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전 수출 앞두고 국내 원전 폐쇄


사우디 원전 수출 앞두고 국내 원전 폐쇄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청와대는 원전(원자력발전소) 수출은 국내의 탈원전 정책과 별개라는 강변을 하는데, 과연 원전 수주국이나 경쟁국에서 이런 이중적·자가당착적 자세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는 너무 자명하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올 3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국내의 탈원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해외 원전 수출에는 문제가 없다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모순을 꼬집은 것이다.

박 의원은 “탈원전 정책은 친환경과 미래지향성, 시민안전이라는 바람직한 목표에도 불구하고 신규 원전 전면중단·원전제로시대 등 정책이 급진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며 세계적 추세와도 달리 가고 있어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올해 4월 원전수출국민행동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국민통합대회를 열었다. ‘나라경제를 살리는 수출에너지 원자력’이라는 문구가 보인다./조선일보DB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하는 원전 수주의 첫 관문인 예비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향후 성과를 결코 낙관할 수 없는 데는 ‘과연 탈원전 국가에 원전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원전 가동률, 세계 최고 수준서 50%대로 추락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던 2009년 당시 국내 원전 가동률은 90.4%에 달했다. 하지만 올 1분기 국내 원전 가동률은 56.4%까지 곤두박질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원전 이용률이 감소한 원인은 안전점검을 위한 예방 정비 때문에 일부 원전이 일시적으로 가동 중지되었기 때문이며, 하반기에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 하반기 원전 이용률(전망치)은 77%대까지 상승할 예정이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에너지시스템공학부)는 “바이어 입장에선 물건을 살 때 잘 돌아가는지 확인을 해야하는데, 2009년 세계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했던 국내 원전 가동률이 50%대까지 추락했다면 (이유를 떠나) 원전 기술력에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원전 가동률은 한국전력(015760)과 한수원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전은 원전 이용률 저하와 국제연료비 상승으로 전력구입비가 증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1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한수원의 당기순이익은 125억원으로 지난해(8618억원) 대비 98.5%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전 사업은 기술력뿐 아니라 금융도 중요하다”면서 “한전과 한수원의 경영 실적이 나빠지면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국내 탈원전 분위기, 해외 사업에 찬물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국내의 탈원전 움직임이 글로벌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주선 의원은 “원전 확대로 가자는 주장은 아니지만 미국·러시아·일본도 최근 다시 원전을 지속 내지는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러시아·중국·인도·아르헨티나 등 다수의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국내용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 학자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나 신규 원전 4기 사업 백지화 같은 결정을 왜 올해 강행해야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사우디나 영국 등 해외 중요 원전 사업이 코앞인데 (지금의 탈원전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전 수출은 한전이 주계약자로 사업을 총괄 수행하고 한수원과 한전KPS가 운영·유지·보수 지원 등을 맡았다. 하지만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전과 한수원이 공동사업자인데 약간 한전이 위에 있고 우리가 하도급 같은 분위기는 싫다”며 “앞으로는 (원전 수출을) 한수원이 주도하겠다”고 했다.

반면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수출을 위해 한국 내에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전과 한수원 등 (한전)그룹사와 제작사, 시행업체, 금융기관 등이 하나의 팀을 구성해야 한다”며 기존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과 한수원이 서로의 역할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외 인지도나 파이낸싱(자금조달) 등을 고려해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설성인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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