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전문경영인 시대 열린다
건설업계, 전문경영인 시대 열린다
"총수일가 발 뺀다"
10대 건설사 총수 중
GS건설 허창수 회장만 대표이사로 남아
건설업계 총수들이 잇달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10대 건설사 총수 중에서는 이제 GS건설 허창수 회장만 대표이사로 남았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몽규 HDC 회장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올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현대건설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등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는 사주가 늘고 있다.
정몽규 HDC 회장은 5월초 지주회사 분할 과정에서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지주회사인 HDC 대표이사를 맡기로 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HDC를 이끌면서 자회사를 관리하고 HDC를 독자적인 부동산 개발과 임대사업을 겸한 투자회사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사내 결재 라인에서 정 회장이 빠지는 만큼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다만 정 회장이 지주사 대표이사라,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참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새 대표이사에는 김대철 사장과 권순호 전무가 선임됐다. 김 사장은 과거 현대자동차에서 고 정세영 회장과 일하다 현대산업개발로 함께 옮긴 인물이다. 공사관리, 자재, 사업기획담당 임원을 거쳐 경영관리부문 사장을 지냈다. 권 전무는 건설사업본부장 출신이다.
앞서 지난 3월에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도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림산업은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과 전문경영을 실천하려는 조처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도 정몽규 회장과 마찬가지로 실제 경영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상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건설업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내 등기이사로 남는 만큼 주요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만, 일반적인 사안은 전문경영인에게 폭넓게 맡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올해 초 하도급 업체에 대한 직원들의 갑질 문제가 불거지고, 플랜트사업본부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건설사업부의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3.0% 증가한 1554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은 좋았다. 이 부회장이 경영을 안정시킨 상태에서 대표이사직을 넘긴 셈이다. 새 대표이사는 김상우 석유화학부문 사장과 박상신 건설사업부 부사장으로 모두 전문경영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 3월 현대건설 등기이사 직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용환 부회장도 함께 물러나며 전문 경영인에 심을 실어준 상황.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승계 문제와 맞물려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위상을 재정립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10대 건설사 총수 중 대표이사로 남은 인물은 GS건설의 허창수 회장이 유일하다. 하지만 허 회장도 사실상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임병용 사장이 경영을 책임지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만 허 회장이 참여한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 사주 총수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인 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건설 등기임원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표이사가 아닌 데다 비상근 직위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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