사방을 돌로 쌓은 수백 평 규모의 고색창연한 포대들인데 지금도 더러는 군부대가 주둔하는 요지입니다. 숙종이 함박도를 보면 뭐라고 하실까요. 박찬주 대장의 전역사(轉役辭)가 떠오릅니다. “정치인이 평화를 말할 때 군인은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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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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