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담은 건축] 판문점 JSA
산업과학 Construction,Science/디 자 인 Design2018. 6. 1. 13:22
[시간을 담은 건축] 판문점 JSA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한터건축 대표
南 부드러운 자유의 집, 北 무표정 판문각과 마주
65년 민족의 恨 응축
南 자유의집·평화의집·원형조경광장
한옥 처마 곡선미…여유로운 이미지
북한산·금강산 등 현대미술 작품 배치
北 통일각·판문각·경비병 초소·막사
통제국가 계획도시…기본 목적 충실
2000년도에 개봉된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는 당시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였다. 공동경비구역 초소병 국군 병장 이수혁(이병헌)과 북한군 중사 오경필(송강호), 전사 전우진(신하균)은 지뢰사고로 맞닥뜨린 이후, 밤이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우정을 쌓아간다. 그들의 은밀한 만남이 어느 순간 발각되면서 서로 총을 겨누게 되고 결국은 북한군 초소 안에서 총성과 함께 파국을 맞는다. 남과 북 적대적 관계의 금기를 깨트리고 형제애 동포애의 여운을 강하게 남긴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판문점은 상징적 장면으로, 이곳이 긴장이 극대화된 공간임을 느끼게 한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건축과 공간 배치.
공동경비구역
6·25전쟁의 막바지, 1953년 7월 맺어진 정전 협정에 의해서 그어진 군사분계선은 지금까지도 그대로의 정지선이 됐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군사정전위원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이다. 전정(戰停)이 되며 군사정전위원회가 회의를 원만하게 운영하기 위한 회의장소를 군사분계선상에 설치하면서 UN과 남북이 공동으로 경비를 담당하는 구역이다.
판문점은 대한민국의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어룡리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행정구역은 황해북도 개성특급시 판문점리이다. 판문점(板門店)이란 명칭은 임진왜란 당시 선조의 피난을 돕기 위해 백성들이 임진강에 대문 널빤지로 다리를 만든 것에서 유래한 널문리를 한자로 고친 것이라고 전해진다. 분단의 상징인 이곳은 여러 사건들로 인해 일촉즉발의 현장이었고, 최근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공동경비구역 내 평화의집에서 개최되면서 남북한의 희망의 장소가 됐다. 65년 전 임시 회의장소로 만든 막사건물과 공동경비구역의 휴전선이 이렇게 오래 존재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65년의 시간 공간이, 민족의 한이 응축된 장소와 건축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
판문점의 건축
공동경비구역의 전체 배치를 보면 주요시설로서는 남측의 ‘자유의 집’ ‘평화의 집’이 있으며 북측에는 ‘통일각’ ‘판문각’과 경비병 초소, 막사 건물 등 총 24개동의 건물이 있다. 정전위원회 막사 건물과 함께 항상 나타나는 북측 언덕 위 3층 건물이 판문각이다. 수직창의 연속성, 엄격한 대칭성과 무표정으로 서있다. 흐트러짐이나 장식이 없는 판문각은 막사건물 사이의 중앙 시선과 긴장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한터건축 대표
남북의 건물들은 공통적으로 대칭적 건축이다. 그러나 남측 건물들은 장식적인 디자인을 표현하고 있는 반면 북측 건물들은 입면 장식이 철저히 배제되고 엄격한 대칭성 그 자체이다. 남측 건물의 상부에는 한옥의 처마곡선 지붕을 표현한 지붕 프레임을 한 개층 높이에 설치해 여유와 부드러운 건축 이미지로 나타나며 원형 조경광장을 둘러싸고 배치되어서 여유롭게 보인다. 평양거리가 항상 깨끗하고 질서정연하여 통제국가 계획도시의 전형을 보여주듯 이곳의 북측 건축 역시 기본목적에만 충실한 듯하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측의 자유의 집과 북측의 판문각이 마주보고 있다. 통일각은 판문각 뒤쪽 100여m 떨어진 곳으로 있으며, 남쪽지역 자유의 집 뒤쪽에 위치한 평화의 집에 대응하는 건물이다.자유의 집
과거 2개의 건물로 나뉜 자유의 집의 중앙 3층 팔각정은 판문점의 상징건축이었다. 1, 2층 콘크리트구조에 3층 전통목조 기와집으로 주택복권과 우표 교과서에 등장해 눈에 익었던 전망대였다. 한국의 정자는 자연을 유유자적 바라보며 여유롭게 풍류를 즐기는 건축이듯, JSA의 긴장과 경직함을 구경하듯 내려다보는 전망대였다. 그러나 지금의 팔각정은 자유의 집의 작은 부속품에 불과해 존재감이 사라졌다. 자유의 집은 1998년 규모를 키워 1개동으로 다시 지었다. 판문점에서 가장 최근의 건축인지라 지붕의 처마선과 외벽면, 노출기둥 등 현대적 기법의 디자인으로 가장 세련된 건축 형태를 보여준다.
평화의 집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평화의 집은 자유의 집으로부터 남서쪽으로 130여m 떨어져 있다. 북측 통일각과 함께 남북 간의 군사회담을 제외한 민간 부문의 회담이 이곳에서 개최되며 북측의 통일각과 남측 평화의 집을 번갈아가며 회담하는 것이 관행이다. 80년 6월 남북총리회담을 위해 급하게 지어졌던 애초의 건물이 낡고 비좁아 89년 12월 남서쪽으로 옮겨 새로 지어졌다. 연건평 998평의 3층 건물로 2층 회담장과 회의실, 대표 휴게실 등 남북회담을 하기 위한 시설이 있다. 회담장은 2층에 있다. 이 건물에는 계단이 2개가 있는데 남과 북은 각각의 전용 계단을 이용해 대표단이 따로 입장하게 돼 있다.
평화의 집과 미술품
남북정상회담을 맞아서 평화의 집 내부에는 현대작가들의 미술품들이 곳곳에 배치돼 관심을 끌었다. 1층 로비 정면의 민정기 작 ‘북한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는 북측의 지도자를 서울의 명산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로 바위산 능선을 율동적인 필치로 담았다.
1층 로비 방명록 서명장소 벽면의 배경작품인 김준권 작가의 ‘산운’은 중첩된 실루엣으로 나타나는 한국의 산세를 수묵 농담으로 표현했다. 환담실 벽면 배경작품은 김중만 작 ‘천년의 동행, 그 시작’이다. 훈민정음 서문에 남북 정상의 이름 첫 글자를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강조하여 암호처럼 기호화 하였다.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작품은 신장식 작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다. 2층 회담장 정면의 작품으로 북한의 상징이며 남한에서도 가장 친숙한 금강산을 회담장 중앙벽면에 배치하였다. 연회장 헤드테이블 뒤에 설치된 작품은 신태수 작 ‘두무진에서 장산곶’으로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서해 최전방 백령도가 평화의 땅이 되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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