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탈원전 재앙, 우리가 왜 따라 가나"


"독일의 탈원전 재앙, 우리가 왜 따라 가나"


전기요금 15년새 두 배 올라…유럽 최저에서 최고로

북해에서 알프스까지 국토 구석구석 파헤쳐져 

세계 최고수준 원전산업 폐허로 전락…전문가 양성도 끊겨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 

<김현호의 넛지인터뷰> 


학자로서의 전문지식과 공기업 경영자로서의 능력 인정받아 


 최연혜 의원(자유한국당)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한 후 독일 만하임 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도대학 교수와 총장, 코레일 부사장과 사장을 역임했다. 코레일 사장 때 철도노조 파업사태를 해결하는 강단을 보였고, 코레일의 뿌리 깊은 적자 구조를 흑자로 바꿔놓았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현호 뉴시스 상임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09.13.         yesphoto@newsis.com




"원전 버린 독일, 탄소배출 늘어 지구에 害 끼쳐"

http://conpaper.tistory.com/7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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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로서의 전문지식과 공기업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그는 요즘 정부의 탈원전정책을 저지하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우리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독일을 모델로 삼고 있지만, 독일 사정에 정통한 그가 보기에 지난 20년간의 독일 탈원전정책은 독일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불능 상태로 몰아넣으며 독일의 국가경쟁력을 고갈시키는 '재앙'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관련 분야 독일 서적과 독일 정부 자료들을 꼼꼼히 살피고 독일 에너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었다. 이를 토대로 독일의 '에너지전환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해 지난달 '대한민국 블랙아웃'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이 이대로 추진될 경우 대한민국은 어느 한 순간 전국의 전기가 멈춰서는 듯한 대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의 표정과 목소리는 걱정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었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은 어떻게 시작됐나. 

"독일은 핵물리학 실력을 바탕으로 1950년대 말에 이미 독자적 원자로를 개발했고, 1967년에는 원전을 상용화했다(바이에른주 군트레밍엔A호). 1970년대 오일쇼크로 유가가 폭등하자 원전산업은 크게 융성하였고, 1980년대에는 독일 발전량의 34%를 담당했다. 

 

그러나 원전산업이 본격화하면서 독일 국민의 친환경 성향과 나치시대의 핵물리학 악용에 대한 반작용 등으로 원전 반대운동도 격화됐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원전산업에 치명타를 가했다.  


사민당과 녹색당이 연정한 좌파정권(1998년~2005년)에서 재생에너지법(2000년)과 '원자력 이용 종식에 관한 법률'(2002년)이 차례로 제정되면서 탈원전정책이 제도화되었다. 2005년 보수 기민당이 집권했지만 사민당과의 대연정으로 인해 좌파 정권의 탈원전 정책을 답습하다가, 2009년 선거에 압승해 보수연정내각을 구성한 후 원전의 수명 연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사민당과 녹색당 등이 격렬하게 반발했고, 그 와중에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다. 게다가 곧바로 3월 20일부터 6개 주에서 연이어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결국 메르켈 정부는 전격적으로 '원전 모라토리엄(탈원전)'을 선언했다. 노후 원전 7기와 안전성 조사 중이던 1기 등 8기의 원전을 즉각 폐쇄하고, 나머지 원전도 2022년까지 폐쇄한다는 결정이었다. 2011년 6월 이런 내용을 담은 '탈원자력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했고, 2015년과 2017년 각각 1기씩 원전이 폐쇄되었다.  

 

독일에서 탈원전정책이 추진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녹색당의 존재를 빠뜨릴 수 없다. 지지율 5%대의 소수당이지만 탈원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녹색당이 의회에 진출하고 연정 파트너가 되면서 거대 정당이 이를 수용하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결정과정에서 비전문가 집단인 '윤리위원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데.

"메르켈은 지방선거를 5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원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지 1주일만에 '윤리위원회'를 급조해 이를 추인했다. 17명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에는 성직자, 정치인, 사회과학 분야 교수, 기업인, 심지어 노조 인사까지 포함돼 있었지만, 정작 원자력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윤리위원회'라는 명칭이나 인적 구성을 보면 처음부터 전문성은 외면한 채 탈원전정책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할 수 있다. 결정과정이 이렇다 보니 법적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원전 운영사들의 가처분소송, 피해보상 소송, 무효 소송 등 수많은 소송이 제기되었다. 2016년까지 진행된 소송에서 대부분 독일 정부가 패소했다. 우리 정부의 탈원전 결정과정은 독일보다 더 하다. 사회적 정치적 논의 과정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비전문가 집단인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이 모두였다. 그나마 독일은 최종적으로 연방 의회의 의결을 거쳤지만 우리는 국회 의결은커녕 논의조차 없었다."  

  

책에서 독일 탈원전 정책을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독일사회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올인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치렀고, 그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에 지급하는 보조금만 작년에 250억 유로(30조 원)에 달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의 누계는 1500억 유로(195조 원)이다. 2025년까지는 5200억 유로(676조 원)가 지출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의 전기요금은 지난 15년간 두 배 이상 올랐다.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가장 쌌던 독일이 지금은 가장 비싼 나라가 됐다.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유럽 평균보다 50% 이상 비싸고 프랑스의 두 배다. 우리나라보다 2.8배 비싸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설치하려는 광풍이 지금도 독일 전역을 휩쓸고 있다. 북쪽의 북해(Nordsee) 먼 바다로부터 남쪽 알프스 깊은 숲속까지 성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토가 파헤쳐지고 있다. 그런 희생을 감수하면서 어쨌든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작년에 36%에 달했다. 그런데도 독일은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독일의 발전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프랑스의 두 배이고, 우리나라보다 높다. 왜 그런가. 태양광이나 풍력은 햇빛과 바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천수답 발전'인 것이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발전은 반드시 백업(back­up)발전소가 필수다. 햇빛도 바람도 없는 순간을 뜻하는 '둥켈훌라우테(Dunkelflaute)'가 2017년 1월24일 아침 7시 실제로 독일에 닥쳤다. 전력수요는 70GW에 달했지만 그 시각 풍력발전량은 0.8GW, 태양광은 제로였다.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아무리 늘려도 백업의 석탄발전소를 없앨 수가 없는 것이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정확히는 '에너지 이중화'인 것이다. 독일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2000년(11GW) 이후 10배가 늘었지만(2017년 112GW), 원전과 화석연료발전소 설비 용량은 거의 그대로다(2000년 110GW→2017년 103GW). 


재생에너지는 왜 그렇게 많은 지원금이 필요한가.  

"재생에너지 지지자들은 '햇볕과 바람은 계산서를 보내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햇볕과 바람은 공짜일지라도 그걸 전기로 바꾸는 데는 천문학적 계산서를 각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원전의 4~5배에 달한다. 풍력이나 태양광 설비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람이 불고, 햇볕이 날 때만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에 설비가 잠자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실효용량이 15%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원전이나 석탄발전소는 평균 가동률이 80% 이상이다.    



 

재생에너지는 소규모 분산형 발전 시스템인데다 대부분 전력의 수요지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 위치한다. 때문에 송배전망을 신설 또는 개량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지구상의 전력 시스템은 '교류의, 교류에 의한, 교류를 위한' 체계다. 태양광은 100% 직류를 생산하기 때문에 교류로 변환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손실이 크다. 풍력 터빈에서 나오는 교류는 기존의 교류 시스템과 주파수가 다르다. 송배전에 적지 않은 난관이 있는 것이다. 교류는 대규모 저장이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국가 차원에서 전력을 저장해 놓았다가 나중에 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확한 수요 예측과 측정이 필수적이고 그때그때 발전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인위적인 발전량 조절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치명적 약점이다.    


근본적으로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터빈에 투자를 유치하려면 정부 보조금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독일은 2000년 제정된 ‘재생에너지법’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명시하고, 발전차액지원(FIT) 방식의 보조금제도를 도입했다. 재생에너지법에 구입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실제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된 가격과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시설이 낡고 효율이 떨어질수록 지원액은 많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보장기간이 20년이다. 그러니 누가 원가를 절감하고 기술 개발 노력을 하겠는가.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독일 태양광업계가 2004년 중국제 태양광 패널의 공습으로 줄폐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살아남은 중견 업체가 단 하나도 없다. 2010년 독일의 대 중국 태양광 설비 수출액은 1억3800만 유로에 그친 반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59억 유로(약 7조 6700억 원)에 달했다. 독일 정부의 태양광 지원금이 중국의 태양광산업 발전에 쓰이는 꼴이다.  

 

재생에너지법에 따른 지원금의 종류만 5000가지에 달한다니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걸 컨설팅해 주는 업체가 세무사보다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것도 일자리 창출이라면 할말이 없다. 그러나 독일 가정에 부과되는 '재생에너지법 부과금'은 처음 시행된 2000년(0.19센트/kWh)보다 2017년(6.88센트)에는 35배 인상됐다. 전기 사용량이 최저 수준(연 5000kWh이하)인 4인 가정의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부담금만 409유로(약 53만1700원)이다. 메르켈 총리와 장관들이 나서 전기요금 인상은 더 이상 없다고 수없이 반복했지만 한 번도 그 약속이 지켜진 적이 없다. 2000년 에너지전환정책 도입 당시 환경성 장관이던 녹색당의 트리틴이 "전기요금은 가구당 아이스크림 한 스푼 값인 1유로 정도 오를 것"이라던 장담은 유명한 거짓말이 됐다."   


부담은 전체 국민이 지고 혜택은 재생에너지 업자가 보는 것 아닌가.

"그렇다.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지극히 반서민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2017년 지급된 재생에너지 지원금(250억 유로)은 기초생활수급자(하르츠Ⅳ 대상자)에게 지급된 복지예산보다 많았다. 게다가 지원금의 수혜자는 저소득층이 아니라 대부분 고소득층 자산가들이다. 독일 정부는 재생에너지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에너지'라고 달콤하게 유혹했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은 재원 투자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보조금은 전기요금 인상이나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결국 서민이 부유층에게 보조금을 주는 꼴이다. '보조금 장사'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임야 땅값이 벌써 10배 이상 뛰었다거나 염전이 없어질 위기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노린 투기꾼과 사업자들이 세력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적이라는 건 '미신'이라고 했는데.

"재생에너지 자체가 친환경적이지 않다. 미국 타임지가 '환경영웅'으로 선정한 마이클 셀렌버거를 비롯한  환경운동가들에 따르면 단위당 독성 물질 배출이 재생에너지가 원전의 300배에 달한다고 조사됐다. 태양광 발전의 이산회탄소 배출량은 원전의 3배가 넘는다. 작년엔 풍력 터빈으로 인한 환경-사회문제를 다룬 소설(운터로이텐)이 독일 최고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는 원전이나 화석연료발전소보다 수백 배의 부지를 필요로 한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선 태양광 패널을 산에는 물론 저수지 등에도 깐다고 하는데 수온 상승과 햇볕 반사로 인해 수많은 환경 문제가 제기된다. 해상 풍력도 양식업에 미치는 피해와 송배전망 연결 문제 등 비용과 환경문제가 엄청나다는 게 독일의 북해 바다에서 입증됐다.  

 



재생에너지 폐기는 더 큰 문제다. 수명이 15~20년인 태양광 패널에서 발암물질이 나오고 있지만 처리 방법과 비용 마련이 마땅치 않다. 중국은 폐기물을 고비 사막에다 쌓아 놓고 있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업자들이 그냥 땅에 파묻기도 한다. 태양광 패널은 그냥 버리면 안되고 반드시 리사이클링을 거쳐야 한다. 독일에서는 1세대 태양광 설비의 폐기 시점이 다가오고 있지만 폐기 비용과 절차 등이 여전히 안개속이다. 2025년부터 매년 3만톤의 재생에너지 폐기물이 나올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죽하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주택은 매매가 안된다는 하소연이 나오겠는가."


탈원전 정책이후 독일 원전산업은 어떻게 됐나.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앞선 기술로 평가받던 독일 원전산업은 탈원전 정책 시행 10년도 안 돼 폐허로 변했다. 기술도 인재도 대부분 사라졌다. 독일에서 원전 논란이 거세던 1997~2002년 사이 독일 대학의 원자력공학과에서 졸업 학위(석사)를 취득한 학생은 단 두 명뿐이었다. 현재 독일 대학 중 원자력공학과가 있는 곳은 5개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학생들은 이탈리아와 동구권에서 온 유학생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작년 2학기 카이스트에서 원자력공학 전공을 지원한 학생이 단 한명도 없지 않았나. 

 

원전산업 생태계의 붕괴와 전문가 부족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성 측면에서도 큰 문제지만, 원전이 폐쇄된 후에도 최소 10~15년이 걸린다는 원전 해체작업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게다가 원자력 기술은 발전 분야 뿐 아니라,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도 엄청난 국가적 퇴행이 아닐 수 없다. 독일의 전문가들은 이제 독일이 설사 탈원전 정책을 번복하려 해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원전 전문가가 사라지고, 산업 생태계가 해체된 상태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로 일자리 7만7000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냈는가.

"독일정부도 '에너지전환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장 앞세운 논리 중 하나가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는 2012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재생에너지 산업에서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등을 제작하고 시공·운영하거나 유지·보수를 맡는 일자리가 생길 수 있지만, 사라지는 원전이나 석탄발전 일자리보다 많지 않고 더 양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태양광 시설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데 은행 변호사 보험회사들의 업무가 늘어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행정업무와 감독·규제업무로 인한 공무원 숫자가 늘어난다. 독일 정부도 재생에너지 일자리의 70%가 지원금과 관련된 일자리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고 유지되는 일자리가 진정한 일자리 '창출'인지는 의문이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현호 뉴시스 상임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9.13.  yesphoto@newsis.com


사정이 이런데도 독일은 왜 탈원전 정책을 지속하나.

"포퓰리즘 때문이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기득권이 공고해졌다. 현금성 지원금이 20년에 걸쳐 매월 월급처럼 꼬박 꼬박 지급되는 마당에 일단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을 설치한 사람은 모두 이 정책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 국가 지원금의 직접 수혜자만 수십만 명이 넘고, 전력판매사와 전기요금 컨설팅 회사 등 파생 업종 근무자까지 합하면 그 숫자가 엄청나다. 메르켈 총리 스스로 "재생에너지법 수혜자가 너무 많아 지원금 삭감은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실토했을 정도다. 한번 주어진 지원은 아무리 부작용이 크더라도 삭감하거나 철회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독일의 재생에너지 정책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독일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재생에너지 발전은 여전히 기술적 경제적으로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실패한 독일을 따라가는 것은 재앙일 수밖에 없다. 독일의 에너지정책을 따라가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어디 있는가. 그나마 독일은 유럽 통합전력망에 연결돼 있어 긴급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우리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탈원전정책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독일 사회의 가장 큰 이슈와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에너지의 섬이다. 비상시 중국에서 전기를 빌려올건가, 일본서 끌어 올 것인가. 


그것이 가능하다하더라도 왜 우리가 버린 원전으로 만든 전기를 돈주고 사와야 하나. 우리는 사고가 두려워 원전을 포기하는데 중국 동쪽 해안에 빈틈없이 들어서고 있는 원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거기서 사고가 나면 미세먼지 날아오듯 우리가 직격탄을 맞을 게 뻔하지 않은가.  중국이 우리 원전의 안전기술을 부러워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것은 스스로 없애고 중국 것은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나. 원전이 위험하다면 왜 석유가 넘치는 중동국가들까지 원전 건설에 뛰어들까. 원전의 안전성이 문제라면 원전으로부터 도망갈 게 아니라 안전관리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문명에 대한 태도 아닌가.   

 

백번 양보해서 원전을 포기하더라도 대안이 확실하게 준비됐을 때 해도 늦지 않다. 원전도 석탄발전도 버리고 LNG 가스로 대체한다지만 가스 확보 방안은 확실한가. 러시아가 약속하고 북한이 통과를 보장했는가. 에너지 안보는 국가안보의 기둥이다. 

 

우리나라가 원전산업을 일구고 세계 최고의 기술로 발전시키는 데는 6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무너지는 것은 정말 한 순간임을 독일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 원전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4단계 설계인증(DC)과 유럽사업자요건(EUR)을 모두 획득했다. 현재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5개국 (한국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정도라고 하는데, 그중 미국과 유럽의 인증을 모두 획득한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붐이 일고 있고, 세계 원자력 시장 규모가 60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산업이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최고의 정점에 올라선 지금 이 순간 우리 스스로 우리 손으로 이걸 허물어버린다고 하니 참으로 허망하고 분노가 솟구친다. 국가 에너지 전략은 과학과 기술의 법칙에 기초해야 하고, 그것은 이념이나 다수결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게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상임고문>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hh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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