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협정 탈퇴로 물거품된 이란 건설시장..."아시아로 눈돌려야해"


미 핵협정 탈퇴로 물거품된 이란 건설시장..."아시아로 눈돌려야해"


이란 수주 사업들 잠정 보류

이란 국내 건설사 수주액 8조원


   미국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이후 국내 건설사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미국이 오는 11월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까지 결정하며 그 동안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사업 진행이 잠정 보류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 등 신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이란과 계약을 맺었던 공사가 사실상 잠정 중단됐다. 현재 이란과 공사 계약을 맺은 국내 건설사 수주액은 8조원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수주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확장 공사'가 가장 큰 규모로 3조8000억원에 이른다. SK건설이 계약한 '타브리즈 정유 공장 현대화 사업'은 1조7000억원, 대림산업이 수주한 '이스파한 정유 공장 개선 공사'는 2조2300억원 규모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확장 공사 계약을 수주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개발 사업 현장. 사진/뉴시스

 

건설사들은 사업이 잠정 보류됐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반응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계약은 파기되지 않았지만 핵협정 파기 이후 펜딩(보류) 상태가 됐다"며 "자금 조달이나 착공이 진행된 게 아니라 큰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SK건설 관계자도 "기본 계약을 체결하고 나서 파이낸싱을 하거나 이란 정부에 승인을 받기 전 단계"라며 "추후에 정식 계약까지 가기 위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맺은 계약은 가계약이고 미국이 제재 유예기간을 6개월 둬 그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이 제재를 할 경우 공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현재로서는 홀딩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이란 사태를 차치하더라도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액은 매년 떨어지고 있어 업계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연간 중동시장 수주액이 1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그동안 중동지역 연간 수주액은 2010년 472억달러, 2011년 295억달러, 2012년 368억달러 등 400억달러 안팎을 기록했다. 그러다 2015년부터 급격히 하락해 지난해까지 100억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입찰경쟁하면서 저가 수주로 손실을 많이 봐 이제는 건설사들이 보수적으로 투자한다"며 "유럽 건설사 진출, 엔저로 인한 일본 건설업 경쟁력 증가 등으로 중동 수주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장기적인 유가 하락과 정정 불안 등 중동발 리스크에 대응하려면 전문가들은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형원 해외건설협회 아시아실 실장은 "최근 싱가포르가 경기부양책으로 교통 인프라 발주를 늘리고, 베트남은 주택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는 등 발주 수요가 늘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프로젝트 발주가 단순 도급형보다 민관협력개발사업으로 전환함에 따라 금융경쟁력 강화해 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입은행의 커머셜론이나 G2G(국가 대 국가) 차관 지원 등에서 선진국에 비해 자금 조달이 약한 것도 문제"라며 "국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MDB(다자개발은행) 등과 협조해 코파이낸싱(Co-Finanacing)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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