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인재들 모두 한국 떠난다


고급 인재들 모두 한국  떠난다


'일자리 정부'인데 유능 인재들은 해외行 

기업·기업인 重視하고 '이념 편 가르기' 깨야


한국 국적 포기자들 급증 추세

(케이콘텐츠편집자주)



"원전 산업의 핵심인 설계 인력이 중동의 UAE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어요. 최근 1년여 동안 UAE로 옮겨간 인원만 40~50명으로 파악됩니다."


송의달 오피니언 에디터


얼마 전 만난 원자력 전문가는 "이러다간 1959년 원자력연구소 설립 후 60년 동안 애써 키워온 원전 고급 인력 기반이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작년 5월부터 1년 새 한국전력기술에서 퇴직한 53명의 원전 설계 관련 인력 중 상당수가 외국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UAE로 옮긴 한국인은 국내 급여의 2.5배 정도를 받고 있지만 주거비만 연간 3000만원 안팎 들어 경제적 이득은 별로 크지 않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일자리가 위협받지만 않았으면 대부분 국내에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대학도 심각하다. 카이스트(KAIST)에서 하반기 2학년 진학 예정자 가운데 원자력 전공 희망자는 0명이었고, 부산대·세종대 등에서 원자력 전공 박사 지원자는 사상 처음 전무(全無)했다. 한 원자력학과 교수는 "작년 초만 해도 입도선매로 100% 취업했으나 최근엔 일자리를 못 구한 제자들이 인턴이나 '박사후 과정'을 위해 마지못해 미국으로 떠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의 경우 휴학이나 반수·전과(轉科)하려는 재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급 인력 유출이 본격화되면 한 기(基) 신규 건설 시 5조~20조원의 매출이 발생하는 세계 원전 산업 구도에서 우리가 크게 밀릴 것이며, 인력 복원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다.




문제는 인재들의 외국행(行)이 원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선 미국·중국·일본 등의 '한국 인재 흡수' 쟁탈전이 뜨겁다. 미국 아마존 등은 최근 매 분기마다 한국 주요 IT 기업 연구원들에게 초청장을 보낸 후 국내 호텔 등에서 채용 박람회를 열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선 중국 기업들이 기존 연봉에 동그라미 한두 개를 더 붙이거나 2~4배를 주는 조건으로 수년째 우수한 한국 기술자들을 빼내가고 있다.


경제 호황 여파로 26년여 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할 정도로 구인난을 겪는 일본 기업은 한국의 2030 청년 세대를 뽑아가고 있다. 그 결과 2012년 4431명이던 일본 IT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숫자는 지난해 7721명으로 늘었다(일본 노동후생성 통계).


원전·IT·공학 계열 우수한 젊은 인재들의 해외 취업 증가는, 심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구도 감소하는 와중에 그나마 애써 키워놓은, 수천~수만 명을 먹여 살릴 미래의 희망이 나라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람이 먼저다'를 표방하는 '일자리 정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급 인력을 쫓아내고 있는 것은 역설적이다. 이를 국내의 취업난과 양질의 해외 근무 조건 때문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외국계 컨설팅사 고위 임원은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반년 새 10차례 압수수색하고 기업인을 천시·박대하는 사회에 어느 인재가 희망을 품고 있겠느냐"고 했다. 적폐 청산을 핑계로 기업을 범죄자 집단으로 몰면서, 다른 쪽에선 일자리를 만들라고 윽박지르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도 탈(脫)한국을 부추기고 있다.


이래선 현 정권은 그럭저럭 버틴다고 해도 5~10년 후 우리의 미래가 암울하다. 집권 세력이 '맘껏 기업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만 성공해도 일자리가 생겨 인재 유출이 크게 줄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집권층이 이념적 편 가르기에서 벗어나 책임감 있게 현실을 마주하며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5/20180715014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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