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라 화재 발생하는 '태양광 발전 시설' 왜 문제인가
잇따라 화재 발생하는 '태양광 발전 시설' 왜 문제인가
소방시설 기준도 따로없어
발전시설 늘리는데만 급급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7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지난 8월부터 태양광 발전 시설에 대한 전수 안전 점검에 나섰으나 여전히 화재가 이어지면서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오후 경북 영주시 장수면의 태양광발전 시설 내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서 일어난 불을 소방대원들이 끄고
있다. /영주시
지난 12일 오후 3시 56분쯤 경북 영주시 장수면의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불이 나 33㎡(10평)의 샌드위치 패널 건물과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등을 태웠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밤이나 날이 흐릴 때 내보내는 장치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전기저장판 등이 모두 타 1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이 난 태양광 발전소 시설은 1500kWh 규모로 2017년 7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다.
태양광 발전 시설 화재는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7일에는 충남 태안군의 한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리튬이온 전지와 내부 등을 태웠다. 또 지난달 6일에는 울산 북구 한 운동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접속함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정부에서 태양광 발전을 장려하면서 태양광 발전 설비는 올해 6월 기준으로 43만622곳까지 늘어난 상태다. 동시에 태양광 화재도 늘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에만 태양광 발전기 화재가 71건 발생했다.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집계된 태양광 시설 화재는 총 321건이다. 이 중 90% 이상이 전기적 또는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화재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소 관련 소방 시설 기준이 따로 없는 데다 구체적인 원인 파악이 안 돼 있다"며 "소방 당국으로서는 불이 나면 끄는 것 말고는 따로 예방책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시설 내 주요 장비인 고가(高價)의 ESS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발전 시설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ESS 관련 화재 사고 10건 중 9건이 올해 발생했다. 여기서 발생한 손실은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SS 설치 규모는 2016년 225MWh→625MWh(2017년)→1182MWh(2018년 6월 현재)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ESS 화재 사고는 보급 확대 등 양적 성과만 추구한 결과"라며 "무리한 보급량 확대보다 본래 목적에 맞게 보급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재가 줄지 않자 산업부는 지난 8월 "현재 가동 중인 태양광 발전소를 전수 점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0년 이상 가동 중인 노후화 설비 175곳에 대해서는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에너지공단과 합동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 외 발전소는 '태양광 발전설비 체크리스트'를 배포해 자체 점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발전소에 설치하는 ESS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축전(蓄電) 상태의 ESS는 열폭주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화재 취약 장비"라며 "ESS 관련 안전 규정이나 법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
김선엽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4/20181114002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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