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스타빈스 미 하버드대 교수 "한국 탈원전, 도무지 이해안가"
로버트 스타빈스 미 하버드대 교수 "한국 탈원전, 도무지 이해안가"
"재생에너지로 모두 보완하기는 불가능
결국 석탄발전을 늘릴 수밖에"
"탈원전이 지혜로운 길(wise course)은 아니다. 탈원전을 왜 하는지 의문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인 로버트 스타빈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한국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한국이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고 해서 이를 재생에너지로 모두 보완하기는 불가능해 결국 석탄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산화탄소, 황산화물(SOx), 미세먼지를 동반하는 석탄발전의 확대는 환경오염을 악화시킨다"면서 "원전은 탄소배출이 제로(0)여서 환경오염도 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 LNG(액화천연가스)는 37%로 높이고, 현재 30%인 원전은 18%로 낮추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원전 제로가 목표다.
스타빈스 교수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기후에너지 총괄디렉터이자 배출권거래제도의 설계자이기도 하다. 그는 사단법인 ‘우리들의 미래’와 한국환경공단이 개최한 '탄소시장포럼 2018' 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로버트 스타빈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25일 조선비즈와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의 탈원전 정책은 지혜로운 길이 아니라고 했다./안상희 기자
"탈원전 정책 이해하기 어려워"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에 의문이 많다고 한 이유는.
"원전 발전을 모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어렵다. 앞으로 75년 정도 장기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단기에는 가격경쟁력을 맞추기 어렵다. 원전을 새로 지어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신규 원전 설립은 몰라도 기존 원전을 (기술이 허용하는 한) 가동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기후환경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위험하지도 않다."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신재생 에너지가 예측 불가능한 것은 맞다. 지금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 기술이 효율적이지 않지만, 미래에는 배터리 산업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보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위험하지 않아…탄소 배출도 ‘0’"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원전 발전이 이뤄진 1950년대 이후 전 세계 3건의 원전사고가 있었다. 1979년 3월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 1986년 4월 옛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다. 이 중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뿐이다. 스리마일 원전사고는 원자로 핵연료가 녹는 노심용융이 일어났을 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이라는 대형 재난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원전 자체의 위험 때문에 발생한 게 아니다. 같은 기간 석탄발전으로 인한 암 사망자는 수천, 수만 명이다. 그렇다면 원전이 석탄보다 어렵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원전 제로(0)'를 선언했던 일본이 원전 재가동으로 유턴했다.
"일본이 원전 가동 중단을 선언한 것은 실수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원자력 때문이 아니라 지형적인 이유, 초대형 지진에 이은 쓰나미 때문에 발생했다. 그 사고 때문에 일본이 원전 가동을 중단한 것은 말이 안되는 조치였다. 일본을 보고 원전 가동 중단을 선언한 독일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다. 중단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일본은 다시 원전 재가동으로 유턴했다. 독일도 그렇게 할 것으로 본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30년 국가 전력 공급의 20~22%를 원자력으로 조달한다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스리마일 원전사고 이후 신규 원전 건설에 보수적이던 미국이 신규 원전 건설을 허용하기 시작했는데.
"허용과 상관없이 어차피 미국은 원전 건설 비용이 높아 신규 원전 건설에 관심이 없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 프로젝트도 1개로 알고 있다. 특히 미국은 천연가스가 가격이 싸 원전 발전에 관심이 없다"
"트럼프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은 실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6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협정 가입국은 탈퇴를 하고 싶어도 협약 발효 후 3년간 탈퇴를 할 수가 없다. 탈퇴 선언 후에도 1년간 공지를 해야 해 완전한 탈퇴까지는 4년이 걸린다. 결국 탈퇴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지지를 얻고자 협약이 미국에 공정하지 않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95개국이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해 실천하자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선언이 협약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아직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따라 파리협정을 탈퇴하겠다는 국가는 없다. 하지만, 미국이 향후 정말로 탈퇴한다면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줄 수는 있다. 미국의 탈퇴 여부는 정치적 상황에 달렸다고 본다. 11월 미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여 실제로 탈퇴할 지는 알 수 없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성공조건은 참여국 확대와 각국의 정책적인 참여다. 교토의정서에는 전세계 탄소배출의 14%에 해당하는 국가만 참여했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에는 전세계 탄소 배출의 97%에 해당하는 국가가 참여했다. 하지만 각국의 정책적 참여는 아직 부족하다. 각국 시스템이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연계돼야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cheme)를 더욱 활성화 시키는 것이 결국 미세먼지와 기후환경에 대비하는 길이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5/2018072502941.html#csidx4c26646185db6818f93b24ff75a6e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