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판매가 늘어야 한다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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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판매가 늘어야 한다

2019.05.14

지난 일요일(5월 둘째 주)은 세계 많은 나라에서 가정의 축제일로 지내는 어머니날이었습니다. 날짜는 각각 다르지만, 세계에서 190개가 넘는 나라에서 어머니날을 기념합니다. 그중 반이 넘는 96개 나라가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삼았고, 우리나라는 어머니날이었던 5월 8일을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지냅니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생각하고, ‘가정에서의 어머니 역할과 모성애, 자녀와의 사랑, 어머니의 사회적인 역할과 기여’ 등을 기리고 축하합니다.

특히 임신 출산 그리고 아이를 길러 인간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어머니를 기억하고 존중합니다. 인간은 성장 속도가 느려, 지구상의 많은 동물 중에서 육아 기간이 매우 깁니다. 이 기간 어머니의 희생과 봉사의 돌봄이 없으면 아이가 자라 인간으로서 혼자 서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자식들은 이날 어머니의 희생과 봉사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어머니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았습니다. 자기들의 가슴에도 같은 색을 꽂았습니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꽃을 달면 대견해했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아이들은 가슴에 하얀 카네이션 꽃을 달고, 슬픔을 삼켰습니다. 흰 꽃을 단 아이들이 눈에 띄면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말들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훈훈한 정이 넘치는 사회였습니다.

카네이션을 선물로 주고받은 것은 물론 최초의 어머니날 행사도 미국에서 시작됐습니다. 공식적인 기념일과 휴일로 제정된 것은 1914년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 때입니다. 1905년 안나 자비스라는 여성이 어머니를 여의었고, 그녀는 그때부터 어머니날을 기념일로 제정하자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9년 뒤에 어머니날이 제정되었습니다만, 곧 상업화에 물들어 본래의 의미가 퇴색했습니다. 홀마크 카드 등 미국 카드사들은 1920년 경 어머니날 카드를 만들어 파는 등 급속하게 상업화되었습니다. 여기에 사탕 제조 회사들도 끼어들었습니다. 1925년 미국 참전 용사 어머니회에서 카네이션을 팔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안나 자비스는 미국 참전 용사 어머니회의 돈벌이에 분노했습니다. 그녀가 본래의 의미를 훼손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거칠게 반발하다가 체포되었습니다. 상업화의 피해가 지금은 더해졌습니다.

어머니날에 카네이션이 팔리기 시작한 지 채 100년이 안 됩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5월의 꽃 판매는 매년 증가했고, 2017년 전 세계 꽃 수출액은 84억 8,000만 달러로 1995년보다 46%나 늘었습니다. 가장 많이 수출하는 네덜란드는 36억 8,190만 달러, 콜럼비아 13억 9,790달러, 에쿠아도르 8억 4,670만 달러 순입니다. 수입은 미국 17억 3,570억 달러, 독일 12억 410만 달러, 영국 9억 7,300만 달러입니다. 여기에 네덜란드 러시아 프랑스 등이 수입・소비국에 추가됩니다. 꽃 수출입 상위국가 명단에 아시아 국가는 아직 끼지 못합니다.

사람의 심리는 같은가 봅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꽃을 사는 사람은 값이 비싸다고 불만을 이야기하고, 꽃을 기르는 농민들은 비싸지 않다고 이유를 댑니다. 꽃을 기르는 사람들은 꽃이 비싼 이유로 해외 수출을 예로 듭니다. 꽃은 수출될 때 주로 절화(折花; 가지째 자른 꽃)로 나가는데 절화 거래의 위험성이 너무 높습니다. 절화는 아무리 잘 보관・운송해도 2주일을 넘기기가 힘듭니다. 2주일 동안 자를 때와 같은 상태로 아름다움을 유지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지요. 일정한 온도로 냉장 운송을 해야 하며, 꽃이 대량 소비되는 시간에 맞추려면 꽃밭 노동자와 운송 관련 근로자들은 초과노동을 해야만 하며, 꽃값에 추가 인건비까지 더해집니다. 꽃 소매점에서는 휴가 시작 전에 꽃을 팔아야만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꽃은 금방 쓰레기로 변합니다. 이처럼 5월의 축제와 맞물려 꽃 경작, 운송, 수출입, 판매 관련 근로자와 가족들은 함께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이를 금전적으로 보상받는 셈입니다. 물론 비용은 꽃 소비자가 부담하게 마련이지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날 꽃의 소비가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꽃 소비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송이씩 팔리던 물량은 줄었고, 꽃바구니 판매는 늘었다네요. 양재동의 한 꽃가게는 5명의 아르바이를 고용하고도 꽃바구니 포장하기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답니다.

어버이날 국내의 카네이션 판매가 더욱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그게 곧 어머니가 담당한 출산 및 인구 증가의 징표이며, 경제가 고르게 발전해 소비가 늘었다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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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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