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민은 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택했나


대만 국민은 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택했나


1년 중 104일 '전력 불안' 시달리자, 

3년 만에 탈원전 등돌렸다


   대만이 국민투표로 차이잉원 정부가 3년간 추진해 온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기로 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대만에서도 예상치 못했다. 원전을 지지하는 대만 칭화대의 한 교수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탈원전 폐기 안건이 10개 국민투표 안건 중 하나로 다뤄져 국민적 관심이 높지 않다"며 "통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지진대에 있는 대만은 1999년 중부 난터우(南投)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2415명이 숨지는 등 지진 피해가 심각했다. 세계 2위의 인구밀도 탓에 원전 주변에 인구도 많이 몰려 있어 원전 사고에 대한 공포가 크다. 




이 때문에 2011년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탈원전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를 배경으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은 "대만을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2016년 1월 총통에 당선됐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4일 긴급 회견을 열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차이잉원은 "원전을 중단해도 정전 같은 전력 위기나 전기 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대규모 정전과 전력 수급 불안이 계속되자, 대만 국민은 결국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택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대만 국민이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 대신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과학적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탈원전 선언 후 대규모 정전 등 전력 수급 불안이 이어졌다


대만 정부는 2016년 5월 궈성(國聖) 원전 2호기의 가동 중단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까지 전체 원전 6기 가운데 4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력예비율이 주의(6%) 단계를 넘어 3.52%까지 떨어지자 블랙아웃(대정전)을 우려한 대만 정부는 지난해 6월 궈성 1호기와 마안산(馬鞍山) 2호기의 재가동을 잇따라 승인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원전을 긴급 재가동한 것이다. 당시 야당과 언론이 진산 1호기와 궈성 2호기 등 나머지 원전 2기의 가동을 요구했지만 차이 총통이 이를 거절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8월 8일 전력 공급 예비율은 1.7%까지 급락했다. 일주일 후인 작년 8월 15일 대만에선 LNG 발전소가 일시 정지하는 사태가 발생, 828만 가구가 단전 피해를 입는 대정전이 발생했다. 원전 2기를 재가동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석탄·석유 같은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대만은 전체 에너지원의 97.5%를 수입에 의존한다. 중국의 압박으로 외교 고립이 심화돼 에너지 수급은 불안하다. 




겨울철을 빼면 연중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더운 날씨, 양질의 전력 수요가 절대적인 산업구조도 부담이다. 전력예비율이 6% 아래로 떨어지는 '주의' 단계가 발령된 것도 2013년 1일에서 2014년 9일, 2015년 33일, 2016년 68일로 매년 늘었다. 지난해엔 연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04일까지 늘어났다. 대만전력에 따르면 올 들어 여유 전력이 10% 이상인 상태인 날은 42일에 불과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 원전과 재생에너지 병용해야


집권당인 민진당은 탈원전을 강행하면서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20%까지 끌어올려 원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만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대만전력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6년 5.1%에서 2017년 4.9%로 오히려 0.2%포인트 하락했다. 대만 산업계는 "좁은 땅 어디에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하겠느냐"며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로는 대만의 산업을 뒷받침하기 힘들다"고 우려해 왔다.




게다가 원전의 공백을 석탄화력발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메우면서 온실가스 배출은 늘고, 연료비 상승으로 발전 단가는 1년 사이에 7% 치솟았다. 이 같은 전력 수급 불안 때문에 대만 최대 반도체 회사인 TSMC가 새로운 공장을 해외에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라이정이(賴正鎰) 대만 세계상업총회(全國商業總會) 이사장은 "이번 투표 결과는 대책 없는 일방적인 원전 반대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에너지 정책은 현실을 감안해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안준호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6/20181126002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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