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의 진화
임대주택의 진화
정부에서 짓는 공공임대주택
한정된 예산에 획일적→ 최근 내·외부 개성있게 만들어
그동안 공공임대주택은 최대한 저렴하고 수수하게 지어졌다. 기능을 우선시하다 보니 성냥갑 같은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건축가들은 "디자인을 고려하며 공공주택을 짓는 건 굉장한 실험"이라고 입을 모은다. 관(官)에서 짓는 만큼 예산이 한정돼 있고 재료와 구조의 제약도 심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시공사의 화성진안2 행복주택. 사회 초년생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다. 건물 안팎에 밝은 하늘색을 많이 쓰고
한쪽 벽을 휘어진 금속으로 만들어 포인트를 줬다. /디자인밴드 요앞·건축가 류인근
그러나 최근 한정된 여건 속에서 개성을 드러낸 공공임대주택이 많아지고 있다. 기능적 요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건물 안팎이 돋보이게 디자인된 작품들이 곳곳에 들어선다. 지난 4월 지어진 경기도시공사 '경기도형 행복주택'은 총 4곳이 있다. 그중 수원광교 행복주택은 부부 건축가 이소정·곽상준 'OBBA' 소장이 설계했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두 개의 건물이 다리로 연결돼 있고, 건물 사이 지상에는 놀이터 등이 있는 구조다. 이 소장은 "전망이 가장 좋은 자리를 한 세대가 독점하지 않고, 휴게시설 등 공용공간에서 가장 좋은 전망이 나오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이는 '모든 세대가 균일해야 한다'는 공공주택의 조건도 충족한다. 땅 모양 때문에 생긴 삼각형 모양 자투리 공간도 버리지 않고 도서관 등으로 만들었다.
안양관양, 화성진안1·2 행복주택은 젊은 건축가 김도란·류인근·신현보 '디자인밴드요앞' 소장이 설계했다. 세 건물 모두 분홍색·하늘색 등 밝고 경쾌한 색을 쓰고, 건물 내 공용공간을 수직으로 연결해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이게 한 것이 특징이다. 김 소장은 "방이 작아도 만족감이 들도록, 건물 전체가 하나의 집이며 그 안에 내 방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고 했다. 발코니 난간과 쓰레기 분리수거장 모양 등도 눈에 띈다. "여건상 전부 다 잘 만들기는 어려운 만큼 소소한 부분에 더 신경 썼다"고 한다.
공공주택 건축이 화제가 된 일은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있었다. 다만 규모가 작거나 특수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서울시건축상 우수상을 받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강남 보금자리 5단지'는 대규모 단지가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사례다. 네덜란드 건축가 프리츠 반 동겐과 선진엔지니어링이 설계한 이 단지는 각 동 가운데에 중정(中庭)이 있고, 아파트 건물 층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며 중정을 둥그렇게 감싸고 있다. 그 외에 건축가 이민아가 설계한 서울 강남 A4블록 단지, 해안건축이 설계한 화성동탄2 A4-1블록 단지와 세종 2-2M2블록 단지 등도 입면과 구조가 다채롭다.
OBBA가 설계한 수원 광교 행복주택(위)과 디자인밴드 요앞이 설계한 안양 관양
행복주택 내부. /사진가 신경섭·디자인밴드 요앞
정부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LH, 한국건축가협회는 올해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공모 대전'을 진행 중이다. 전국 7곳에 들어설 공공임대주택을 설계할 건축가들을 뽑는 공모전이다. 지난 6월 열린 설명회에 건축사무소 관계자가 300명 가까이 참석하는 등 건축계의 관심이 높다. 국토부 김수현 사무관은 "획일적인 건물이라는 공공주택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모전을 매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축가들은 "공공주택은 잘 짓는 것만큼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 사당동 SH 임대주택 'SS하우징'을 설계해 재작년 서울시건축상을 받은 건축가 김호민은 "공공주택단지가 외국처럼 슬럼화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며 "설계하고 짓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과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1/20180801040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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