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김상곤은 아니다 [임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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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김상곤은 아니다
2018.04.13
금융감독원장이 더 힘들고 어려울까, 교육부장관(부총리든 아니든)이 더 힘들고 어려울까. 많은 벼슬자리 중 두 가지만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금융질서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방향까지 제시해야 하는 금융감독원장과, 이른바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교육부장관은 둘 다 아주 중요하고 대체 불가할 만큼 역할이 큰 자리입니다.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혼자 결론을 내리면 그건 아무나 해도 되는 벼슬이고 누구나 넘봐도 되는 자리입니다. 요즘 돼가는 걸 보니 누가 맡아도 상관없고 아무나 해도 달라질 게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부터 이야기해볼까요? 금융감독원장은 57개 은행과 62개 보험사, 799개 증권·투자자문사, 3,474개의 저축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의 우두머리입니다. 이밖에 수도 없이 많은 대부업체, 핀테크 기업도 금감원장이 챙겨야 할 대상입니다. ‘저승사자’라는 말은 과장이 섞인 것이지만, 금융계에서 생사여탈권을 가진 게 금감원장입니다.그러니 금감원장은 금융에 대해 전문적이어야 하고, 일을 대할 때 정의로워야 하고, 일을 처리할 때 공평해야 하며 매사에 스스로 구차스러운 게 없고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 인물이 맡아도 잘할 수 있을까 말까 합니다. 김기식 원장은 역대 금감원장과 달리 금융은 잘 모르는 시민운동가 출신입니다. 이게 가장 큰 약점인데, 약점을 덮고 갈 수 있는 게 금융개혁의 대의(大義)요 적폐청산의 명분이며 금융계를 일신할 수 있는 도덕적 자산입니다.그런데 김 원장은 시민운동가나 국회의원 시절의 행태를 통해 알 수 있듯 대의와 명분, 도덕적 바탕에서 금융을 감독할 만한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습니다. 제기되는 의혹마다 변명과 해명이 구차하고 어쭙잖아 보입니다. 앞으로 누가 그의 말을 듣고 그의 결정과 조치에 납득할까 싶습니다.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어떤가요? 김 장관은 11일 대입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쟁점별로 상정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열거했을 뿐 교육행정의 책임자로서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김 장관은 당초 지난해 8월 대입개편안을 확정하려다가 절대평가 확대에 대한 반발이 크자 결정을 1년 유예했습니다.그로부터 8개월간 교육부가 한 일은 이리 하면 이런 문제가 있고, 저리 하면 누가 반발할 테고, 하는 식으로 쟁점별 정리를 한 것뿐입니다. 심하게 말해 대학생, 아니 중·고교생도 그런 정도의 숙제는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국민이 참여해서 공론화할 수 있도록 ‘열린 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하니 교육부장관 하기 정말 쉽지 않습니까?김 장관이 결정을 해달라고 떠넘긴 국가교육회의는 구성부터 난항을 겪어온 데다 전문성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히 대입 개편안을 논의해야 할 대입개편특위는 아직 구성도 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8월까지 결정을 해달라니 교육행정이랄 것도 없습니다. 내막적으로는 이렇게 저렇게 결정해달라고 손을 쓰고 설득하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그에게도 교육개혁의 대의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일관된 철학과 세부 전략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다 교육부장관입니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저마다 일가견이 있는 게 교육문제입니다. 이런 판에 김 장관은 취임 후 교육문제를 해결하거나 봉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들쑤시고 헤집고 뒤집어 문제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김 원장과 김 장관 문제는 서로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문제로 귀결됩니다. 김 원장은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에 참여연대 출신입니다. 끼리끼리 추천하고 검증하다 보니 단점과 잘못, 허위와 가식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김 장관의 경우는 문재인 정권의 출범에 기여한 교육전문가라는 점만 부각됐을 뿐 그의 단점과 모자라는 점에 대한 점검이 부족했습니다.김 원장이나 김 장관을 비난하고 배격하는 것을 금융개혁이나 교육개혁에 대한 저항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정말 구차한 일입니다. 청와대와 그 ‘심부름센터’라는 말을 듣는 여당은 야당이나 반개혁세력에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금융개혁이 아니라 재벌개혁만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그것은 그야말로 단견(短見)입니다.청와대는 12일 김기식 원장의 각종 행위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그 적부(適否)를 유권해석해 달라는 아주 보기 드문 요청을 했습니다. 선관위가 적법하다고 판정하면 계속 일하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물러나게 한다는 뜻일까요?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국가업무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하지 않고 ‘공론화’로 떠넘긴 교육부의 행정과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이쯤에서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인사에서 두 가지를 고려하라는 것입니다. 첫째는 구차스럽지 않은 인물을 골라야 합니다. 모든 비난에도 불구(不拘)하고 자기네 사람을 기용하고 끝까지 함께 가려 할 게 아니라 매사에 구차스럽지 않은 불구(不苟)의 인물을 고르라는 것입니다.두 번째는 동즉불계(同卽不繼)라는 고전의 가르침입니다. 생물세계든 인간세계든 다른 것과 조화를 이루면 번창하지만 한쪽에 치우치거나 동종교배만 하면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캠코더’와 참여연대에서만 사람을 고르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그 사람을 감싸고 끼고 돌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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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철순
1974~2012년 한국일보 근무.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및 이사대우 논설고문을 역임했다.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위암 장지연상 수상. 현재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자유칼럼그룹 공동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시니어희망공동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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