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기다린 GTX 또 연기..."앞으로 10년 이상 걸린다"


10년 기다린 GTX 또 연기..."앞으로 10년 이상 걸린다"


“10년째 예타 통과도 못 해”

경기 인천 분통 터트려


A노선 - 국토부 "연내 착공"…사실상 물 건너가 

B노선 - 타당성 결과 발표, 내년 상반기로 연기

C노선 - 수원~덕정 사업성 분석 3년째 '만지작'


사업일정 감안, 앞으로도 10년 이상 더 걸릴 듯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세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줄줄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연내로 예정된 GTX-B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는 내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기본계획 수립 등 남은 절차가 많아 개통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GTX 노선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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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차례 강조해 온 GTX-A노선 파주~삼성 구간의 연내 착공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A노선 삼성~동탄 구간도 당초 개통 시점(2021년) 이후로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GTX-C노선은 3년째 예비타당성 조사만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GTX는 수도권 교통 불편을 줄여줄 뿐 아니라 주거 수요 분산 효과도 큰 만큼 관련 제도를 손질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째 예타 통과도 못 해”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을 잇는 GTX-B노선(80.1㎞)의 사업 추진 여부를 가늠할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6개월 이상 늦춰진 내년 상반기께 결정된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B노선의 예타 발표 시기를 묻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지난 5월만 해도 인천시는 “B노선의 예타 결과가 연내 나온다”고 강조했다.


사업은 10년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7년 처음 언급됐으나 2014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예타 조사에서 경제성 분석값(B/C)이 0.33에 그쳤다. 일반적인 철도 사업은 B/C가 1.0을 넘어야 추진된다. 결국 노선을 변경해 지난해 9월부터 예타 재조사를 받고 있다.




B노선이 개통되면 송도에서 서울역까지 이동시간은 기존 82분에서 27분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B노선의 개통까지 최소 10년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타 통과 뒤에도 남은 절차가 수두룩해서다. 먼저 민자사업 여부를 정하는 데 6개월이 소요된다. 이후 사업 기본계획 수립,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실시협약 협상에 2년이 걸린다. 협약을 맺은 뒤엔 실시설계,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착공까지 통상 1년이 소요된다. 이후 공사 기간만 5년이 걸린다.


이보다 일정이 더 늦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매년 줄어서다. 올해 말 개통 예정인 9호선 3단계 구간(서울 잠실운동장~보훈병원)은 2016년 2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싱크홀과 예산 부족 탓에 개통이 2년10개월 미뤄졌다. 한 철도 전문가는 “정부에서 SOC 예산을 매년 10% 가까이 줄이고 있어 공사 지연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11월부터 예타 재조사를 받고 있는 GTX-C노선(경기 양주~수원)은 3년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GTX-A, 연내 착공 ‘난항’

가장 진척이 빠른 GTX-A노선 파주~삼성 구간도 연내 착공이 불확실하다. A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은행 컨소시엄은 국토부와 실시협약 협상을 하고 있다. 요금 책정 등 재무 협상 절차를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원래 올 11월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해 연내 착공을 목표로 세웠다. 김 장관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GTX-A노선을 연내 착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재무 협상이 끝나도 KDI에서 협상안을 한 달간 검토한 뒤 기재부 민간투자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마쳐야 실시협약 체결이 가능해서다. 민간투자 심의 과정에서 심의가 늦어지면 연말 착공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후에도 국토부의 실시계획 승인, 토지 보상 등의 절차를 거쳐야 착공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토지 보상은 일반 주민들과 협의해야 하는 탓에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수개월 걸릴 수 있어 A노선의 연내 착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국토부 담당자들도 연내 착공이 어렵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연내 착공을 못하더라도 꼼꼼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계획을 수립해 예산을 절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미 착공에 들어간 GTX-A노선 삼성~동탄 구간도 적기 개통에 빨간불이 켜졌다. 5개 공구 중 3개 공구에서 시공사를 아직 정하지 않아서다. 국토부는 최근 A노선 관련 민원에 “일부 구간의 지반 여건 불량, 영동대로 통합개발 사업 지연 등으로 개통이 미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착공 시기에 급급하다 보면 협상 과정에서 운영이나 안전 측면에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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