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경기도, 표준시장단가 적용 논란..."공공공사 쥐어짜기…일자리 감소"
건설업계 "경기도, 표준시장단가 적용 논란..."공공공사 쥐어짜기…일자리 감소"
도, 예산절감 위해 확대 VS 업계, 저가덤핑 부작용 우려
건설업계 "표준시장단가, 공공공사 쥐어짜기…일자리 감소"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건설업계 고육지책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입찰 참가할 수 밖에 없어"
경기도가 100억원 미만 중소 규모 건설공사에 기존 '표준품셈' 대신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조례 개정을 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표준시장단가는 장비, 인력 등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형 공사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표준시장단가는 100억원 미만 중소 규모 공사에 적용하는 표준품셈의 82% 수준인 하도급 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발주한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공사 32건에 대해 표준시장단가 적용 시 예정가격은 평균 4.5%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가 "예산 절감과 건전 재정운영을 도모하겠다"면서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를 추진하는 이유다.
문제는 예산 절감이라는 명분 뒤에 가려진 부작용이다. 공공공사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쥐어짜기' 형태의 계약금액 삭감은 공공공사의 토대를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업계는 중소 규모 건설공사의 표준시장단가 적용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초기공사비 감축은 부실공사를 유발해 유지ㆍ보수 비용이 3∼5배 이상 더 들어간다. 생애주기비용(LCC) 측면에서 보면 예산이 절감되는 게 아니라 후세대 세금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 건설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할 때 계약금액 삭감은 일자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경기도는 일자리 감소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국인 노임단가를 낮추는 게 불가능한 현실에서 계약금액을 맞추려면 근로자 수를 줄이거나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도가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면 노무비 감소분은 최소 2300억원에서 59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4700개에서 1만2000개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도 공공공사의 30% 이상은 일반 관리비와 이윤조차 남기지 못하는 '적자 공사'라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공공공사 입찰 시 많은 수의 건설업체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적자 공사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가 덤핑'임에도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주산업 특성상 공사를 수주하지 않을 경우 인력감축, 폐업 등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인력과 보유장비, 사무실 운영비 등 고정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입찰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공공공사를 바라보는 간극 해소라는 시선도 있다. 공공공사 중요성을 고려할 때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영국 인프라사업청(IPA)이 국가 인프라 정책을 내놓으며 강조했던 내용은 주목할 대목이다. "효과적 정부 조달은 더 나은 성과물을 얻는 것이지, 최저가격 입찰자를 찾는 과정이 아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