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국내 건설인력시장 장악 ‘무법천지’


중국인, 국내 건설인력시장 장악 ‘무법천지’ 

쇠망치로 머리 20대 폭행


지난달 서울 한 건설현장서 불법 체류자들, 패거리 지어

동료 쇠망치로 때리고 목 졸라… 한국인 현장팀장, 보고도 외면

“신고 땐 중국 돌아가면 그만”… 법 비웃듯 추방돼도 다시 밀항


  지난 5일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로 향하던 법무부 호송차량 안. 40대 중국인 남성이 웃으며 동영상을 찍었다. 그는 실실 웃으며 “하나도 안 무섭다. 집(중국)에 가면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이 동영상은 한국에 남아 있는 자신의 패거리에게 뿌려졌다. 



그는 법무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에 붙잡힌 중국 한족 출신 불법체류자 이모(41)씨의 일당 중 한 명이다. 이씨는 지난달 건설 현장에서 조선족 노동자 전모(42)씨를 집단폭행한 불법체류 노동자 패거리의 우두머리다. 


불법체류 중국인 노동자들의 막가파식 집단구타 사건이 최근 서울의 한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조선족과 한족 출신 노동자들이 건설인력시장을 장악하면서 이 같은 불법과 폭행이 잦아지고 있다. 불법체류 사실을 적발해 중국으로 추방해도 밀항을 통해 재입국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들 조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영주권을 갖고 있는 조선족 출신 전씨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 주차장 건설 현장에서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소속 형틀목수로 일했다. 그는 지난달 1일 작업 현장에서 집단폭행을 당했다. 현장반장인 이씨는 당일 오전 10시쯤 전씨에게 갑자기 큰 소리로 욕하고 화를 냈다. 그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팀원의 실수로 벌어진 문제였지만 이씨는 그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웠다.


전씨가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따지자 이씨는 “어디서 말대꾸냐”며 목을 조른 뒤 다짜고짜 형틀목수 전용 쇠망치로 전씨의 머리를 20여 차례 내리쳤다. 전씨는 당시 안전모를 쓰고 있었지만 충격으로 인해 작업용 안경이 부러지고 코피가 났다. 망치에 끌리면서 왼쪽 귀가 찢어졌고 오른팔로 망치를 막다가 팔도 다쳤다.


현장에는 다른 노동자 10명이 있었지만 모두 이씨의 패거리에 속해 있는 한족 불법체류 노동자였다. 이들 중 일부는 이씨와 함께 전씨를 폭행했다. ‘오야지’(공사 현장 인력 공급업자)로 불리는 한국인 정모(64)씨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도 폭행을 말리지 않았다. 되레 “이 XX 시끄럽게 군다”며 욕을 했다. 그는 이씨와 6년을 같이 일해 가까운 사이였다.


폭행을 견디다 못한 전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이씨는 “붙잡아 때려죽여라. 내가 책임진다”고 했다. 그의 선동에 한족 노동자들은 다시 전씨를 폭행했다. 전씨가 “폭행죄로 잡혀들어간다”고 말하자 이씨는 “신고해도 겁 안 난다. 집(중국)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대꾸했다. 이씨는 전씨로부터 “신고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고서야 풀어줬다.


전씨는 심한 구토 증상과 함께 지속적으로 코피를 흘렸다. 의사는 뇌진탕 진단을 내렸다.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전씨는 오야지와 한족 패거리들이 보복할까 두려워 신고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들 한족 패거리는 평소 ‘지난 10년간 사람을 수없이 때려도 처벌받지 않았다’며 공공연히 떠벌리고 다녔다. 우두머리인 이씨는 3년 전에도 경기도 시흥의 건설 현장에서 중국동포 김명구(가명·36)씨를 폭행했다. 그는 이때도 공사 현장 목수용 쇠망치를 이용해 김씨의 머리를 두세 차례 때렸다. 이씨는 5년 전 불법체류 신분이 적발돼 추방됐지만 밀항으로 다시 입국해 버젓이 돌아다녔다. 이 패거리 중 한 명은 지난해 경기도 성남의 한 시장에서 시비가 붙은 중국동포의 등을 흉기로 찔러 체포된 뒤 중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이씨와 그의 패거리 등 한족 불법체류 노동자 8명은 지난달 21일 법무부 단속반에 붙잡혔다. 하지만 전씨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오야지’ 정씨는 단속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전씨를 현장 컨테이너 사무실로 불러 “네가 신고했지”라며 그의 멱살을 쥐고 가슴을 쳤다. 이후 사무실 뒤쪽으로 끌고 가 “조용한 데로 가자.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전씨는 억지로 손을 뿌리치고 도망나왔다. 법무부 직원들의 보호를 받은 뒤에야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붙잡힌 한족 패거리는 당일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과에 수감됐다가 지난 5일 전원 중국으로 추방됐다. 전씨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으로 돌아간 이씨 패거리로부터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전화를 계속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23316&code=111312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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