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발전소 살려줘" 폭염으로 급증하는 발전량..."미세먼지·온실가스도 덩달아
"석탄발전소 살려줘" 폭염으로 급증하는 발전량..."미세먼지·온실가스도 덩달아
여름철 전체 발전량의 4분의 1
충남 석탄 발전기 30기 도맡아
최고 기온이 35℃까지 올라간 22일 오후. 충청남도 당진시 석문면에 위치한 당진화력발전소 발전기 10기의 굴뚝에선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인근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의 10개 발전기와 보령시 보령 및 신보령 화력발전소의 10개 발전기도 예외없이 거의 풀가동 상태로 운영되었다.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들 발전소는 모두 석탄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데, 석탄 발전기의 발전량을 합치면 1만8000MW(메가와트)에 달한다. 국내 석탄발전 설비 용량(3만6900MW)의 48.8%를 차지한다. 지난해 7월의 경우 전체 발전량 가운데 44.3%인 1만2200GW(기가와트)가 석탄 발전에서 나왔다. 여름철 전체 발전량의 4분의 1 가량을 충남의 석탄 발전기 30기가 도맡고 있는 셈이다.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의 보령화력발전소. 한국전력 자회사 중부발전이 500MW급 발전기 8기를 운영한다
/조선일보DB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전력 소비량이 치솟고 있다. 지난 주(15~21일)에는 최대전력수요가 네 차례나 여름철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최대전력수요는 하루 중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시간대의 평균 전력수요를 의미한다. 16일 8631만kW에 이어 18일 8671만kW, 19일 8759만kW, 20일 8808만kW를 각각 기록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폭염이 예보된 상황에서 태풍의 간접효과로 무더위가 올 수도 있는 등 전력수요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탄, ‘기저발전’이라지만…여름에 LNG보다 사용량 늘어
그런데 여름철에는 석탄발전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원자력과 석탄 기반 화력발전은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저 발전’으로 꼽힌다. 한번 발전기를 돌리면 끄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전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에 기본 수요를 충당한다는 것이다. 대신 LNG(액화천연가스)는 비싼 대신 발전기 가동이 상대적으로 유연해 전력수요가 늘어날 때만 발전기를 돌리는 ‘첨두 발전’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여름철 발전량 증가폭을 따지면 석탄이 LNG를 앞선다.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 자료를 기반으로 2014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발전원(發電原)별 발전량 비중을 분석했다. 그리고 7~8월 발전량 비중이 어떻게 변하는 지 살폈다. 2017년의 경우 석탄발전은 연 평균 43.2%를 차지했는데 7월(44.3%)에는 평균 대비 1.1%포인트, 8월(46.4%)에는 3.2%p 각각 비중이 높아졌다. 반면 LNG는 7월(24.4%)에는 2.4%p 늘었지만 8월(21.6%)에는 0.3%p 감소했다. 평균 발전량 비중은 21.9%였다.
석탄화력 발전량이 7~8월에 급증하는 현상은 2014~2016년에도 마찬가지였다. 7~8월 발전량 비중을 따지면 2014년 3.4%p, 2015년 1.5%p, 2016년 2.6%p씩 각각 높았다. 반면 LNG발전의 7~8월 발전량 비중은 2014년 -2.3%p, 2015년 -2.6%p 낮았고 2016년에 평균 대비 1.0% 높았다.
비싸서 함부로 못쓰는 LNG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LNG의 발전 단가가 높아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폐열을 난방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에 LNG 발전량을 늘릴 수 있지만, 여름에는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LNG로 충당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나마 LNG 발전 비중이 높아진 2016~2017년부터 어쩔 수 없이 LNG 발전 의존도가 약간 높아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2017년 발전원별 정산단가는 유연탄은 kWh(킬로와트시) 당 78.5원으로 kWh 당 111.6원인 LNG에 비해 29.7% 저렴했다.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못하면서 석탄화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거론된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이전 정부부터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은 여론의 반발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궁여지책으로 석탄 발전 비중을 늘리다보니 원가 측면에서 중간 정도인 석탄발전이 기저 발전 외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발전이 팽창하면서 원자력발전을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LNG 등 첨두발전이 해야하는 기능까지 잠식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석탄발전이 미세먼지 등 다양한 환경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발전소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의 15%를 차지한다. ‘사업장(38%)’, ‘건설기계 및 선박(16%)’에 이은 세 번째다. 경유차(11%)보다 더 많다. 특히 충남, 경남 등 석탄발전소 밀집 지역에서 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된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석탄발전의 문제로 꼽힌다.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문제를 피하려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맞닥뜨린 셈이다.
세종=조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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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2/2018072200981.html#csidx628f4acee4fa84b89babf2b53a4df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